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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화엄성중 – 호법선신중 ②

기자명 해주 스님

우리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자연계 주관하는 기세간 세주들

불‧물‧바다 등 호법선신 신령스런 역할, 명호 통해 알 수 있어
호법선신들 온전한 가피 위해 자연훼손이나 파괴를 삼가야
우리 삶 더욱 복잡해지면 갈수록 많은 화엄성중 생겨날 수도

‘화엄경 제4권 변상도’ 고려목판.

호법선신들은 세간에서 책임지고 맡아 관장하는 분야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명명된 것으로 보입니다. ‘맡는다’는 말은 지키고 보호한다는 뜻입니다. 대부분 우리가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자연계를 주관하는 기세간 세주들입니다. 호법선신들의 신령스러운 역할과 이미지는 상수대중들의 명호를 통해서도 헤아려 볼 수 있겠습니다. 

‘화엄경’ 제4권에서는 변상도에서도 보이듯이 주화신(主火神)·주수신(主水神)·주해신(主海神)·주하신(主河神)·주가신(主稼神)·주약신(主藥神)·주림신(主林神)·주산신(主山神)·주지신(主地神)·주성신(主城神)·도량신(道場神)·족행신(足行身)·신중신(身衆身)·집금강신(執金剛神) 등 14류 성중의 해탈경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림4 참조> 

‘화엄경 제4권 변상도’ 한글해석. <그림 4>

주화신은 불을 맡아 주관하는 신입니다. 불이 밝은 빛과 뜨거운 열로 중생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잘 맡아 관장하는 신입니다. 불은 대개 두 가지 비유로 쓰이니 하나는 빛, 다른 하나는 열의 측면입니다. 빛은 언제나 지혜의 상징이고 열은 따뜻함과 함께 열뇌 즉 번뇌의 비유로도 사용됩니다. 주화신 상수들의 명호에는 넓은 광명불꽃·광명당기·큰 광명·무진광명·위엄광명·번개광명 등 갖가지 광명이 있습니다. 이 빛으로 허공계를 비추어서 세간의 어두움을 없애고 중생들의 뜨거운 번뇌를 소멸하며, 복덕과 대비와 원력을 성취하게 합니다.  

주화신의 대표인 보광염장 주화신은 일체세간의 어두움을 다 없애는 해탈문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지혜광명을 찬탄하면서 권속인 위광자재 주화신의 해탈경계를 소개한 게송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모든 부처님의 지혜가 가장 깊고 깊으셔서/ 법에 자재하여 세간에 나타나시어/ 능히 진실한 이치를 다 열어 밝히시니/ 위광자재 주화신이 이것을 깨닫고 기뻐하였도다. 

제불지혜최심심(諸佛智慧最甚深)
어법자재현세간(於法自在現世閒)
능실천명진실리(能悉闡明眞實理)
위광오차심흔경(威光悟此甚欣慶)

다음 주수신이 주관하는 물의 중요성 또한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에게 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놀랄만합니다. 주수신의 상수대중들은 널리 구름을 일으키고, 물 소용돌이 일게 하며, 향기롭고 맑으며, 큰소리 기쁜 소리 내는 등의 이미지가 그 명호에 담겨 있습니다.  

아래 게송은 보흥운당 주수신이 중생들에게 평등하게 이익을 주는 자애의 해탈문을 얻고 부처님의 대비공덕을 찬탄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옛적에 대비문을 닦으시되/ 그 마음이 넓고 두루하여 중생들과 같음이라/ 그러므로 구름처럼 세상에 나타나시니/ 이 해탈문은 지족자재 주수신이 알았도다. 

불석수습대비문  (佛昔修習大悲門)
기심광변등중생  (其心廣徧等衆生)
시고여운현어세  (是故如雲現於世)
차해탈문지족료  (此解脫門知足了) 

해마다 입춘 절기가 되면 거의 모든 사찰에서 삼재불공을 합니다. 3재의 위험을 비켜가기 위해 정성들여 기도하는데, 삼재란 특히 수재·화재·풍재를 포함한 위험과 액난 전반을 일컬은 것입니다. 물·불·바람의 위력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집을 지을 때도 물·불·바람을 잘 다스려야 하지요. 혹 엄청난 위력의 태풍과 대화재와 큰 홍수로 가족과 재산을 다 잃은 경우에도 공기와 불과 물을 가까이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우리의 삶입니다. 호법선신들의 온전한 가피를 위해서 자연을 훼손시키거나 파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 주해신은 바다를 맡아 주관하는 신입니다. 중생들을 생사바다에서 건져주고 번뇌바다를 맑히며, 복덕바다를 보시하고 여래의 해탈바다를 보여서 바다의 한량없는 공덕이 중생들에게 이익이 되게 합니다. ‘화엄경’에서 바다의 비유는 특별히 중요한 상징성이 있습니다. 경의 편찬 장소가 바다와 연계되고, 부처님 설법이 해인삼매 속에서 이루어지며, 모든 수행도를 포섭한 십지 보살도가 바다의 10종 공덕에 비유되며, 선재 구법자의 선지식 주처도 해안이 많은 등 바다에 무진장한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차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다음 주하신은 강을 맡은 신이니, 크고 작은 강이나 하천들이 그 역할을 잘 하도록 관리하는 신입니다. 강 또한 생사와 법류에 다 해당합니다. 소나기가 무더위를 시원하게 하듯이 널리 중생들의 번뇌 열을 없애고 법류에서 보리를 얻게 해줍니다.

