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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모든 스님들이 존중받아야 한다

기자명 법장 스님

승가는 화합공동체, 평등보시가 마땅

종단과 사찰서 소임 없으면
의식주가 불안한 스님 많아
수행과 공부 매진할 수 있게
승려복지 해결책 꼭 찾아야

현재 우리 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라면 `승려의 복지문제'일 것이다. 다양한 의료와 거주 문제들이 거론 돼 조계종단과 각 본사에서 대책을 위한 방법론이 나오고 있다. `승려의 고령화'와 `출가인구 감소'가 중요한 문제가 돼 현재 남아있는 승가공동체에 대한 추후 복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현대 불교는 사찰 규모나 경제적인 면에서 이전보다 풍요롭고 안락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복지와 노후를 걱정하고 준비한다는 것은 모순일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사찰이나 기관에서 소임을 보는 스님들을 제외하면, 여전히 다수의 스님들이 의식주 문제로 고민한다. 

안거 때마다 선원에서 정진하는 수좌스님들이나 교육기관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스님들의 경우, 문제가 보다 심각하다. 특히 대학에서 연구를 하는 경우 학교까지의 이동거리로 인해 연구에 어려움을 겪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몇몇 스님들끼리 모여 학교 주변에 있는 오피스텔이나 주택에서 거주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수행을 위해 도심지로 나오거나 거처를 따로 마련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그런 문제가 오래도록 이어져오고 있다면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동국대의 경우, 계속해서 기숙사를 확충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부족한 실정이다. 선원의 수좌스님들은 안거를 마친 이후 산철에 머물 곳이 불안정하여 도반의 사찰을 찾거나 도심 외곽에 토굴이라는 이름으로 임대아파트를 마련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승가와 종단에 소속돼 있는 스님들이 수행과 학업을 이어가는데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최근 출가하는 젊은 스님들의 경우, 빨리 비구가 되어 소임을 보거나 포교당을 지어 지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평생 부처님의 제자로 불법을 닦고 여법한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수계의식을 받은 스님들이 의식주를 걱정하고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모습이다. 특히 지금처럼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대에 스님들이 이런 걱정을 한다는 것이 모순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불균형 문제의 원인은 불교가 지나치게 사찰운영자와 소임자를 중심으로 집중되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신도님들이 사찰을 찾아 보시를 하지만, 그 보시가 그 사찰에서만 머물고 승가의 구성원들에게 회향되지 않기에 문제가 더 심화되는 것이다. 

‘범망경’ 제26경계인 ‘영빈의식계(領賓違式戒)’에서는 사찰을 찾아오거나 거기에 소속된 스님들에게 보시를 행하지 않거나, 마땅히 받아야 할 것들을 아끼고 주지 않는 것을 죄로 본다. 또 남몰래 자신만 보시를 받는 것은 불제자가 아니며 축생과 다름이 없다고까지 말한다. 승가는 화합공동체로서 그 안의 모든 구성원들은 마땅히 보시받고, 평등하게 수행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누구는 잘나서 보시를 많이 받고, 누구는 모자라서 빈곤하게 사는 것은 결코 화합하는 집단의 모습이 아니다. 보시를 받는 것에 좌차가 있을 수 있지만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도 종단과 각 본사에서 스님들을 위한 여러 복지방법을 구상하고 실천하고 있다. 다만 그 안에 다시 소임이나 직위로 차별을 두거나, 소속본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구분을 둬서는 안 된다. 현전승가는 그 안의 모든 구성원을 포함하는 것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복지를 실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복지를 실천하는 것은 지금부터 가능한 것이다. 
곧 하안거 해제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와 폭우 등으로 날씨와는 달리 바깥 분위기가 싸늘하기만 하다. 이럴 때일수록 안거를 마친 스님들이 종단과 사찰에서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둘 수 있도록, 따뜻하게 배려해주어 승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손길을 건네야겠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51호 / 2020년 9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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