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6. 수행과 교화의 차제 삼륜교화

기자명 정원 스님

부처님이 중생을 이끄는 3가지 수행·교화 방식

도선율사가 ‘사분율’에서 정리
온갖 신통력 사용하는 신족륜
교리로 지혜 계발하는 설법륜
본격적인 계학 익히는 억념륜

계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쓰다 보니 불교공부를 하는 분들 중 간혹 ‘그럼 다른 것은 제쳐두고 계율부터 배워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불자라고 하더라도 믿음이나 법에 대한 이해의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전법을 할 때는 설령 불자라고 칭하는 이가 있더라도 곧바로 계학부터 강조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때마침 도선율사의 ‘사분율함주계본소’에 이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간략히 정리해 본다. 불교 용어에서 ‘삼륜’ 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삼륜은 ‘사분율’ 권33 ‘수계건도편’에 나오는 1000명의 비구를 세 가지 방식으로 교화한 사건을 참고하여 도선율사가 불법수행과 교화의 원리에 적용한 것이다.

우선 ‘수계건도’의 내용을 살펴보자. 세존께서 1000명의 범지(梵志)를 제도하여 구족계를 준 후에 상두산(象頭山)으로 가셨다. 그때 상두산에는 1000명의 비구승이 있었는데 신족교화(神足敎化), 억념교화(憶念敎化),설법교화(說法敎化)의 세 가지 방식으로 교화하셨다.

신족교화란, 하나에서 무수로 변화하고 무수에서 다시 하나로 돌아오고, 내외를 통달하여 벽을 모두 통과하고, 허공이 아무 장애가 되지 않아서 자재로 유유하여 공중에서 결가부좌를 하거나 새처럼 자유롭게 비행하고, 땅속을 마치 물에 들어가듯이 출몰이 자재하고, 물 위를 마치 땅을 걷듯 빠지지 않고 걷고, 몸에서 큰 불덩이가 난 것처럼 빛을 내는 등 갖가지 신족을 써서 1000명의 비구를 가르친 것이다.

억념교화란, ‘그대는 마땅히 이것을 사유해야 하고 이것은 사유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생각하고 이것은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없애고 이것은 꼭 성취시켜야 한다’라고 기억시키는 것이다. 신통과 지혜로 인해 어둠이 밝아지긴 하였으나 번뇌와 미혹은 아직 끊지 못했으므로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사(事)와 이(理) 두 가지 측면에서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하는 억념이 필요하다. 사억념(事憶念)은 계로써 금지시키고, 경계에 반연하는 허물을 사유하고, 신업과 구업을 경책하고, 항상 굳은 의지로 기억하고 지킴으로써 마침내 번뇌를 멀리하는 것이다. 이억념(理憶念)은 성인의 가르침대로 아집을 끊어야 하나 제어하기가 어려우므로 먼저 현상적 측면에서 금지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즐기고 좋아하는 것을 아예 하지 않고, 하기 싫어하는 것은 반드시 실천하는 것이다.

설법교화란, ‘일체가 불타고 있다. 어째서 일체가 불타고 있는가? 안과 색과 안식이 불타고 있다. 눈이 사물과 접촉한 인연으로 고·락·불고불락의 느낌이 생기는 것이 불타는 것이다. 불타는 것은 욕망의 불, 성냄의 불, 어리석음의 불이다. 생로병사와 걱정근심의 고뇌가 불탄다. 이러한 고를 일으키는 대상과 의식 또한 마찬가지다’라고 법을 설하는 것이다.

보충설명을 하자면 신족륜은 신통력을 써서 상대방이 견고하게 지켜왔던 견해나 믿음을 불법에 대한 신심으로 전환시켜 불교에 입문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설법륜은 사성제, 십이연기, 팔정도 등의 교리를 가르치는 설법을 통해 불법에 대한 믿음과 삶에 대한 지혜를 계발시키는 방법이다. 이는 갓 입문한 초학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경장과 논장을 우선적으로 가르친다. 신해행증 가운데 ‘신해’의 단계에 속한다.

억념륜은 이미 불법에 입문하여 믿음이나 교리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진전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으로 수행을 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 단계에는 반드시 계학을 먼저 행해야 한다. 계학 없이는 정학과 혜학이 올바로 성취될 수 없고, 표면상으로 성취됐다 해도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수행자’란 억념륜의 단계에 들어선 이들이라 하겠다. 부처님께서 구족계를 받고 비구·비구니가 되면 가장 먼저 5년 혹은 6년 율장부터 익히라고 한 것이나 재가불자의 진정한 수행은 삼귀의 오계를 받고 나서부터 시작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55호 / 2020년 9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