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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금강경’ 평생 독송한 시아버님의 수행

기자명 광우 스님

금강경 독송, 자비심 발현 실천행으로 회향

노보살님의 시아버님, 매일 금강경 독송하며 수행
대형 교통사고에서도 상처 없을 정도로 가피 체험
헐벗은 이에 옷 주고 소매치기범 걱정 자비심 갖춰

그림=육순호
그림=육순호

‘공덕주’라는 법명을 가진 불심(佛心)이 아주 깊은 노보살님이 계신다. 현재 분당에 거주하며 곧 구순(九旬)을 바라보면서 늘 아미타불을 부르며 정진하고 있다. 노보살님의 정성스런 기도와 불심은 시아버님께 큰 영향을 받았다. 노보살님이 필자에게 보내준 편지를 여러분에게 공개한다. 시아버님의 뛰어났던 수행력의 일화를 통해 생활 속 불제자로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마음을 되새겨보기 바란다.

스님, 안녕하세요. 늘 좋은 법문 감사합니다. 저는 24살에 시집을 와서 한 집에서 시부모님을 모셨습니다. 시아버님께서는 불심이 아주 깊은 분이셨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시면 늘 아침부터 저녁에 주무실 때까지 항상 ‘금강경’을 소리 내어 독송하셨습니다. 부엌에서 일을 하면 시아버님의 독경 소리가 잘 들리고는 했습니다.

하루는 아버님께서 노구를 이끌고 강원도에 가는 버스를 타신 적이 있습니다. 길이 험했던 시절인지라 대관령 고갯길에서 버스가 바위에 부딪혀 큰 사고가 났습니다. 많은 승객들이 크게 다쳤습니다. 버스에 탑승한 사람들은 큰 부상을 당해 응급차에 실려 갔습니다. 그런데 승객들 중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셨던 아버님께서는 정작 아무 곳도 다치지 않으셨고 어지러움조차 없으셨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아버님께 “정말 기적입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버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기적은 없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금강경'의 위력이 이렇게 대단한 것이다.”

아버님께서는 ‘금강경’의 가피 덕분에 보호받으셨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늘 부처님 말씀대로 실천하시려고 노력하셨습니다. 그래서 늘 무소유를 주장하셨습니다. 제가 털실로 따뜻하게 스웨터를 짜서 입혀드리면 며칠 만에 그 스웨터가 없어지고는 했습니다. 이유를 여쭤보니 길에 헐벗은 사람이 있어서 벗어주셨다고 합니다.

어느 날은 먼 곳에 외출을 하고 오셨는데 옷이 찢겨져 있었습니다. 소매치기를 당하셨는데 지갑을 훔치기 위해 예리한 면도칼로 옷을 찢어버린 것입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그래도 살을 다치지 않아 다행입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죽 돈이 없었으면 그랬겠니. 그 돈이라도 가져가서 살 것을 생각하니 참 다행이구나.”

훗날 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약 두 달 쯤 지난 뒤였습니다. 저는 결코 잊지 못할 아주 생생한 꿈을 꾸었습니다. 아버님이 파랗고 깨끗한 하늘 아래서 하얀 구름 위로 결가부좌를 하고 계셨습니다. 아버님 주위에는 천상의 선녀들이 빙 둘러 모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함께 파란 하늘 위로 쭉 올라가시는데, 저는 하늘로 올라가시는 아버님의 모습이 작은 점으로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꿈에서 깨었습니다. 참 신기하고 너무도 선명하여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 보면 ‘금강경’을 독송하는 분들이 참 많다. 그리고 여러 가지 수행과 기도 정진을 하는 분들도 참 많다. 그런데 주위를 보면 ‘금강경’을 열심히 독송하지만 ‘금강경’의 가르침과 전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여러 가지 수행을 하고 기도 정진을 열심히 하지만 마음공부가 전혀 되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편지에 나타난 시아버님의 수행력은 참으로 놀랍다. 큰 교통사고가 났을 때 몸에 다친 곳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런 가피는 기도하는 불자들 사이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요, 혹은 운이 좋아서 안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 놀랍고도 존경스러운 모습은 그분의 ‘자비심’이다. 경제가 어렵던 시절에 며느리가 직접 짠 고급 스웨터를 헐벗은 사람에게 벗어줄 수 있는 ‘자비의 마음’이 놀랍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힘’이 더욱 놀랍다. 우리 스스로를 반성해보자.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몸으로 실천하기는 얼마나 어렵던가.

소매치기를 당했을 때 분개하고 욕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돈이라도 가져가서 먹고 사니 다행이다’라고 말씀한 그 분의 마음공부가 참으로 놀랍다. ‘금강경’을 입으로만 외운 것이 아니라, ‘금강경'의 이치대로 몸으로써 실천한 수행자의 모습이었다.

과거 중국 송나라 시대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어느 나이가 많은 노파가 있었다. 혈육 한 점 없던 노파는 성도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그저 마을을 다니면서 구걸을 하고 해가 지면 산기슭에서 잠을 잤다. 마을 사람들은 그 노파를 모두 멀리하고 무시하였다. 그런데 그 노파는 항상 쉬지 않고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중얼 거렸다. 사람들이 무슨 소리냐고 물으면 노파가 대답했다.

“‘금강경'을 외웁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노파가 보이지 않았다. 비록 사람들의 무시를 받던 노파였지만 매일 보였던 사람이 갑자기 보이지 않으니 궁금하기는 했다. 그런데 산기슭에 많은 숫자의 까마귀들이 모여드는 것을 사람들이 목격했다. 사람들은 의아하여 까마귀가 모이는 곳으로 가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큰 바위굴 옆에서 한동안 보이지 않던 노파가 죽어있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모습이 펼쳐졌다. 까마귀들이 노파 주위로 몰려들어 부리로 돌을 물어서 노파의 몸에다가 돌무덤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한탄했다.

“우리가 진짜 도인을 몰라봤구나. 오히려 축생들이 도인을 알아보고 무덤을 만들어주고 있었다니.”

비로소 사람들은 후회하며 노파의 시신을 정중히 거두어 수습하였다.

‘금강경’에서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온 우주가 꽉 찰 정도로 보배를 모아서 사람들에게 주는 것보다 차라리 ‘금강경’의 짧은 구절이라도 가르침을 주는 것이 훨씬 뛰어난 공덕이다. 하물며 받아 지니고 독송하며 사람들에게 전한다면 얼마나 더 위대하겠는가.”

‘금강경’뿐만이 아니라 부처님의 모든 진리의 말씀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위대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고 실천하려는 우리의 자세이다. 꾸준히 수행하고 정진할 뿐이다.

광우 스님 마음수행법회 지도법사 kgk515@hanmail.net

 

[1550호 / 2020년 8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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