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2. 승가는 모두 평등하다

기자명 법장 스님

특정 스님 신도만의 관계는 승가화합에 악영향

진정  보살도를 닦는 수행자라면
대중과 현전승가 위해 회향해야
자신만을 위한 공양 청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족쇄 채우는 파계행

사찰(절)에는 여러 기능이 있다. 사찰은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기도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나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휴식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최근 템플스테이나 여러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사람들은 사찰문화를 체험하고 스님들과만난다. 즉 사찰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오고가며 함께 어울려 만들어가는 공동체인 것이다. 

사찰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러한 활동을 하며 자연스레 사찰에  있는 스님들과 인연이 된다. 스님과의 만남을 통해 고민상담을 하기도 하며, 친밀한 관계를 이루게 된다. 스님은 사찰을 찾아온 이들에게 좋은 법문과 사찰문화를 안내하며, 불교를 보다 활발히 이끌어준다. 이러한 모습은 참으로 유익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점차 특정 스님과 신도만의 관계가 만들어지면서, 사찰 내 다른 스님에게 소외감을 주거나 종종 불평등한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출가자와 재가자라고 하더라도, 그 전에 사람이기에 자기 욕심이 강하고 좀 더 좋은 것이나 탐나는 것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고 싶기도 하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본능이다. 하지만 출가자는 `보살도를 닦는 수행자'로서 자기를 내려놓고 대중과 승가를 위해 많은 것을 회향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매 법회때마다 독송하는 사홍서원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특정관계는 점차 심화됐고, `누구의 신도' `누구의 신도회'라는 표현까지 자연스레 생겨났다. 같은 사찰 내에서는 모두 현전대중으로서 평등하게 생활하고 보시받아야 한다. 그러나 마치 자기 위세를 자랑하듯이, 신도가 특정 스님과만 얘기를 나누거나 스님이 특정 신도를 자기만 만나게 하는 등 행동들은 적어도 불교의 승가, 수행공동체 모습은 아니다.  

`범망경' 제27경계인 ‘수타별청계(受他別請戒)’에서는 한 승가 내에서 자기만을 위해 신도를 부르거나 자신만을 위한 공양 또는 보시를 청하는 것을 죄로 보고 있다. 물론 신도가 스님의 법문이나 여법한 모습에 감복해 공양 또는 보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양 또는 보시에 욕심을 내, 이를 모두 자기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자신 이외에 다른 이에게는 줘서 안 된다는 행동을 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원효 스님은 ‘보살계본지범요기’에서 계·정·혜 삼학을 성실히 닦는 수행자라고 하더라도, 이 수행을 통해 자기만을 위한 이익이나 명예를 탐한다면 이는 수행하는 그 자체가 점차 깊은 악업을 짓는 행동이 된다고 설명한다.  설사 청정히 계율을 지키는 수행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계행이 아닌 다른 스님의 작은 잘못을 지적해 그 스님이 대중에게 외면받고 자신만이 대중에게 관심·이익을 받게된다면, 이는 계를 지키는 것이 곧 파계하는 행동이 되는 것이다. 

승가 대중은 모두 각자 자리에서 자신에게 맞는 역할들을 하고 있다. 누구 한 명, 허망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들은 다만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말재주가 부족하거나 표현이 서툴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자신이 다른 스님보다 말을 잘하거나 능력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사찰을 찾아오고 보시를 한다면 그것으로 불교가 더 융성해지고 포교가 되니 좋은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공양이나 보시를 자신의 것만으로 생각해 승가공동체 내 다른 스님들을 외면한다면, 이는 자신이 승가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스님을 다른 표현으로 `운수납자(雲水衲子)'라고 부른다. 지나치게 배부르게 되면 물처럼 자연스레 다닐 수 없고, 가진게 지나치게 많아 승복이 무거워지면 구름처럼 어디든 자유롭게 떠다닐 수 없다.  스스로 무거운 족쇄를 채우지 않도록 주변을 살펴보고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안락으로 이끌 수 있도록 참된 사홍서원을 실천해야겠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buddhastory@naver.com

 

[1554호 / 2020년 9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