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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정부 자비회 - 상

시대 앞선 혜안으로 어린이·도심포교 신기원 이룩

1976년 의정부 중심 경기북부 비구니스님 11명 원력 모아 창립
시장서 탁발해 자비회관 건립…지역 유일 불교유치원 세워 포교

1976년 출범한 의정부자비회는 7년여의 노력 끝에 1983년 의정부동에 ‘자비회관’을 건립했다. 준공식에서 혜주 스님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급변하는 사회의 변화상을 보면서 불교 발전을 위해서는 더 이상 산중에서 수행승으로만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뜻을 같이하는 비구니스님 아홉 분과 함께 1976년 음력 8월11일 대원사에서 불교포교와 교육을 위한 첫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서 우리는 포교의 발판이 될 자비회관의 기금을 모으기 위해 매월 순회 모임을 가지면서 500만원짜리 적금을 넣기 시작하였지만, 회비 1만원 씩으로 충당하는 실정이었다.’

1993년 9월12일 의정부시 의정부동에 자리한 자비회관에서는 건립 10주년 기념식이 봉행됐다. 이때에 맞춰 ‘자비회관 10년사’를 발간한 당시 관장 혜주 스님(1925~2004)은 자비회관 건립을 이룩한 의정부자비회(회장 광선 스님. 이하 자비회)의 창립 당시를 이처럼 회고했다. 

1976년 출범한 자비회는 당시 의정부를 중심으로 포천과 남양주 등 경기북부지역에서  수행과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던 비구니스님들의 모임이었다. 회룡사 혜주 스님을 주축으로 대원사 화영, 약수암 보문, 석림사 보각, 자은사 해원, 대각사 대원, 성불사 혜인, 성불암 도일, 송주사 확철, 내원암 재현, 영선암 광선, 원오암 성원 스님이 초기 회원으로 활동했다. 

포교와 교육이라는 원력으로 출범했지만 설립 초기 스님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손꼽아 모임날을 기다렸다. 매월 음력 11일이 되면 스님들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장소는 당대 대강백으로 손꼽히던 운경 스님이 주석하며 강석을 펼치고 있던 의정부동 소재 포교당이었다. 당시만 해도 의정부동은 교통의 요충지로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고 시내로 나와야 했던 스님들이 모이기에는 가장 편리한 위치였다. 자비회 초기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광선 스님은 “당시 포교당에서는 후일 서울에 삼선포교원을 개설하는 비구니 지광 스님이 운경 스님과 함께 강의를 하고 있었다”며 “포교당 내의 지광 스님 거처에서 모임을 갖게 된 것이 후일 자비회관 건립의 인연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단층의 포교당은 서암 박인기 스님이 1973년 매입해 운경 스님에게 기증한 한옥건물이었다. 하지만 작고 낡아 재건축이 불가피했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던 상황. 서암 스님이 입적 직전 포교당 중창의 대작불사를 자비회가 맡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고  당시 내원암 주지였던 성민 스님의 주선으로 1년여 만인 1977년 9월 포교당은 의정부자비회에 기증됐다. 

자비회관 개관식에 참석한 인환 스님(사진 왼쪽 두 번째)과 옆의 운경 스님.
자비회관 개관식에 참석한 인환 스님(사진 왼쪽 두 번째)과 옆의 운경 스님.
 1984년 개원한 자비유치원 첫 입학식. 혜주 스님이 함께했다.

포교와 교육의 원력을 모아 자비회를 창립한 비구니스님들은 경기북부 불교의 구심점이 될 자비회관 건립불사에 두 팔을 걷고 나섰다. 하지만 ‘매월 회비 1만원씩을 모아 넣는 500만원짜리 적금’이 지금의 5억원에 버금갈 만큼 큰돈이던 시절, 회관 건립에 들어가는 공사비 2억2000여만원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큰돈이었다. 스님들은 가사장삼을 수하고 의정부시장에서 거리탁발을 하고 의정부회관에서 모금공연도 열었다. 화주를 찾아 신도집의 문턱 넘나들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회원스님들 각자가 사찰에서 불사와 포교에 진력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스님들은 자비회관 건립을 내 일처럼 여기고 힘을 모았다. 그야말로 고군분투였다.

내원사 재현 스님(1997년 입적)의 사제로 현재 자비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재문 스님은 “당시 의정부 등 경기 북부지역 사찰 대부분은 교통이 나빠 몇 시간씩 버스를 타고 가서 걸어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며 “교통이 편리한 의정부시내에 회관을 건립해 도심포교의 중심으로 삼고 특히 어린이포교에 박차를 가하자는 스님들의 원력이 견고했고 무엇보다 회룡사 혜주 스님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불사였다”고 회고했다. 

비록 스님들이 직접 화주를 하며 십시일반 추진하는 불사였지만 당대 최고 수준의 불교회관을 건립하겠다고 대원력을 품은 비구니스님들은 대만 불광산사를 견학하는 등 미래불교 100년을 담보하기에 부족함 없는 도심포교 전당을 세우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다. 

7년여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1983년 3월 첫 삽을 뜬 자비회관은 같은 해 11월25일 마침내 개관했다. 비구니스님들의 원력이 도심포교의 새 장을 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자비회관은 다목적 공간인 지하 1층과 지상 1·2층에 유치원, 3층에 법당이 자리한 그야말로 ‘현대식 사찰’이었다. 

특히 불교계에서 도심에 회관 형태의 포교당을 세우고 유치원까지 개설한 것은 파격적인 행보였다. 광선 스님은 “당시만 해도 사찰에서 운영하는 불교유치원은 찾아보기 힘든 시절이었다”며 “의정부와 남양주 일대에서 처음 만들어진 불교유치원으로 ‘비구니스님들이 힘을 모아 유치원을 세웠다’는 소식이 화제가 돼 신문에 보도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공동기획 : 전국비구니회·법보신문

 

[1547호 / 2020년 7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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