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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이 경의 이름은…’

기자명 현진 스님

불경 설립된 역사적 배경 이해할 수 있는 대목

부처님이 가르침 전하는 과정서
설법 내용을 산문 혹은 게송화 
부파불교 경전의 근간이 된 것

제13 여법수지분 첫머리는 “세존이시여! 이 경(經)을 어떻게 이름 해야…”라며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쭙는 말로 시작된다. 그런데 경전 안에 ‘이 경(經)…’이란 말이 나올 수 있는가? 심지어 부처님의 답변이 “이 경의 이름은 ‘금강반야바라밀’이며…”라고 되어 있으니 분명 경전의 이름을 말한 것인데. 그러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경전이고 어느 부분이 경전을 객관적으로 언급한 내용인가? 과연 그렇게 나뉠 수 있겠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의문은 불경(佛經)이 성립된 역사적인 배경이 성경이나 논어 등 여타 경전류의 성립배경과는 다르기 때문에 생긴 혼란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유교의 논어나 기독교의 신약성경은 공자님이나 예수님이 직접 저술한 것은 물론 아니요, 그렇다고 당신들이 세상에 계셨을 때 제자들에 의해 정리된 것도 아니다. 모두 스승의 사후(死後)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그 가르침을 따르는 교단의 틀이 어느 정도 형성된 시기를 전후하여 저술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에 반해 불교는 교단인 승가부터 부처님 재세 시에 이미 온전한 모습을 갖추기에 이르렀으며, 효율적인 교육가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신 부처님께선 당신의 가르침[說法]을 단지 제자들이 제 나름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시고 그 내용을 보다 온전히 지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도 전통방식에 따라 가르침의 주요내용을 정리된 산문이나 게송화 하여 기억하게 한 것이라 유추할 수 있으니, 이러한 내용이 초기불전인 니까야의 골격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학술적 전거(典據)까지는 아닐지라도 이러한 유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설화적인 내용이 ‘담마빠다(법구경)’ 게송 368번~376번의 배경이야기로 등장하니, 곧 부처님의 손제자 ‘쏘나’와 관련된 일화이다. 엄정한 ‘금강경’에서 엄정하지 않은 설화를 전개하는 까닭은 ‘금강경’ 속 엄정하지 않은 듯한 내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자 해서이다.

부처님의 제자인 존자 마하깟짜나가 남쪽 변방국인 아반띠국의 꾸루라가라시 근처의 산 위에서 지낼 때 존자의 법문에 감동을 받은 쏘나(Soṇa)꾸띠깐나라는 신도가 출가하고자 하였다. 수행의 어려움을 들어 만류하였으나 기어코 출가하여 정진한 쏘나는 그곳이 변방인 까닭에 3년이 지나 구족계를 받았다. 그 후 부처님을 친견하고자 존자의 허락을 받은 쏘나는 싀라바스티의 기원정사에 계신 부처님께 인사를 드렸는데, 늦은 시각에 도착한 탓에 잠자리가 여의치 않았다. 그러자 먼 곳에서 온 손제자를 어여삐 여기신 부처님께서 당신의 처소인 향실(香室)의 한 쪽을 허락하셨다. 다음날 새벽에 부처님의 요청에 쏘나는 8음절로 된 열여섯 수의 게송을 완벽히 낭송해내고는 부처님의 칭찬을 듣게 되었는데, 현전하는 숫따니빠따의 ‘여덟 게송의 품’인 앗타까왁까(Aṭṭhaka­Vagga)가 그것이다.

숫따니빠따는 그 내용 대부분이 역사적인 부처님께서 운문으로 설하신 고층(古層)에 속하는 불교경전으로 간주되며, 그 후 수세대가 지난 아쇼카왕 때에 비로소 산문이 첨가된 것이라 전해진다. 그러므로 운문으로 된 ‘여덟 게송의 품’의 열여섯 경전들은 더욱이 부처님의 친설(親說)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독립된 경으로도 취급되었던 ‘여덟 게송의 품’은 부처님께서 친히 설하신 가르침으로 당신의 제자인 마하깟짜나에게 전해졌다가 다시 손제자인 쏘나에게 전해지고, 다시 당신의 귀로 그것이 온전히 읊조려지는 것을 들으시고는 당신의 가르침이 바르게 전해진 것이라 더욱 기뻐하셨을 것이리라.

여법수지분에서 구마라집 스님이 ‘이 경(經)을…’이라 번역한 부분의 범어원문은 경(經, sūtra)이 아닌 'dharma­paryāya[法門]'로 되어있는데, 직역 위주였던 현장 스님은 그래서 ‘법문’이라 옮겨놓았다. 법문으로 가르침을 일러주시는 부처님에게 ‘이 법문의 제목은…’이라고 묻는 것도 이상하긴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금강경’이 부파경전을 근간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새롭게 저술된 대승경전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 간극이 어느 정도 메워질 수 있다.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550호 / 2020년 8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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