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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보살대중의 해탈장엄

기자명 해주 스님

보리도량은 온 법계이니 좁고 넓음이 둘이 아닌 세계

세주들은 하나의 해탈문 성취했는데 보현보살은 10개 해탈문 성취
정덕묘광은 문수사리 별호…9보보살의 대표로서 해탈경계를 찬탄
세주보살들은 깨달은 보살마하살…정보와 의보가 둘이 아닌 보살

화엄경변상도 제5권. 고려목판.
<그림5>화엄경변상도 한글해석.

보살들의 해탈문과 게찬은 ‘화엄경’ 제5권에서 보입니다. 보살대중 가운데 먼저 보현보살의 해탈경계가 펼쳐집니다. 보현보살이 부사의한 해탈문 방편바다와 여래공덕바다에 들어가서 해탈문을 성취하고 불세계를 찬탄합니다. 지금까지 세주들은 각기 하나의 해탈문을 성취하였는데 보현보살은 10개의 해탈문을 성취하였습니다. 즉 일체 부처님의 국토를 청정하게 장엄하고 중생들을 조복하여 생사에서 끝까지 벗어나게 하는 해탈문 내지 일체 보살의 수행하는 법과 차제문을 나타내 보여 일체지의 광대한 방편에 들어가는 해탈문 등입니다.

보현보살이 열 개의 해탈문을 성취한 것은 10은 원만수로서 일즉일체(一卽一切)의 십십무진(十十無盡)을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보현보살이 자공덕(自功德)과 여래위신력으로 모든 대중들을 관해보고, 10개의 게송을 읊고 있습니다. 다음은 보현보살의 첫 게찬입니다.     

부처님께서 장엄하신 광대한 세계가/ 일체 티끌 수와 같은데/ 청정한 불자들이 그 안에 가득하여/ 부사의하고 가장 미묘한 법을 비 내리도다.

불소장엄광대찰(佛所莊嚴廣大刹)
등어일체미진수(等於一切微塵數)
청정불자실만중(淸淨佛子悉滿中)
우부사의최묘법(雨不思議最妙法)

부처님께서 티끌 수처럼 많은 광대한 세계에 가득한 청정한 불자들에게 가장 미묘한 법을 비 내리듯 설해주신다는 내용입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 그 광대한 국토에 감도 없고 옴도 없이 다 화현하여 설해주시는 법문을 모두 요달해 알기는 어려우나, 불자들이 다 법계에 들어가게 해주심을 보현보살이 찬탄하고 있습니다.  

보현보살 다음에 정덕묘광(淨德妙光)보살과 9보(九普)보살(보덕최승등광조~보상최승광 보살)의 해탈문이 소개됩니다. 그리고 정덕묘광 보살이 대표가 되어 불경계를 게찬하고 있습니다. 

정덕묘광 보살은 제1권에서는 그 명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제1권에서는 보현보살과 ‘보’자 돌림의 9보보살이 동명중(同名衆)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정덕묘광보살이 9보보살의 대표가 되어 이들의 경계를 함께 게찬하고 있는 것입니다. [변상도와 <그림5> 참조]  

그러면 정덕묘광보살은 누구이며, 어째서 동명도 아닌데 9보보살의 대표가 되어 10개의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있는 것인가?

정덕묘광은 문수사리의 별호라고 합니다.(신화엄경론) 보현보살과 9보보살이 10보로서 총별의 관계로 설명된다면,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은 ‘화엄경’의 양대보살로서 화엄교주인 비로자나불과 함께 화엄삼성(華嚴三聖)으로 존숭되고 있습니다. 두 보살은 원인과 결과, 이법과 지혜[理智] 등이 둘이 아님을 의미하기도 하고, 또 반달처럼 은현자재(隱顯自在)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로 초회에서는 보현보살이 부각되고 다음의 제2회에서는 문수보살이 부각되지만, 실은 두 보살이 다 함께 불세계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현보살이 부각되는 여기서는 보현보살과 다르지 않고 보현보살과 함께하는 문수보살 즉 묘덕정광보살이 9보보살과 합하여 다시 10보 보살로 참예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덕묘광보살은 ‘시방의 보살중회에 두루 가서 도량을 장엄하는 해탈문’을 얻어, 일체보살의 해탈문을 널리 관해보고 해탈경계를 찬탄합니다. 

여래께서 지난 겁 동안 세간에 계셔서/ 가없는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셨으니/ 그러므로 일체가 냇물처럼 달려/ 모두 와서 세존께 공양 올리도다.  

여래왕겁재세간(如來往怯在世間) 
승사무변제불해(承事無邊諸佛海) 
시고일체여천무(是故一切如川騖) 
함래공양세소존(咸來供養世所尊) 

이 게송은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는 공덕을 찬탄한 것입니다. 

