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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사자상섭(師資相攝)의 의미

기자명 정원 스님

불법 크게 퍼지려면 스승과 제자가 섭수해야 가능

율장엔 사제 관계 상세히 서술
제자 나무라고 일깨울 때 스승
스승 없을 때 늘 찬탄해야 제자
상호 예법 지켜질 때 정법 유지

스승과 제자 되는 일은 인연에 따라야 하지만 부처님 법을 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사자상승(師資相承)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요즈음은 스님들로부터 ‘제자를 두지 않겠다’는 말씀을 자주 듣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형식적으로 유지될 뿐 남남처럼 사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사분율’에 화상은 제자 돌보기를 자식처럼 여겨야 하고 제자는 스승 모시기를 아버지 같이 해야 부처님 정법이 오래 머무르고 불법의 이익이 광대해진다고 하면서, 스승이 갖춰야 할 화상법(和尚法)과 제자가 갖춰야 할 제자법(弟子法) 등 스승과 제자가 각자 지켜야할 의무와 도리 그리고 상호 관계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도선율사는 ‘사분율행사초’의 ‘사자상섭편’에서 여러 율장 속에 들어 있는 스승과 제자의 자격과 역할을 재정리하였다. 그에 따르면 불법이 크게 퍼지려면 스승과 제자가 진심으로 서로 섭수해야 가능하다. 스승과 제자가 마음으로 서로를 잘 돌봄으로써 법과 물질이 함께 갖춰지고, 제자는 날이 갈수록 배움이 깊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행동이 후덕하고 견고해지는 이 모든 일이 스승과 제자가 서로 섭수하고 의지하는데서 가능해진다.

‘사분율행사초’를 해석한 ‘행사초자지기’에서 영지율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시대는 현묘한 교법이 쇠약해지고, 지혜의 바람은 부채질하듯 약하니 재가자는 출가자를 업신여기고 출가자는 비법(非法)에 몰입한다. 게다가 스승은 후학을 잘 인도하고 다스릴 마음도 없고, 제자는 스승을 받들어 행할 의지도 없다. 스승도 제자도 자기의 역할을 버리고 허망하고 비루한 경계에 몸을 맡긴다. 이러니 정법(正法)의 광명을 밝히려 한들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이렇듯 거꾸로 전도된 이들을 구하는 일이 급한지라 안락을 찾을 방도를 주고자 하니 희망컨대 스승을 공경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여 불법이 영원히 멸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

‘선견율’에 따르면 제자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죄업이 되지 않는 행동인지 알려주고, 제자의 잘못을 보면 나무라고 깨우쳐 주는 이를 스승이라 한다. 스승과 마찬가지로 선법을 가르쳐 알게 해주는 이가 아사리이다. 제자의 뜻은 스승보다 뒤에 배우므로 ‘아우(弟)’라 하고, 스승으로부터 배워서 이해를 하므로 ‘아들(子)’이라고 해석한다. 스승(師)의 입장에서 ‘제자(資)’는 곧 아우(弟)와 같고 아들(子)과 같으며, 제자의 입장에서 스승은 곧 형과 같고 아버지와 같다.

‘육방예경’에 따르면 우선 제자는 스승을 공경하고 어려워하며, 스승의 은혜를 생각하고, 스승의 말씀과 가르침을 잘 따르며, 늘 스승을 생각하고 싫어하지 않아야 하며, 스승의 면전이 아닌 뒤에서 스승을 찬탄해야 한다.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방법 또한 다섯 가지가 있는데, 어리석음을 깨우쳐 알게 만들어야 하고, 다른 이의 제자보다 훌륭하게 만들어야 하며, 가르친 것을 항상 잊지 않도록 해주고, 의심을 풀어주며, 제자의 지혜가 자신보다 뛰어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승단에서는 오래 전부터 스승과 제자의 예법이 실천되어 오고 있지만 새삼 이 내용을 짚어본 이유는 어떤 가치들은 세월 속에서 빛이 바랜 것들도 있고, 당연시 여기고 행해지는 어떤 일들은 부처님께서 정하신 법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 간에 예법이 살아있을 때 부처님의 정법이 오래 머물게 됨을 재확인하면서 스스로 얼마만큼 제자의 예를 갖추고 실행해왔는지 반성하게 된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48호 / 2020년 8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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