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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현세의 ‘초월’-상

기자명 유응오

한국 대표 만화가가 그린 초월 스님 삶

현대·일제 오가는 액자식 구성
가정파탄·사기·동생의 죽음 등
상처 입은 주인공 수륙재 참여
초월스님 자비 느끼며 큰 변화

‘초월’은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초월 스님의 행장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
‘초월’은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초월 스님의 행장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

다음에 연재된 웹툰 ‘초월(初月)’은 이상훈이 글을 쓰고, 이현세가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구성상 액자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작품의 외부는 삼각산 진관사에 템플스테이를 하러 간 파란이라는 여주인공이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고 사문(沙門)에 든다는 내용이고, 그 내부는 파란이 밤마다 진관사의 수륙재에 모이는 아귀, 측간귀, 처녀귀 등 외로운 넋들과 함께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대장부 초월 스님의 행장을 살펴본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연재되기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초월 스님의 행장을 담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컸던 데다가가 그 작품을 그린 이가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인 이현세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이현세는 ‘공포의 외인구단’ ‘지옥의 링’ 등 작품으로 1980년대에 한국의 만화시장을 성장시킨 주인공이었다. 이현세가 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1980년대의 만화방 세대에게는 추억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초월’에 소개된 초월 스님의 행장에는 픽션(fiction), 즉, 가공의 사건이 가미되지 않았다. 즉, 불교학계나 역사학계에 전해지고 있는 초월 스님의 행장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간단히 초월 스님의 행장을 살펴보자. 스님은 경남 고성 출생으로 14세 때 지리산 영원사로 입산해 출가한 뒤 일제강점기 내내 불교계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스님은 사찰을 돌며 군자금을 모집한 뒤 임시정부와 독립군 단체에 전달했다. 또한,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혁신공보를 발간했고, 승려독립선언서를 제작해 배포했다. 중일전쟁 당시 용산역 ‘대한독립만세’ 격문사건 등을 주도하다가 일제에 체포돼 형무소에서 열반하였다.

작품 속에서 파란이 진관사 수륙재에 원혼들과 함께 참여해 직접 목도하는 초월 스님의 행장은 판타스틱하게 느껴진다. 초월 스님의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등 연대기별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작품 속 초월 스님의 행장은 평면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가독성이 있는 까닭은 액자형식의 외부 서사와 내부 서사가 유기적으로 연관돼 하나의 주제로 귀결되고 있고, 만화가가 스스로 밝혔다시피 “이현세 풍의 강한 펜 터치 대신 강약이 없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선으로 초월 스님과 수륙재의 영혼들을 그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의 최고 미덕은 무엇보다도 위안부 할머니의 슬픔이 파란의 슬픔으로 전이되고,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아픔을 위무했던 초월 스님의 자비정신이 다시 파란에게로 유전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을 이해하려면 액자 구성 중 외부에 해당하는 파란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 파란의 가족사는 비극적이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에 걸려서 죽었고, 어머니는 어린 남매를 버리고 집을 떠났다. 파란과 밝음을 키운 건 이웃집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에 위안부로 끌려간 아픈 과거가 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면서 남매가 대학에 갈 등록금을 유산으로 남겨줬다.

아이돌이 되길 꿈꿨던 파란은 기획사에 사기를 당해 할머니에게서 받은 유산을 모두 날리게 됐다. 그 과정에서 동생인 밝음은 자신의 등록금도 양보했을 뿐만 아니라 사기당한 사실을 알고도 원망은커녕 “다른 기획사를 찾아보자”며 누나를 위로했다. 그러던 중 밝음이가 새벽녘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밝음이가 죽은 뒤 파란은 자살하기로 결심한다.

유응오 소설가 arche442@hanmail.net

 

[1528호 / 2020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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