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색계제천중의 해탈문과 게찬
6. 색계제천중의 해탈문과 게찬
  • 해주 스님
  • 승인 2020.03.23 16:25
  • 호수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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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계천왕 해탈문으로 본 부처님 공덕세계는 시공(時空)에 걸림이 없다

부처님께 공양올리는 행, 신심깊고 청정한 공덕행이며 해탈행
4선천을 대표하는 5류중의 색계제천중, 51개의 해탈문과 게찬 
대표되는 천왕의 게찬은 총상이며 여타 천왕들은 별상에 해당 
화엄경권2 변상도. 고려목판.

‘세주묘엄품’의 두 번째 권(화엄경 제2권)에는 색계와 욕계의 상수(上首) 천왕들이 성취한 해탈문이 설해져 있습니다. 또 상수들 가운데서도 대표되는 천왕들이 부처님을 찬탄하는 게송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먼저 색계 천왕으로서는 이미 앞에서 본 묘염해 대자재천왕에 이어서 4선천을 대표하는 광과천왕, 변정천왕, 광음천왕, 대범천왕의 해탈경계가 차례로 보입니다. 제4선천에 대자재천왕과 광과천왕 2류가 있어서 색계제천중이 5류중입니다. 이 천왕들은 다 적정법에 안주하고, 광대하고 즐거운 법문에 안주하며 세간에 이익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불자들은 삼계의 중생들을 인도해 주신다고 하여 부처님을 삼계도사(三界導師)로 예경하고 있지요. 삼계란 욕계·색계·무색계를 말합니다. 욕계에는 인간을 포함한 5취(五趣)와 6천(六天)이 있고, 색계 18천, 무색계 4천이 있습니다. 그런데 색계 18천은 삼매의 경지에 따라서 다시 4선천(四禪天)으로 나누어 부릅니다. 

초선천은 이생희락지(離生喜樂地)이니, 욕망을 여읨으로써 기쁨과 즐거움이 생겨나는 자리입니다. 이곳에는 삼매의 다섯 가지 구성요소인 심(尋)·사(伺)·희(喜)·락(樂)·정(定)이 다 있습니다. 

‘심’은 일으킨 생각이고 ‘사’는 지속적 고찰로서, 각(覺)과 관(觀)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대종소리를 예로 들어본다면, 대종을 칠 때 처음에 ‘땅’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 ‘심’이라면, 계속해서 ‘당~~’ 하고 울리는 것이 ‘사’입니다. 

다음 ‘희’는 희열이고 ‘락’은 행복이라 하겠으니, ‘희’는 환희용약하여 충만한 희열로서 강한 즐거움이라면 ‘락’은 안으로 느끼는 깊고 잔잔한 즐거움입니다. 예를 들면 사막을 헤매다가 오아시스의 물을 발견한 순간 환호성을 지를 만큼 넘치는 기쁨이 ‘희’라면, 물을 마셔서 체득한 즐거움이 ‘락’입니다. 그리고 ‘정’은 마음이 평정되어 지극히 평온한 상태의 삼매입니다. 초선의 모습은 이러한 각관이 있고 희락이 있는 집중된 마음입니다.

제2선천은 정생희락지(定生喜樂地)이니, 선정에 의해 기쁨과 즐거움이 생겨나는 자리입니다. 심·사는 없어지고 희·락·정이 있는 상태입니다. 제3선천은 이희묘락지(離喜妙樂地)이니, 기쁨을 여의고 락·정만 있습니다. 그리고 제4선천은 사념청정지(捨念淸淨地)이니, 즐거움도 사라지고 사념이 청정한 자리이며 또는 버림으로써[捨] 념이 청정한 정의 상태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성도와 반열반도 다 제4선에서 이루어집니다. 부처님은 색계 4선과 무색계 4정(定)을 지나 상수멸(想受滅)의 멸진정(滅盡定)에 드셨습니다. 그런데 성도와 반열반은 멸진정에서 초선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제4선으로 올라와서 이루셨다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 색계의 18천을 다스리는 천왕들이 해탈문을 성취하고 화엄회상에 동참하고 있으니, 이러한 색계천과 해당 화엄성중은 <표4>, <표5>와 같습니다. 광과천은 과보가 광대하고, 변정천은 두루 청정하고, 광음천은 광명으로 음성을 삼고, 대범천은 범천이라는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색계천왕의 해탈경계를 각기 대표되는 천왕의 해탈문과 게찬을 중심으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부처님의 경계가 부사의 함이여/ 일체 중생이 능히 측량할 수 없거늘/ 널리 그 마음에 믿음과 이해를 내게 하시니/ 광대한 뜻의 즐거움이 끝까지 다함이 없도다.” 

제불경계부사의(諸佛境界不思議 )
일체중생막능측(一切眾生莫能測)
보령기심생신해(普令其心生信解)
광대의락무궁진(廣大意樂無窮盡) 
(화엄경 제2권)

부처님께서 중생들에게 믿음과 이해[信解]를 내게 하신다는 이 게송은 광과천왕의 대표인 가애락법광명당(可愛樂法光明幢) 천왕이 소광천·무량광천·광과천의 대중들을 살펴보고 나서 읊은 것입니다. 소광천과 무량광천은 무운천과 복생천이라고도 합니다. 가애락법광명당 천왕은 ‘일체 중생의 근기를 널리 관찰하여 법을 설해서 의심을 끊게 하는 해탈문’을 증득하였던 것입니다. 

