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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

“삼보(三寶)에 의지해 기도하는 것이 두려움 극복하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두려움 갖고 걱정만 한다고 해결되지는 않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전염병 확산 방지에 마음 모으는 것
모든 인류의 고통 사라지길 발원하며 일상에서 늘 기도해야

심산 스님은 “이번 코로나19 확산사태를 통해 우리 가족과 이웃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한 번 더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산 스님은 “이번 코로나19 확산사태를 통해 우리 가족과 이웃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한 번 더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늘은 음력 2월 초하루 법회일입니다. 문명의 발전 덕분에 실시간 유튜브 방송이라는 색다른 방식으로 법회를 한다는 것은 발전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것이 우리의 자의적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위해서 진행된다고 하는 것은 큰 아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역시 법문을 하기 위해 이 법좌에 올랐습니다만 사실 굉장히 어색합니다. 그 어색함을 딛고 오늘 몇 가지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우리와 함께하시기 때문에 절이라고 해서 부처님이 계시고, 가정이라고 해서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발원할 때에도 항상 이렇게 합니다. “세상 언제 어디에나 아니 계신 곳 없으신 분.” 그러니까 우리가 머무는 그 자리에서 부처님을 마음으로 품고 있는 한 그 장소는 곧 부처님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법당에서 법회에 동참하고 있더라도 부처님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같은 원리로, 부처님 재세 시에 살았다고 해서 복이 있는 것이 아니며 또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고 난 후인 지금 산다고 해서 복이 없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언제 어디에서 살고 있든지 간에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이 함께 한다면, 그것은 곧 부처님과 함께 하는 복 있는 사람이고 세상입니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셨던 용성 스님께서는 “처처(處處)에 불상(佛像), 사사(事事)에 불공(佛供)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곳곳에 부처님이 계시니 일마다 불공을 하라는 뜻입니다. 불공을 하라는 것은, 부처님께 불공을 올리듯이 일을 하라는 의미입니다. 

또 사사에 불공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에서 볼 때, 밥하는 사람은 밥 짓는 일에 집중하고 청소하는 사람은 청소하는 일에 집중하고 또 나아가서 일하는 사람은 일에 집중하고 가르치는 사람은 가르치는 것에 집중하고 배우는 사람은 배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모두 불공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곳곳에 계시니 그 부처님 계신 그 장소에서 우리가 불공 내지는 일에 충실한 이것이 진정한 불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해인사의 성철 스님께서도 “불공은 절에 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집에서, 가정에서, 일하는 곳에서 혹은 또 다른 곳에서라도 이 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기도하는 것이고 불공을 하는 것이고 법회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가 믿고 의지할 것은 불·법·승 삼보밖에 없습니다. 삼보에 귀의하라고 하는 내용이 실린 ‘잡아함경’의 제35권 염삼보경(念三寶經)에는 이런 가르침이 있습니다. 

“황량한 들판을 지나다가 두려움이 생겨 마음이 놀라 온몸에 털이 곤두설 때는 여래에 관해 생각하라. 여래는 마땅히 공양받을 만한 분이고 올바로 원만히 깨달으셨고 지혜와 실천을 갖추셨고 잘 가셨으며 세상을 잘 알고 위 없이 높으며 사람을 잘 길들이고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시고 깨달으신 세존이시다. 이렇게 생각하면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또 법에 관해 생각하라. 부처님의 바른 법과 율(律)은 이번 생에 번뇌를 떠나게 해주며 때를 기다리지 않고 깨칠 수 있으며 유익하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부처님이 위대하고 거룩하다는 것과 동시에 그 가르침이 위대하고 거룩하다는 그것에 집중하면 두려움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승가에 관해서 생각하라. 세존의 제자는 착하고 바르게 나아가며 세상의 복을 낳는 밭이다. 이같이 세 가지를 생각하면 두려움은 곧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 유례없는, 전염병이라고 하는 국가적인 재난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려워 하고 혼돈과 불안감을 갖고 걱정만 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부처님을 생각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스님들을 생각하면서 위안을 받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그 가르침 속에서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불자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모두  심리적으로 어려울 때이고, 이런 심리적인 어려움과 동시에 현실적으로는 경제적 어려움도 겪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위축되고, 또 서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 조심하다 보니 거래나 모든 면에 있어서 조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럴 때 두려움 속에 갖혀 있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길은 바로 기도입니다.

