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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감정에 대해 ‘명확하게 바라보기’

어떤 것도 실체를 가지거나 독립적이지 않다

감정 둘러싼 주변 환경을 바라보면
행동 속 담긴 습관적 패턴 알게 돼
감정은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기에
붙잡을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아

‘명확하게 바라보기’는 감정과 감정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바라보는 수행이다. 이러한 수행을 통해 우리는 행동 속에 담겨 있는 습관적 패턴을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는 보통 행복하고 기쁠 때는 그 감정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불쾌한 감정이 솟아날 때는 그것에 저항한다. 이 저항이 아무 소용없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습관적으로 그렇게 한다. 

이제 호흡에 집중하면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보자. 현재의 순간에 머물면서, 감정을 저항 없이 완전히 받아들여 보자. 점차 알아차림이 확장되면 우리는 감정을 순수한 상태로 받아들일 수 있고,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감싸 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감정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감정을 느끼고 붙들고 있다가 그 틈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것 같을 때 자신에게 숨 쉴 공간을 줄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감정이 오가게 내버려 두는 법을 익히게 되면, 그 감정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아무리 강렬해도 모든 것이 괜찮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 감정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면 차츰 감정의 표현 방법이 부드러워질 것이다. 우리는 점차 이 부드러운 공간에서 여유롭게 감정과 공감하면서 머무를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갑자기 일어난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하는 자신을 보아 왔다면, 이제는 자신의 감정이 어디서 촉발될지, 어느 순간에 그 감정을 일으킬지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언제 우리가 감정에 대한 마음챙김을 놓치는지, 언제 강렬한 감정이 자신을 압도하는지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이름표들을 모두 떨어뜨리고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바라볼 수 있을 때, 감정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감정과 직접적이고 단순하고 비분별적인 방식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다. 명상은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감정을 더욱 정확하게 자각하고 이해하도록 해 준다. 그리고 어떠한 왜곡도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변화는 주변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니라, 그 세상에 대한 우리의 경험이 완전히 변한 것이다.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감정 에너지는 명료하며 열려 있고 광활하며 빛나는 에너지의 장으로, 어떠한 한계도 없다. 따라서 머물 장소도 없는 것이다. 이 에너지는 모든 개념 이전에 일어나며, 어떠한 준거점에 앞서 존재한다. 이 에너지 안에 나, 너, 여기, 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이 만들어 내는 분별심은 이 열린 에너지에 머물 장소를 정해 주며, 일종의 관계도 만들어 준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면서 우리의 정서적 마음이 보다 강렬하게 다채롭고, 선명하며, 화려해진다. 

수행을 통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눈을 통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의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화’ 또는 ‘욕심’이라고 불리는 독립적인 실체를 찾을 수 없다. 에너지와 분별 개념, 이 두 가지 밖에 없다. 그 어떠한 것도 실체를 가지고 있거나 독립적이지 않다. 우리가 붙잡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늘 하던 대로 한바탕 화를 낼 때, 이것은 에너지의 불안정하며 서로 충돌하는 자질의 표현이다. 그 표현은 둘 중 하나다. 거칠거나 부드럽거나,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거나. 그런데 그 화의 에너지 레벨을 순수하게 바라본다면, 그 본성은 연민이라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또한 온화함, 온기 그리고 열려 있음의 기초적인 감각 그리고 아주 강력한 창의력의 경험이 이 화라는 에너지 장에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52호 / 2020년 9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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