다음 주가신은 곡식을 맡은 신이며 농사를 주관하는 신이라고도 합니다. 농사로 곡식을 생산하여 일상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잘 살펴주기 때문입니다. 주가신은 부처님의 복전을 나타내어 불법의 종자를 심어서, 중생들이 법식을 얻어 법미를 맛보아 부처님 몸을 성취하게 해줍니다. 

다음 주약신은 병을 치료하는 약을 맡은 신이니, 일체 중생의 마음을 널리 관찰하여 중생들의 고통을 알고 인자하게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중생을 도와줍니다. 염불방편으로 중생들의 병을 소멸하게 해줍니다. 

다음 주림신은 숲을 맡은 신입니다. 나무가 많은 숲속을 걸어보면 상쾌하고 즐거운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겠습니다. 청정한 신심의 싹을 증장시키며 청정한 소리로 연설하여 큰 기쁨을 줍니다.  

주산신은 산을 맡은 신이니, 산은 움직이지 않는[不動] 선정과 높고 수승한[高勝] 수행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고 물이 멀리 흐릅니다. ‘명산대찰’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름난 산에 큰 사찰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찰에 산신각을 지어 산신을 모셔서 산신신앙이 이어져왔습니다. 개인에 따라 무속적으로 산신령을 모시고 산신기도를 하는 이들도 없지 않은데, 그럴 경우 계룡산 산신이 할머니 산신으로서 특히 영험이 크다고 합니다. 굳이 성별을 따지자면 호법선신들이 대체로 다 여성이기는 합니다.     

주지신은 땅을 맡은 신입니다. 땅은 만유를 함장하고 출생합니다. 그리고 일체를 양육하고 의지처가 됩니다. 지지(智地)라 하여 땅은 지혜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주지신은 일찍이 원을 세워 항상 모든 부처님 여래를 친근하여 같이 복업을 닦아서 온갖 복을 성취하였습니다. 선재의 선지식인 안주 주지신은 발로 땅을 밟으니 온갖 보배들이 솟아올랐는데 그 모두가 선재가 심은 복의 과보였습니다.

주성신은 성을 맡아서 수호하고 장엄하는 신입니다. 부처님께서 계시는 궁전이 있는 성을 맡아서 수호하고 장엄해 왔습니다. 또한 성은 마음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심성을 수호하여 지혜와 복덕을 증장해서 자비방편이 자재하게 합니다.  

도량신은 부처님 계시는 도량을 깨끗이 지키고 수호하는 신입니다. 도량이란 정각도량과 보리도량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래 불보살이 도를 이룬 장소를 말합니다. 그래서 도를 이루려고 모여 수행하는 장소도 도량이라고 부릅니다. 도량신은 과거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만나서 장엄구를 비 내려 공양올리고 원력을 성취하였습니다.   

족행신은 발로 다니며 발로 다니는 행위를 관장하는 신입니다. 스님들 중에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면 그 스님에게 ‘족행신이 들렸나보다’라고 치부하기도 합니다. 족행신은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 여래를 친근하여 따르고 떠나지 아니하였으니, 오랜 세월동안 많은 곳을 다녔고 또 다니고 있어 부지런히 정진하는 정근을 뜻합니다.

신중신은 몸이 여럿인 신중신중(身衆神衆)을 뜻합니다. 지난 옛적에 대원을 성취하여 일체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고 받들어 섬겼습니다. 주위에서 많이 바쁠 때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다’고 푸념하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혹시 돌리양처럼 복제해서 몸이 여러 개가 되면 만족될른지요? ‘천개의 강물에 천개의 달[千江有水千江月]’입니다. 마음 따라 얼마든지 몸을 나타낼 수 있겠습니다.           

끝으로 집금강신은 금강저를 잡고 부처님을 경호하는 금강역사를 말합니다. 입은 굳게 다물고 허리에만 옷을 걸친 채 용맹스러운 형상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항상 부처님을 친근하고 공양 올리는 원이 성취되어 수많은 덕행으로 해탈해서 한량없는 신통변화로 모든 세간의 위엄 있는 주인으로 나타나 항상 부지런히 여래를 수호하였습니다. 

이처럼 호법선신들은 낮·밤·방위·허공·바람<제3권>과 불·물·바다·강·곡식(농사)·약·숲·땅·성을 주관하는 세주들과 족행신·신중신·집금강신<제4권>입니다. 그런데 정보와 의보가 둘이 아니라 의정불이(依正不二)이니, 모든 자연이 바로 나의 몸이고 그 신령스러운 힘이 바로 나로부터 비롯된 힘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상과 같이 ‘세주묘엄품’에서는 욕색제천중과 팔부사왕중과 호법선신중을 합한 39류의 화엄성중이 출현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화엄성중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39류 화엄성중보다 훨씬 더 많은 104위 이상이 모셔진 것은, 예부터 민속적이고 무속적인 신들이 불교와 습합되어 화엄성중으로 합류하게 되었던 것임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앞으로 우리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힘들어진다면, 더욱 다양한 분야의 화엄성중들이 늘어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얼마나 변하든 크게 보면 삼종세간을 벗어나지는 않겠습니다. 신중청에서 “석가화현금강신”이라 하였듯이, 모두 융삼세간불의 존재인 것입니다.  

매월 초순에는 거의 전국사찰에서 불자들이 다함께 큰 소리로 화엄성중을 부르는 정근으로 염불삼매에 드는 신중기도를 합니다. 화엄성중의 가피가 온 누리에 퍼지는 환희로움을 맛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해주 스님 동국대 명예교수 jeon@dongguk.edu

 

[1540호 / 2020년 6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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