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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여래현상품’ ① - 대중문법

기자명 해주 스님

법을 묻고 오래 사유 정진하면 부처님 지혜가 나타난다

여래현상품 질문은 총 40문…불보살 즉 과덕‧인행 관한 것
첫 20문의 첫째는 과덕 총상이고 19문은 덕행 개별적 밝혀
질문 내용 경제목서 보이는 불화엄에 대한 전반적 큰 질문

화엄경변상도 제6권. 고려목판.
화엄경 권제6 변상(한글).

‘화엄경’의 두 번째 품(제6권)인 ‘여래현상품’은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신 보리도량에 모여 든 대중들의 문법에 광명을 놓아 모습을 나타내셔서 설법을 해주시는 품입니다.

마음속으로 질문을 드린 청법대중들은 보살들을 포함한 일체 세간의 주인들입니다. 그들은 다 이미 해탈한 분들인데 다 같이 부처님과 보살세계에 대하여 40가지 질문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 입과 치아사이[面門齒間] 그리고 양미간(兩眉間)으로 광명을 놓아 설법을 해주시는 것입니다. 그 여래현상의 경계는 십십무진(十十無盡)으로 장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의아한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청법대중들이 해탈하였다면 어찌하여 계속해서 질문을 하는가? 모든 왕과 보살들의 지위가 원만하고 지극한데 어찌하여 그들에게 의심이 있는가? 이 점에 대해서 고덕들은 중생을 위해서 방편으로 의심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인과가 현격하고 불과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자기 집 조그만 창문을 통해 보이는 허공은 비록 너르지 않지만, 그러나 그 허공이 전체 허공과 다른 것은 아닙니다. 거꾸로 말하면 비록 같은 허공이기는 하나 조그만 창문을 통해 보이는 허공은 그 광활함에 있어서 전체 허공과는 다릅니다. 해탈한 보살 세주들이 불경계에 대하여 질문을 하고 부처님께서 답해 주시는 것이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겠습니다.

‘화엄경’ 전체의 청법과 설법은 다섯 번의 큰 질문과 열 번의 방광(十度放光)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해당 경문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래현상품’은 그중에서 첫 번째 질문과 처음의 두 방광에 해당됩니다. 부처님의 광명은 언제나 비추시는 상광(常光)과 인연 따라 각기 몸의 다른 부위에서 비추는 방광이 있습니다. 열 번의 방광 중 처음 두 방광은 설법 자체를 상징하는 면문치간방광과 가장 높고 깊은 깨달음 법문과 그 법주를 상징하는 양미간방광입니다.

‘화엄경’ 제6권의 변상도에는 다음 일곱 가지 장면으로 ‘여래현상품’의 내용이 그려져 있습니다.<그림 참조>

1. 대중들이 다함께 부처님께 법을 묻다. [大衆問法]
2. 세존께서 입과 치아 사이에서 광명을 놓으시니 시방 일체세계의 보살들이 모여오다. [面門齒間放光集衆]
3. 십억 부처님 세계 미진 수의 보살마하살을 권속보살 대중들이 앞뒤로 둘러싸고 모여와서 결가부좌하다. [眷屬菩薩遶座]
4. 세존께서 미간에서 광명을 놓으셔서 그 광명이 대중들을 비추고 두루 돌아 부처님 발 아래로 들어가다. [眉閒放光遶衆入足]
5. 미간백호상에서 보살들이 출현하다. [眉間白毫相中出菩薩]
6. 미간백호광명에서 나온 승음보살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다. [勝音菩薩偈讚]
7. 관찰일체승법연화광혜왕 등 대중 보살들이 게찬하다. [觀察勝法等菩薩偈讚]

‘여래현상품’ 교설에 대하여 이 일곱 가지 장면의 순차대로 그 졸가리와 중요한 부분을 좀 더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에 모든 보살들과 일체 세간의 주인들이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어떤 것이 모든 부처님의 지위이며, 어떤 것이 모든 부처님의 경계이며, 어떤 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지이며(중략) 오직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열어 보여 연설해주소서.”

‘여래현상품’은 이러한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부처님 정각도량에 모인 보살들을 포함한 모든 세주들이 다 같이 마음속으로 사유하면서 질문을 한 것입니다. 질문은 더 이어져서 총 40문이 됩니다. 고려대장경의 ‘화엄경’이나 고려대장경을 저본으로 한 신수대장경의 ‘화엄경’ 에서는 총 37문이 보입니다. 그런데 봉은사판 ‘청량소초’에는 3문(제불신통, 자재, 법계안립해)을 더하여 40문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대중들의 질문이 끝나고는 모든 보살들의 위신력으로 일체 공양구구름(供養具雲) 가운데 자연히 소리가 나서 부처님을 찬탄하고 청법을 도와주는 게송을 읊습니다. 처음 3문에 대해 거듭 청하는 예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한량없는 겁 동안 수행이 원만하시어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을 이루시고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널리 몸을 나타내셔서 미래가 다하도록 구름처럼 충만하시도다."

