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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사들 삶으로 조감도 보듯 선사상 이해

  • 불서
  • 입력 2020.06.15 13:43
  • 수정 2020.06.15 13:48
  • 호수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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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한국 선사상사’ / 정운 스님 지음 / 운주사

‘인물로 보는 한국 선사상사’

최근 일어난 하나의 사건과 그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행적을 놓고도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한국불교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화엄사상, 법화사상, 정토신앙 등 다양한 사상과 신앙형태가 결합돼 있고, 참선‧간경‧염불‧주력 등 다양한 수행법이 통용되고 있기에 한국불교의 특징을 규정짓는 것 역시 같을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불교의 근간은 역시 선이고, 선사들의 삶은 곧 한국 선불교의 역사라 할 수 있다.

10년 전 외국 선방에서 1년여를 지내고 귀국하면서 ‘한국불교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의 씨앗을 자신의 마음 밭에 심은 정운 스님(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이 오랜 시일에 걸쳐 옛 스승들의 발자취를 더듬은 끝에 ‘인물로 보는 한국 선사상사’를 펴냈다.

“불교학이든 불교사든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역사학자와 불교학자의 견해가 다르다. 또한 같은 내용일지라도 불교학과 선학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게다가 동일한 주제도 문제의식에 있어 재가학자와 승려 입장의 관점이 다르다”고 전제한 스님은 선학을 전공한 출가수행자의 입장에서 “집안의 일을 관망하는 시각”으로 옛 스승들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한국의 선은 중국선을 받아들였고, 우리나라 선사들은 중국 선사들로부터 법맥을 이어받았다. 때문에 스님은 한국선의 원류에 해당하는 중국 선사들과 사상을 먼저 언급하는 것으로 책을 열었다. 전체적으로 역사적인 관점에서 시대별로 불교사상과 선사들의 선사상을 살피고 있는 책은 그래서 ‘한 권으로 읽은 한국 선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 장은 이 땅에 선의 초석이 다져지는 시기, 즉 고대 동아시아 및 한국불교의 역사적 상황과 그 시대 선사들을 다루고 있다. 둘째 장에서는 선이 씨앗을 뿌리는 시기인 신라 선사들을 신라말 구산선문의 개산과 활동에 초점을 맞춰 조망했다. 이어 세 번째 장에서는 한국불교가 찬란한 꽃을 피운 고려시대 선사들을 살폈다. 덕분에 고려 마지막 국사인 환암과 마지막 왕사인 목암에 이르기까지 기라성 같은 선사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마조도일의 제자 마곡의 법을 이은 무염 스님이 충남 보령에 개산한 성주산문의 흔적을 간직한 성주사지.
마조도일의 제자 마곡의 법을 이은 무염 스님이 충남 보령에 개산한 성주산문의 흔적을 간직한 성주사지.

그리고 네 번째 장은 조선시대 초‧중기 선사들이다. 숭유억불의 참담한 상황 속에서도 굳건하게 한국불교의 맥을 잇고 발전시킨 선사들을 고찰했다. 다섯 번째 장은 조선후기 및 근세 선사들로 장식했다. 200여년에 걸쳐 치열한 선 논쟁을 펼친 선사들과 한국불교의 중흥조 경허 선사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선사들의 다양한 삶의 형태와 수행 면모를 보여준다. 그들 중에는 사자상승의 법맥을 이은 선사가 있는 반면, 이와 무관하게 큰 성취를 보여준 스승이 있다. 또 국내에서 활약한 선사가 있는가 하면, 타국에서 수행력을 인정받고 열반한 선사도 있다. 그 중에는 왕족 및 귀족 출신이 있는가 하면 서민 출신이 있고, 국사나 왕사로 존경받는 선사가 있는 반면에 요승이나 괴승으로 평가받는 이들도 있다. 뿐만 아니다. 한국 선불교의 주류를 이루는 임제종 법맥은 물론이고 홍주종‧조동종‧법안종 등 다양한 법맥을 이은 선사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책은 이처럼 한국 선불교와 선사상의 다채롭고 긴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다뤘다. 덕분에 핵심만을 간결하게 표현한 조감도를 보듯 선의 역사와 사상을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오랜 시간 한국은 물론, 중국 현지를 직접 찾아다니면 찍은 사진과 현장감 있는 필치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저자만의 특장점이다. 선의 전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선사들의 행적과 사상을 통해 한국선을 입체적으로 조망한 책에서 한국선의 저력을 확인 할 수 있다. 2만7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41호 / 2020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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