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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본 이토자키(糸崎)의 호토케마이(仏舞)

기자명 정혜진

나라시대 무악 전통 보여주는 대표적 불무

거북 타고 현신한 천수관음보살 모신 것에 대한 기쁨 춤으로 묘사
이코자키지 관음당 정면에 마련된 돌무대서 격년 4월18일에 공연
1200년 공연전통 이어 왔지만 후계자 부족으로 춤 보존에 어려움

일본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이토자키 호토케마이 중 첫 번째 북춤. 후쿠이 시립 향토역사박물관 제공
일본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이토자키 호토케마이 중 첫 번째 북춤. 후쿠이 시립 향토역사박물관 제공

756년경 당나라의 고승 젠카이죠닌(禅海上人)이 일본의 이토자키(糸崎)항을 지날 때였다. 해상에서 본 이토자키의 경관이 고향의 육왕산(育王山)과 너무나 닮아 기쁜 마음에 스님은 이토자키에 정착하기로 하였다. 이토자키에 암자를 만들고 수행을 시작하니 이토자키에서 조금 떨어진 지금의 다카스(鷹巣) 해수욕장이 있는 해변에 초록색 털로 덮인 거북을 타고 천수관음보살이 현신했다. 이에 천수관음보살을 이토자키지(糸崎寺)의 본존으로 관음당에 모시자 보살들이 선녀들과 함께 자운(紫雲)을 타고 나타나 기쁨의 춤을 춘 것이 이토자키의 호토케마이(仏舞)의 기원이다.

호토케마이(仏舞) 혹은 호토케노마이(仏の舞)라 불리는 이 춤은 부처(호토케)의 춤으로 일본의 중요무형민속문화재이다. 아미타, 석가, 대일, 약사 등의 여래상으로 분장해 공연하는 일본의 민속예능이다. 후쿠이시 이토자키지(福井市 糸崎寺)와 교토부 마이즈루시(京都府 舞鶴市)의 마츠오지(松尾寺)에 전해지는 것과 함께 후쿠이시 이토자키지의 춤이 대표적인데, 먼저 문화재로 지정된(2004년 2월6일) 이토자키의 호토케마이가 기록 자료로 보다 역사적 정통성을 입증하였다.

중국에서 건너온 나라시대(柰良時代, 710년~794년)의 무악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는 이 불무는 특히 오래된 춤의 양식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일본에서도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호토케마이가 중국에서 전래된 자세한 내용이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전 후쿠이시가 호토케마이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중국 현지를 답사조사한 결과, 젠카이죠닌이 저장성 닝보시(浙江省 寧波市)의 아육왕사(阿育王寺) 출신임이 밝혀진 것이다. 그 인연으로 이토자키지 호토케마이 보존회 회원들이 현지로 가서 이토자키지에 전승된 호토케마이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격년제로 4월18일에, 이토자키지 관음당 정면에 설치된 돌무대에서 공연되는 호토케마이의 출연진은 총 12명이다. 성인 남자 8명에 소년이 2명, 그 외에 춤은 추지 않지만 노래를 하는 어린아이 2명이 출연한다. 성인 8명의 무인들은 검은 두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검은 법의를 입은 채 가사를 쓰고 흰 장갑을 낀다. 머리에는 장식이 달린 천관을 쓰는데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네 사람을 수불(手仏, 테보도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왼손에 작은 북을 들고 오른손에 북채를 들고 있는 두 사람을 타고불(打鼓仏, 다고보도케), 허리에 작은 북을 달고 양손에 각각 북채를 들고 있는 두 사람을 발불(撥仏, 하시보도케)이라고 부르며 이들 네 사람은 머리에 윤광이라는 보관을 쓴다.

그리고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정도의 소년 두 명은 염보살춤을 추는 무인으로 회색에 가까운 청색 법의를 입는다. 그중 한 사람은 금색 연꽃 두 송이를 가지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샤쿠(笏)라고 부르는 삼각형으로 된 장방형의 얇은 판자를 든다. 염보살의 춤은 악사가 연주하는 월천악에 맞추어 추는 것이 성인 8명의 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이들이 전하는 연꽃은 부처님의 자비와 기쁨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외에 카도마모리(角守り)라고 하는 역의 두 명의 아이들이 나오는데 이들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맡는다. 흰 법의(法衣)와 부리(袴)에 머리에는 천관을 얹는데 이들의 소임은 무대 모퉁이에서 합창하며 춤을 지켜보는 것이다. 10명의 무인들이 부처를 상징하는 황금색의 가면을 쓰는데 비해, 카도마모리 역은 흰색의 동자 가면을 씌워 차별화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호토케마이의 출연자 모두가 남자인데 반해, 노래를 담당하는 그룹은 여아를 포함한 여성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불무를 추기 전에 에이카(御詠歌:花和譛)라고 하는 찬불가를 부른다. 북춤-북춤-염보살춤-북춤의 구성으로 이어지는 춤에서, 세 번의 북춤이 외형적으로 바뀌는 것은 북과 꽹과리 장단뿐이다. 수불, 타고불, 발불은 각각 정해진 특징적인 동작을 취하지만, 발불의 몸짓은 수불이나 타고불에 비해 복잡하기 때문에 주로 베테랑들의 몫이 된다. 세 번째 북춤에서는 발불이 마지막까지 남아 기쁨이 언제까지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한편 호토케마이에서 무인이 입는 의상과 가면은 대를 이어 물려받는 것이라 매우 귀중하다. 비록 오래되어 본래의 황금색이 벗겨진 가면은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가마쿠라 시대(1185~1333년)의 오래된 가면도 유물로 보존하고 있다. 이렇듯 소중하게 대물림해온 의상과 소품은 행사 전날 무인에게 건네주는 것이 관례인데, 이는 춤을 봉납하는 무인들의 가족들에게도 부처님의 공덕을 나누기 위해서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토자키의 호토케마이에서는 출연자가 본당에서 돌무대로 등장할 때 무인들이 꽃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꽃길을 걸어가 추는 이 춤에는 부처의 자비와 기쁨을 나누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데, 그 마음이 37가구로 혹은 37호로 구성된 자그마한 마을로 1200년 이상 그 면면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은 꽃길과는 멀어져 가고 있다. 사회의 발달과 저출산이 진행되며 후계자 부족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는 이토자키 지역 출신이 아니면 무인이 될 수 없고, 또 이토자키의 샘물인 산유(産湯)라는 물에 담겨진 장남 출신이어야 한다는 엄격한 자격 조건이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존회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산유를 떠서 병원에 전달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후세들에게 전통을 이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지금의 세대에게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호토케마이를 본 어떤 이는 그 모습이 마치 부처가 또 다른 세상으로 권유하는 것 같아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대를 이어 꽃길을 건너며 추어진 호토케마이가 세월과 함께 켜켜이 쌓아온 가치를 인정받아 미래세대에도 꽃길을 걸으며 그 전통을 이어가길 소망한다.

그것은 “나무와대비의관세음, 귀명정래화화찬(南無や大悲な觀世音, 歸命頂禮花和讚)”이라. ‘관세음보살에 귀의하고, 부처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찬불가를 부르는 이들의 마음이나 우리의 마음도 모두 불국토의 꽃길로 가려는 발원과 다르지 않다. 

정혜진 예연재 대표 yeyeonjae@gmail.com

 

[1529호 / 2020년 3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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