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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발란타의 사후 재산처리

기자명 정원 스님

부처님이 비구 유산 가지려는 이들에게 하신 말씀

발란타는 재가자와 많은 반연
사후 유산 관련해 곳곳서 분쟁
왕·찰제리·친족 등 소유권 주장
부처님 “승가 귀속 마땅” 밝혀

가야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유명한 시의 한 구절이다. 수행자가 가야할 때를 분명히 알고 아뢰야식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평생 닦아온 수행주제를 놓치지 않고 생생하게 깨어 죽음의 바다를 건널 수 있다면 큰 복이다. 그런데 필자는 우리의 진짜 뒷모습은 어쩌면 생을 떠난 후에 남은 자들이 사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율장의 많은 규정을 탄생시킨 발란타는 아마도 당시 출가자 가운데 재가자들과 가장 많은 반연을 맺은 비구인 듯하다. ‘십송율’에 발란타 비구 사후에 남겨진 물건을 처리하는 얘기가 나온다. 그가 소유했던 물건이 얼마나 많았던지 곳곳에서 분쟁이 일어났다.

부처님께서 슈라바스티에 계실 때였다. 발란타 비구가 임종 후에 남긴 가사와 발우 등 물건 값이 30만양금에 달했다. 코살라국왕 파사익이 말했다. “발란타 비구는 자식이 없으니 그의 물건은 왕인 내게 귀속돼야 한다.” 부처님께서 시자를 보내 파사익왕에게 전했다. “대왕이여! 왕께서는 성읍이나 취락 등을 사람들에게 나눠줬는데, 그 가운데 조금이라도 발란타 몫으로 나눠준 적이 있습니까?” 왕이 대답했다. “나눠주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발란타가 생활을 할 수 있게 힘이 된 사람에게 응분의 몫이 있습니다. 발란타가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대중스님들의 힘이었으므로 그의 물건은 마땅히 스님들이 가져야 합니다.” 왕은 이 좋은 가르침을 듣고는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다.

찰제리들이 말하였다. “발란타 비구는 찰제리 가문의 자손이니 그의 가사와 발우 등은 우리에게 귀속돼야 한다.” 부처님께서 찰제리에게 시자를 보내 말했다. “그대들이 국사, 대사, 관사 등을 맡아 처리할 때 발란타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는가?” “없습니다.” “발란타가 자리에 없을 때 관의 일을 처리하려고 그를 기다린 적이 있었는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발란타는 대중스님들과 함께 갈마했고, 그가 없을 때는 대중스님들이 갈마를 하지 않았소. 그러니 가사와 발우 등은 대중스님들에게 귀속돼야 하오.” 모든 찰제리들이 이 가르침을 듣고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다.

친족들이 서로 말했다. “발란타 비구는 나의 백부, 숙부, 삼촌, 외삼촌이니 그의 가사와 발우 등의 물건은 우리에게 귀속돼야 한다.” 부처님께서 시자를 보내 말했다. “발란타에게 가사와 음식 등을 제공했던 자가 몫을 가질 수 있다. 그에게 가사와 음식을 제공했던 이는 대중스님들이므로 그가 남긴 가사와 발우 등은 대중에게 귀속돼야 한다.” 이 좋은 가르침을 들은 모든 친족들이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다.

발란타는 가사와 발우 등의 물건을 다른 곳에 맡겨 두었는데, 물건이 있는 곳과 다른 장소에서 그가 임종하였다. 물건을 맡고 있던 곳의 비구들과 발란타가 임종한 곳의 비구들이 각자 자신들에게 몫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일을 부처님께 사뢰니 말씀하셨다. “발란타의 가사와 발우 등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의 대계(大界) 안에 있는 현전승가가 나눠 가져야 한다.”

그외에도 여러 상황이 많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출가자가 남긴 물건은 원칙적으로 그가 속해서 생활한 현전승가에게 귀속된다. 가장 큰 이유는 시주자가 대중에게 공양한 인연으로 물건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구가 사망 후 남은 물건들은 당연히 대중스님들에게 귀속돼야 한다. 돈이나 부동산 등 값이 나가는 중물(重物)은 사방승에게 귀속되고, 가사나 발우 등 가벼운 경물(輕物)은 현전승에게 배분한다. `사방승에 귀속된다'는 말은 출가자라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도록 사찰 재산으로 귀속시킨다는 뜻이다. `현전승에게 배분된다'는 것은 망자의 물건을 나누기 위한 갈마가 이뤄질 때 대계 안에 들어온 비구는 누구든지 균등하게 몫을 가진다는 의미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51호 / 2020년 9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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