구법자 선재동자의 입법계 여정도 신해심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신심과 이해를 같이 말하는 것은 믿음이 있어야 이해가 깊어지고, 바르게 이해해야 믿음도 깊어져서 상호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음 변정천왕의 상수중은 11분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대표인 청정혜명칭 천왕은 일체 중생의 해탈도를 요달하는 방편의 해탈문을 얻었습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 법성이 걸림없음을 깨달으셔서 시방세계에 출현하시어 중생들이 해탈할 수 있게 해주심을 찬탄하고 있습니다. 

“법의 성품이 걸림없음을 요달해 아시는 이여/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널리 나타나셔서/ 부처님의 경계가 부사의함을 설하시어/ 중생들이 해탈바다에 함께 돌아가게 하시도다.” 

요지법성무애자(了知法性無礙者)
보현시방무량찰(普現十方無量剎)
설불경계부사의(說佛境界不思議 )
영중동귀해탈해 (令眾同歸解脫海)

청정혜명칭 변정천왕은 또 부처님께서 생사 가운데 있는 중생들에게 청정한 길을 보이시는 것이 수미음 천왕의 해탈경계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미음 천왕은 ‘중생들을 따라서 생사에 길이 유전하는 해탈문’을 증득하였던 것입니다. 

이어서 광명으로 언어를 삼는 광음천왕의 해탈경계가 소개됩니다. 광음천왕들은 광대하고 적정하며 기쁘고 즐거운 무애 법문에 머물렀습니다. 이러한 광음천왕의 대표인 가애락광명 천왕은 항상 적정락을 받으면서 세상에 내려와서 세간의 고통을 소멸하는 해탈문을 얻었으니, 소광천과 무량광천과 극광천(광음천)의 대중들을 살펴보고 다음과 같이 부처님을 찬탄하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니 여래께서 옛적에 행하신 것이/ 가없는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심이니/ 본래대로의 신심과 청정한 업을/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다 보도다.” 

아념여래석소행(我念如來昔所行)
승사공양무변불(承事供養無邊佛)
여본신심청정업(如本信心清淨業)
이불위신금실견(以佛威神今悉見)

부처님께서 옛적에 가없는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셨음을 가애락광명 천왕이 찬탄한 것입니다.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일이 얼마나 큰 공덕행인지 깊이 새기게 합니다. 공양 올리는 일이 신심 깊고 청정한 공덕행이며, 공양이 바로 해탈행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보현행원중 광수공양원(廣修供養願)은 공양 올리는 수행의 원을 강조한 것이겠습니다. 

색계천중 가운데 마지막으로 대범천왕의 해탈문과 게찬이 보입니다. 대범천왕은 큰 자애를 갖추어서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며 광명을 펴서 널리 비추어 그들로 하여금 쾌락하게 합니다. 대범천왕 중 대표가 되는 시기(尸棄=持髻) 대범천왕은 소행이 청정하여 집착함이 없는 해탈문을 얻어서 불경계를 다음과 같이 찬탄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몸은 청정하고 항상 적멸하여/ 광명을 비추어 세간에 두루하시되/ 모양도 없고 행도 없고 영상도 없음이여/ 허공의 구름같이 이러하게 보여주시도다.” 

불신청정상적멸(佛身清淨常寂滅)
광명조요변세간(光明照耀遍世間)
무상무행무영상(無相無行無影像)
비여공운여시견(譬如空雲如是見)

시기 범왕은 용모가 동자 같고 몸은 하얀 은색이며, 황금색 옷을 입고 선열로 밥을 삼는다고 합니다. 범천왕은 음성방편의 설법 공덕과 선삼매의 방편을 찬탄하고도 있습니다. 

범천왕은 초기경전인 ‘범천권청경’에서처럼 부처님께 권청할 때 자주 나타납니다. 선재동자 역시 역행(逆行)의 선지식을 만났을 때 의심이 생기거나 주저할 때면 범천이 나타나서 의심을 풀고 결단을 하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불국사 석굴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범천왕의 역할이 적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5류의 색계천왕의 해탈문과 게찬이 51개씩 있는 가운데 대표천왕의 게송을 인용해 보았습니다. 이들은 총상이라 할 수 있고 여타 상수 천왕들의 구체적인 다른 경계는 별상에 해당된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색계천왕의 해탈문으로 본 부처님의 공덕세계 또한 시간의 길고 짧음, 공간의 넓고 좁음 등이 걸림 없습니다. 한 찰나에 끝없는 겁 동안의 일이 다 나타나고, 한 모공에 모든 부처님 세계가 다 나타나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시·공간에 제약받고 신해심과 공양 수행이 부족한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합니다. 

해주 스님 동국대 명예교수 jeon@dongguk.edu

 

[1530호 / 2020년 3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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