저는 유튜브를 통해 달라이라마 존자께서 이 국면에 대해 신중한 말씀을 하시면서 진언 기도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진언은 “옴 따레 뚜따레 뚜레 쏘하(Om Tare Tuttare Ture Soha)” 였습니다. 만약 그 진언을 평소 수행으로 삼아 꾸준히 염송해 온 분이라면 좋겠지만, 아마도 우리나라의 많은 불자님은 ‘신묘장구대다라니’, 대비주(大悲呪)에 더 익숙하시리라 믿습니다. 따라서 보살의 진언과 더불어 이 신묘장구대다라니를 계속 염송하면서 부처님을 생각하고 가르침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하며 국가적 재난을 잘 소멸하고 지혜롭게 넘길 수 있도록 불자님들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지금 우리가 어떤 논쟁에 휩쓸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엇이 더 시급한 일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일화가 담긴 경전에 보면 ‘독화살의 비유’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독이 묻은 화살에 맞았습니다. 이 때 우선 급한 것은 독화살을 빼고 독이 더 퍼지기 전에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화살을 누가 쏘았는지’ ‘어느 방향에서 쏘았는지’ ‘무엇 때문에 쏘았는지’ 등을 먼저 가리려 한다면 이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입니다. 일단 독화살을 빼고 독을 치유하고, 그리고 난 후 도대체 누가 무슨 일로 이런 일을 했는가에 대해 따지는 것이 더 현명한 일임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이 가르침을 지금 상황에서 돌이켜 보면, 사실상 우리나라 내지 온 세계가 독화살을 맞은 실정입니다.

지금 우리는 누구에 의해서 이 바이러스가 발병되었고, 누구에 의해서 전파가 되었고, 누구에 의해서 확산이 되고 있다든지 등 다른 사람으로 인한 요인을 찾는 일은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고 그 위험성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일단 전파 속도를 늦추어서 감염자가 줄어드는 국면을 맞이하고 이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난 후 누가 잘했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누가 소홀했는지 누가 이 국면을 사적인 이유로 이용을 했는지 따지는 것이 더 현명한 일입니다. 

뉴스를 보게 되면 때로는 정치적 사욕으로 때로는 국가 간의 이익으로 내지는 개인적 감정으로 혹은 종교적 이해관계로 더 나아가서는 지역적인 문제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하면 덜 전파가 되고, 어떻게 하면 빨리 소멸되고, 어떻게 하면 경제나 국가나 정치가 모든 면에서 안정될 수 있는가, 그 방법을 찾아내고, 그 방법에 동참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연후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따질 것은 따지고 한 번 더 살펴서 다시 경계해야 할 것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역대 조사 스님들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계일화(世界一花)”, 온 세상은 한 송이 꽃이다, 이 온 세상은 네가 있고 내가 있고 분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돌멩이 하나부터 온 산천과 초목, 사회와 국가, 이 모든 것이 하나이지 둘이 아니라고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 말을 머리로만 이해하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을 보시기 바랍니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온 세상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나라도 민족도 너와 나의 경계가 없이 전파를 통해서 온 세상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세상이 하나이지 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네가 먼저고 내가 먼저고, 네가 잘났고 내가 잘났다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 한 몸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한 번 더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너도 아니며 나도 아닌, 너의 나라도 아니며 우리나라도 아닌 모든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고통의 여읨을 위해서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이 법문을 하면서 사람이 사람의 눈빛을 대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온 법당에 가득하던 불자님들이 없는 텅 비어있는 이 법당에서 어디에선가 듣고 있을 불자님들을 위해서 허공에 얘기하듯 하는 이 상황이 참 많은 가르침을 줍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며 이웃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한 번 더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멸이 되고 사회적으로 안심의 단계로 갈 때까지는 매일 불자님들과 SNS와 유튜브를 통해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댓글을 남겨주신다면 여러분과 소통을 하고 있음을 더욱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이 순간을 공유하는 불자님이 더욱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이번 음력 2월은 모두에게 힘든 달입니다. 그 심정을 같이 나누면서 슬기롭게 이 국면을 극복하고 다시 꽃피는 3월 온 나라가 꽃동산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희망을 안고, 자숙하고 또 조심해서 모든 존재가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미타불.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지난 2월24일 부산 홍법사 대웅보전에서 봉행되고, 유튜브 ‘홍법사TV’를 통해 온라인으로 실시간 영상이 제공된 ‘홍법사 음력2월 초하루 법회’에서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이 설법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528호 / 2020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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