이어서 10이명보살의 10해탈문이 소개되고 그 대표되는 해탈광대명보살의 게찬(10)이 이어집니다. 

모든 바라밀과 모든 지위가/ 광대하고 생각하기 어려움을 다 원만히 하셔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다 조복하시며/ 일체 불국토를 모두 깨끗이 장엄하시도다.

제바라밀급제지(諸波羅蜜及諸地)
광대난사실원만(廣大難思悉圓滿)
무량중생진조복(無量衆生盡調伏)
일체불토개엄정(一切佛土皆嚴淨)

이 찬탄의 내용은 해탈광대명보살이 ‘보살의 모든 지위와 모든 바라밀을 출생하여 중생들을 교화하며 일체 부처님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는 방편의 해탈문’을 얻어서 읊은 경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상에서 보현보살을 위시한 동생중 보살세주들의 해탈경계를 만나 보았는데, ‘세주묘엄품’에서는 특이하게도 의보의 일체 장엄구 중에서 나온 무진 보살들도 보입니다. 

여기서 ‘보살’의 의미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보살은 보리살타(bodhi-sattva)의 준말로서 각유정(覺有情)이라 번역됩니다. ‘보리’는 ‘각’이고 ‘살타’는 ‘유정’ 즉 ‘중생’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보살에는 깨달을 중생과 깨달은 중생의 의미가 있습니다. 즉 깨달음을 향해 수행하는 이가 보살이니 범부보살입니다. 그리고 이미 깨달았는데 중생교화를 위해 동사섭하는 이도 보살이니 보살마하살입니다. ‘세주묘엄품’에 출현하는 세주 보살들도 이미 깨달은 보살마하살인 것입니다.      

그리고 불보살의 가르침에 의해 수행하는 깨달을 보살들은 대승보살로서  원에 의한 원생보살입니다. 이 원생보살의 모델은 부처님의 과거생인 본생보살입니다.

그런데 ‘화엄경’에서는 부처님의 광명에서도 보살들이 출현하고, 보리수와 사자좌 등의 의보 장엄에서도 수없는 보살들이 출현합니다. 정보와 의보가 둘이 아닌 보살들인 것입니다. 제5권에서 사자좌 장엄구의 광명 속에서 출현한 보살들을 변상도에서는 통틀어 좌출제대보살(座出諸大菩薩)이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이 보살들은 먼저 각기 공양구름을 일으켜 모든 도량의 대중바다에 공양하였으니, 온갖 마니보석으로 된 꽃구름, 온갖 연꽃의 묘한 향기구름, 온갖 보배가 원만한 광명 구름 내지 일체 장엄구의 마니왕 구름 등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부처님을 오른 쪽으로 수없이 돌고 부처님과 멀지 아니한 곳에 연꽃 사자좌를 만들어 그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았습니다. 사자좌는 사자후를 하는 설법좌인데, 사자좌에서 나온 보살들이 다시 사자좌를 만들어 그 위에 앉은 것입니다.   

이 좌출제대보살들 또한 부사의한 해탈법문을 얻어 그 덕행이 찬탄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해탈문 이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그들 중 상수되는 10보살들이 갖가지로 장엄된 사자좌에 앉으신 부처님을 게찬하고 있습니다. <표10 참조> 

즉 사자좌를 포함하여 보리도량의 땅, 궁전, 보리수 등 모든 의보장엄이 부처님의 신통력에 의한 것임을 찬탄하고, 사자좌에 앉으신 여래께서 원만한 수행으로 이루신 십력, 십바라밀, 십지, 불공덕 등을 찬탄한 것입니다. (공양 공덕을 비롯하여 십력, 십바라밀, 십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에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보리도량에 모인 정보와 의보의 보살들이 증득하고 찬탄한 해탈경계가 펼쳐지니, 그때에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온 대지가 진동하는 상서(6종18상)가 나타나고, 다시 모든 세주들이 환희하여 한량없이 공양올립니다. 이 화장장엄세계해에서와 같이 온 법계 허공계의 일체세계해에서도 모두 또한 이와 같음을 설하고 ‘세주묘엄품’이 마무리됩니다.

보리도량의 화장장엄세계해는 화엄정토이며 온 법계 허공계 역시 화엄정토입니다. 보리도량이 온 법계이니 좁고 넓음이 둘이 아닌 세계입니다. 이 화장장엄세계해에 대한 자세한 모습은 ‘화장세계품’에서 만나볼 수 있겠으나, 보리도량의 해탈장엄으로도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혹 평소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주변의 풍광이 참으로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편안함을 느낀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보리도량의 해탈장엄에 참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안주하게 되길 바랍니다.

해주 스님 동국대 명예교수 jeon@dongguk.edu

 

[1542호 / 2020년 6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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