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비질란테-하
18. 비질란테-하
  • 유응오
  • 승인 2020.09.27 17:05
  • 호수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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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정의 등지면 저항운동 펼쳐야

사회악 김삼두 일당 맞서며
평면적 서사도 입체성 확보
저항 방법의 핵심은 비폭력

‘비질란테’의 초반은 서사가 평면적이다. 경찰대 학생 김지용이 법원으로부터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뒤 여전히 범죄를 일삼는 사람들을 찾아가 심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김지용의 행위가 개전(改悛)의 정이 보이지 않는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라고는 하나, 범죄들의 면면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된 게 아니라 개인적인 욕망의 충동을 자제하지 못한 것이어서 김지용의 응징 또한 한낱 사적인 복수처럼 여겨진다. 그런 까닭에 과연 김지용의 행위가 ‘자경단’으로서의 명분을 확보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비질란테’의 서사가 입체성을 확보하는 시점도, 김지용의 행위가 명분을 지니는 시점도 김삼두의 조직과 맞서면서부터이다. 김삼두는 세울미래자원의 회장이다. 세울미래자원은 대외적으로는 원자재 수입, 스포츠용품, 게임 개발,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건강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국내외에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마약밀매를 하는 범죄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김삼두의 자금 관리는 청지기라고 불리는 예수교 세례회 목사가 맡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삼두는 총경과도 유착관계를 지닐 만큼 마당발이다. 김삼두와 경찰조직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들쥐라고 불리는 엄재협 차장이다.

김지용이 세울미래자원과 맞서면서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보다 유기적으로 결속되게 된다. 최미려 기자는 방송에 세울미래자원이 사회 거악임을 알리고, 이러한 정보를 DK그룹 조강옥 부회장이 제공한다. 엄재협의 명령을 받아 비질란테를 검거할 계획이었던 조헌 형사는 오히려 김지용으로부터 엄재협의 비리를 듣고서 엄재협과 거리를 두게 된다.

‘비질란테’의 서사가 김지용이 세울미래자원과 맞서면서 입체성을 확보하는 이유는 김삼두 일당은 누가 봐도 사회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요인물 모두 김삼두 일당을 공공의 악으로 여기지만, 이들이 모두 공공의 선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미려는 특종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소시오패스이고, 조강옥은 DK그룹 회장인 아버지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비질란테’의 인물구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지용과 조헌이다. 조헌이 김지용에게 아래와 같은 말들을 건넨다.

“칼에는 손잡이가, 총에는 방아쇠가 있지. 아무리 훌륭해도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냥 흉기야. 없는 게 나은.”

조헌이 김지용에게 이런 조언을 하는 이유는 김지용의 행동이 ‘아무리 심정적으로 옳다고 해도, 법치에 폭력으로 도전하는 것은 반역’이기 때문이다.

‘비질란테’의 독자들은 극단에 서 있는 김지용과 조헌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데, 김지용의 입장에서 보면 ‘사법기관이 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면,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서라도 개인이 나설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조헌의 입장에서 보면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정의도 법의 테두리에서 구현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파스칼은 “힘없는 정의는 무기력하며, 정의 없는 힘은 전제적이다. 사람들은 정당한 것을 강한 것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강한 것을 정당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파스칼의 말대로라면 법은 정당해서가 아니라 강한 것이기 때문에 권위를 얻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평하고 정의로운 법의 실현은 불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사회의 법이 사회의 정의에 부합하지 못할 때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에서 찾을 수 있다. 소로는 부당한 법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인간답게 사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주장한다. 소로에게 큰 영향을 받은 인물은 마하트마 간디이다. 소로의 저항운동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되 저항방법은 비폭력적이었다. 이는 바로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의 연속선상에 서 있으며, 불교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유응오 소설가 arche442@hanmail.net

 

[1555호 / 2020년 9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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