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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순례 9일째] "함께 하는 걸음이 불교 미래 여는 ‘21세기 전도선언’"

‘상월결사의 시대적 의미와 과제’ 주제로
10월15일, 문경STX리조트서 세미나 진행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의 염원을 담아 500km 도보 순례의 대장정을 이어 가고 있는 만행결사 자비순례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동참 대중이 함께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의 의미와 시대적 과제를 모색하는 대중공사의 자리가 마련됐다. 만행결사 자비순례단은 10월15일 문경STX리조트에서 ‘상월결사의 시대적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자비순례 9일차를 맞이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한자리에 모인 대중들은 상월선원의 결사와 자비순례의 의미를 평가하고 과제를 제시한 발제와 토론에 귀 기울이며 앞으로의 순례가 지향해야 할 목표와 순례에 임하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날 세미나에서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은 ‘수행과 전법의 길로써 상월결사’,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혜명 스님은 ‘국난극복의 길로써 상월결사’, 동국대 황순일 교수는 ‘상월결사의 역사적 의의’를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임승택(불교학연구회장), 조기룡(동국대 불교학술원), 김성규(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송일호(동국대 교수불자회장), 최응천(동국대), 김용현(동국대), 안양규(동국대 경주), 석길암(동국대 경주) 교수와 이병두 불교칼럼니스트가 참석했다.

석길암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발제자들은 상월결사의 의미를 수행과 전법, 코로나19의 확산과 탈종교시대에 요구되는 불교의 역할, 그리고 역사적 배경과 의미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은 한국불교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역사적 시기 불교가 보여준 변화와 노력을 조명하며 상월결사의 의미를 비교 평가했다. 자현 스님은 나말여초 고착기에 빠졌던 불교는 남종선을 받아들여 새로운 변화를 추동했고 고려시대에는 귀족화로 타성에 젖어 들었던 위기에 직면해 의천 스님의 천태종과 교관점수, 지눌 스님의 수선사 결사 등으로 고려사회에 충격을 주며 돌파구를 마련했음을 제시했다.

특히 8종의 열반 관련문헌에서 강조하고 있는 순례의 의미에서 이번 자비순례의 뿌리를 찾으며 “하루 30km의 순례와 더불어 매일 같이 1~2시간의 토론이 진행되는 구조는 진정한 구도의 길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만행결사 자비순례는 21세기 진정한 구법의 한 방법이라 하겠다”고 평가했다.

“오늘날 한국불교가 영향력을 잃어가는 것은 불교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승려의 문제라 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한 자현 스님은 “수행과 청정이라는 불교의 본래 정신에 입각한 결사로 고려불교를 변모시킨 지눌 스님의 노력이 현대 한국불교에도 요청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현 스님은 “작은 실천, 작은 노력들이 불교의 침체를 극복하고 풍요롭게 변화시킨 역사는 천막결사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며 “상월선원은 도시 안에서, 그리고 탈종교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이 시대 불교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자비순례는 새로운 방식의 대안과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국난극복의 길로써 상월결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을 모색하다’를 주제로 발제한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혜명 스님은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시대라는 역사적 분기점에서 상월결사와 자비순례가 시사하는 의미를 조명했다. 혜명 스님은 “상월결사는 위례신도시 건설 현장 한가운데 비닐천막으로 지어진 선원에서 외호대중의 시끌벅적한 야단법석 속에 진행된 동중정의 새로운 결사 방식을 제시했다”며 “이는 중생과 유리된 불교가 아니라 중생에게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서는 불교가 되겠다는 서원을 표출한 것이며 ‘중생이 찾아오는 불교’가 아니라 ‘중생을 찾아가는 불교’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조 이래 타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산중불교의 프레임이 시대와 사회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상월결사 태동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지목한 혜명 스님은 “상월결사는 불교 내부적 프레임 전환에 대한 요청인 동시에 대사회적 대응의 프레임 전환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으며 그 핵심은 ‘중생에게 다가서는 불교’ ‘중생을 끌어안는 불교’ ‘중생과 더불어 함께 하는 불교’의 지향에 있다”고 정의했다.

상월선원의 두 번째 행보로 진행되고 있는 자비순례에 대해서도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불교의 진로를 모색하는 동시에 국가와 세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국난극복 자비순례 역시 한국의 불교도들에게 좀 더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서 동참할 것을 요청하는 행보”라고 분석하며 “결국 향후 100년 한국불교가 완연한 중흥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는 ‘부처님의 근본정신’에 부합하면서 사부대중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유효한 대응전략을 보여 줄 수 있는가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는 “명산대찰 중심 불교 수행 전통의 현대적·도시적 전환”이라고 상월선원 천막결사를 정의하며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앞마당에서 벌어진 야단법석은 승가의 수행과 재가의 보시·응원이 하나로 묶이는 연결고리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전제했다. ‘상월결사의 역사적 의의’를 발제한 황교수는 “상월결사가 참서선수행을 통한 용맹정진으로 깨달음으로 향하는 여정이었다고 한다면, 만행결사 자비순례는 그 수행의 결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견고하고 탄탄한 길고 긴 발걸음의 여정이라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특히 자비순례를 인도의 간디가 진행했던 ‘소금행진’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소금행진은 1930년 영국의 소금 독점과 과세에 저항한 비폭력 운동으로 78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출발한 행진의 점점 동참자가 늘어 행진이 끝날 무렵에는 6만여명이 동참한 대규모 행진으로 발전, 인도 독립운동의 출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황교수는 “만행결사는 한국불교가 기존의 침체되고 소극적이며 과거에 안주하는 불교에서 활기차고 적극적이며 미래로 향하고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불교로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것을 널리 알려 한국불교의 새로운 미래를 담보하는 장대한 여정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사회는 이미 4차산업 사회에 진입했으며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즉시적이고 즉각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진단한 황교수는 “만행결사 자비순례는 한국불교의 변화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주변에 있고, 누구든지 직접 볼 수 있고, 누구든지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며, 비록 참여하지 못한다고 해도 마음으로 함께 발원하고 인터넷을 통해 함께 걸어서 모든 불자가 결집할 수 있는 걸음걸음”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발제에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전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조기룡 교수는 “상월결사가 표방한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의 명제는 종교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재정악화, 출가자 감소 등 한국불교가 직면해 있는 과제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다”며 “결사의 정신을 계승해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대안을 제시한 상월결사가 우리 사회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화두와 대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석길암 교수도 “상월결사가 시작된 이후 주변으로부터 상월결사가 무엇인지, 왜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듣는다”며 “이런 질문이 나온다는 것은 이 결사가 이미 대중과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변화”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병두 불교칼럼니스트는 “자비순례 동참대중들이 출발할 때 가졌던 마음은 각기 다르겠지만 이 순례가 끝날 때 즈음에는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가톨릭 산티에고 순례길이 종교를 떠나 전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명소가 되었듯이 이번 순례의 여정 또한 자신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성지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작은 불꽃 하나가 온 세상을 태우기도 하지만 불꽃 하나가 온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도 한다”는 이병두 불교칼럼니스트의 발원에 사부대중은 다시 시작되는 순례의 마음을 더욱 단단히 다잡으며 내일을 준비했다.

문경=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557호 / 2020년 10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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