“무수한 세계 티끌수 같은 보살들이 이 모임에 함께 와서 다같이 우러르니 그 뜻에 받아들일 만함을 따라서 묘법을 연설하여 의혹을 없애주소서.”

“어떻게 모든 부처님 지위를 요달해 알며
어떻게 여래의 경계를 관찰합니까?
부처님의 가피는 가없으시니
이 법을 보여 청정하게 해주소서."

이것을 포함한 ‘여래현상품’의 40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20문은 보리도량 보살 세주들의 주요 질문으로서 부처님의 과덕에 대한 것입니다. 다음 20문은 모든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설하시는 내용인데, 보살 세주들이 자신들을 위해서도 또한 설해주시길 청하는 것입니다. 이 20문도 10문씩 나누어 볼 수 있으니, 마지막 10문은 보살 인행에 대한 것이고, 앞 10문은 과덕과 인행을 통틀어 질문한 것입니다.

이제 40문의 구체적인 문항을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모든 부처님[諸佛]에 대한 20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⓵지위(諸佛地) ⓶경계(諸佛境界) ⓷가지(諸佛加持) ⓸행하신 일(諸佛所行) ⓹힘(諸佛力) ⓺두려움 없음(諸佛無所畏) ⓻삼매(諸佛三昧) ⓼신통(諸佛神通) ⓽자재(諸佛自在) ⓾능히 섭취할 수 없음(諸佛無能攝取) ⑪눈(諸佛眼) ⑫ 귀(諸佛耳) ⑬코(諸佛鼻) ⑭혀(諸佛舌) ⑮몸(諸佛身) ⑯뜻(諸佛意) ⑰몸광명(諸佛身光) ⑱광명(諸佛光明) ⑲음성(諸佛聲) ⑳지혜(諸佛智)

이 20문중 첫째 모든 부처님의 지위(諸佛地)는 부처님 과덕의 총상이고 나머지 19문은 그 덕행을 개별적으로 밝히는 것입니다.

다음 10문은 의보와 정보, 염오와 청정, 원인과 결과 등 과덕과 인행을 통틀어 질문한 것입니다.

㉑세계바다(世界海) ㉒중생바다(衆生海) ㉓법계가 안립한 바다(法界安立海) ㉔부처님바다(佛海) ㉕부처님 바라밀바다(佛波羅蜜海) ㉖부처님 해탈바다(佛解脫海) ㉗부처님 변화바다(佛變化海) ㉘부처님 연설바다(佛演說海) ㉙부처님 명호바다(佛名号海) ㉚부처님 수명바다(佛壽量海)

그리고 남은 다음 10가지는 인행에 대한 질문으로서 일체 보살(一切菩薩)에 대한 것입니다.

㉛서원바다(一切菩薩誓願海) ㉜발심하여 나아가는 바다(一切菩薩發趣海) ㉝도를 돕는 바다(一切菩薩助道海) ㉞타고가는 승바다(一切菩薩乘海) ㉟행바다(一切菩薩行海) ㊱벗어나 여의는 바다(一切菩薩出離海) ㊲신통바다(一切菩薩神通海) ㊳바라밀바다(一切菩薩波羅蜜海) ㊴지위바다(一切菩薩地海) ㊵지혜바다(一切菩薩智海)

이처럼 질문의 내용이 과덕 중심이고 인행은 그 보다 간략한 것은 ‘여래현상품’ 내지 초회 6품에서 부처님에 대한 믿음과 이해[信解]를 성취하게 하는 뜻이라고 간주되고 있습니다.

40문은 크게 보면 다 불보살 세계에 대한 것이며, 부처님 세계와 다르게 보이는 보살도 역시 부처님께서 부처님 되실 수 있었던 수행법으로서 불세계의 장엄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여래현상품’의 질문은 경의 제목에서 보이는 불화엄에 대한 전반적인 큰 질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이처럼 청법하고 오래오래 사유 정진하면 해인(海印)처럼 일체를 깨달아 아는 부처님의 지혜가 단번에 나타나게 됩니다. 의문과 답이 모두 부처님을 현신하시게 하기 때문입니다.(청량소)

여기서 우리도 잠깐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만약 우리가 부처님을 뵙는다면 어떤 질문을 드리게 될른지요? 평소에는 부처님께 어떤 법문을 청하고 있으며 어떤 법문을 듣고 계시는지요? 품에서 이어지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기 위해서는 먼저 보살들과 간절한 청법의 뜻을 함께 해야겠습니다.

해주 스님 동국대 명예교수 jeon@dongguk.edu

 

[1550호 / 2020년 8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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