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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바른 눈으로 바른 법을 배우자

기자명 법장 스님

정법 따르지 않고 삿됨 따르는 것은 죄

변하지 않는 법칙은 연기법
누구도 결코 벗어날 수 없어
시대‧지역에 따라 불교 변천
치병과 신통 강조하면 사이비

불교는 2500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치며 다양한 국가와 언어로 전파돼왔다. 부처님께서 녹야원에서 설하신 팔정도와 사성제의 가르침인 초전법륜도 여러 종파와 사상을 거치며 세분화되고 다양해졌다. 이러한 변천은 불교가 가진 중도적 사상과 포용적 입장에 의한 것으로 어쩌면 이러한 불교의 성격으로 인해 인도를 거쳐 동아시아, 그리고 지금은 전 세계로까지 퍼져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사상의 발전과 종파의 등장 속에서도 단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부처님께서 설하신 `연기법'이다. 세상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에 의해 생성되고 소멸돼 간다는 가르침이다. 이 연기법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유정, 무정 나아가 전 우주에 적용되는 법칙이다. 변화될 수 없고 부정할 수 없으며 누구도 그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부처님은 연기법이 당신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원리를 알게 된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즉 부처님 당신도 정견으로 세상 이치를 알고 순응했으며, 그러한 원인과 결과라는 굴레(속박)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깨달음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르침으로 수행하고 살아가야 할 불교 모습이 여러 시대를 거치며 변화되기도 했다. 특히 불교가 중국, 우리나라, 동아시아 등으로 유입되면서 동양의 노장사상이나 도교 등과 뒤섞여 불교의 본래 모습이 아닌 신비주의적 형태로 변화하기도 했다. 불교를 잘 모르는 일반인 대부분은 스님 혹은 수행자를 마치 중국 무협영화에 나올 법한 무공이나 경공술을 닦고 점을 치거나 예언을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 필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기사님이나 승객으로부터 운세나 점을 봐달란 얘기를 종종 듣는다. 

불교의 무속적‧기복적인 모습도 어쩌면 우리 문화권에서 필요했기에 생겨났고 지금까지 활발히 이뤄지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무속적‧기복적인 모습이 불교의 바른 가르침이 아님을 대중에게 먼저 인식시켜준 뒤, 방편으로써만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저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그러한 것을 행하면서, 그것이 부처님 가피력이고 공덕인 것처럼 대중을 따르게 하는 것은 엄연한 `범계행'이다. 연기법 같은 사상이나 좌선‧염불 등의 수행이 대중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어렵다는 핑계로 기복적인 것만을 행하는 것은 불교를 몰락의 길로 끌고 가는 것이다. 

‘범망경’ 제24경계 ‘포승순열계(怖勝順劣戒)’에서는 바른 정법을 닦지 않고 삿된 가르침을 따르는 일을 죄로 본다. 대승법을 따르지 않고, 이승과 외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은 불성을 끊고 성불 인연을 장애한다는 조목이다. 

현 시대는 이와 더불어 종교의 신비주의적이고 무속적인 면을 보다 주의시켜야 한다. 치병능력이나 신통력 등으로 대중을 현혹시키고 이를 마치 바른 불교인 것처럼 소개해, 불교를 삿된 사이비종교로 만들기도 한다. 

이는 불교만이 아닌 이웃종교 사이비단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 종교라는 표현을 쓰기에도 다소 불편함이 있다. 사람들을 삿된 방향으로 세뇌시키고 주변에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본인들 이익만을 추구한다. 그들은 고통으로부터의 근본적인 구제나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고 화합하는 지혜를 가르치지 않고, 그저 돈벌이나 다단계식의 신도확장에만 힘을 쏟는다.

바른길에는 여러 어려움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길 끝에는 반드시 밝은 빛이 우리를 인도해준다. 그러나 잘못된 길은 눈앞에서는 곧은길 같이 보이지만, 뒤를 돌아보면 한없이 구부러져 있고 어디에 도달할지 알지못한 채 깊은 나락으로 내려간다. 지금 우리가 배우고 닦아나가는 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고, 그 길 위에 있는 우리의 모습이 참다운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 점검해 바른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buddhastory@naver.com

 

[1552호 / 2020년 9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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