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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바른 종교인으로의 길

기자명 법장 스님

고난‧역경에서 올바로 견인하는 게 종교 역할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 악용해
삿된이익 추구는 반종교 행태
종교 본래 역할은 대중 의지처 
제악막작·중선봉행 명심 해야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의 삶은 이전과는 너무나 다르고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특히 언택트(Untact·비대면)가 모든 활동의 주류가 되면서, 직장의 업무를 비롯해 학교 수업도 비대면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점차 사람과 사람이 멀어지는 삶으로 변화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블루’라고 하여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끊임없이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대인 관계와 사회 안에서의 역할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는 우리 삶을 송두리채 바꿔놓고 있다.

상황에 맞춰 정부 기관이나 종교 단체는 비대면 상황에서 사람의 온기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구상하고 있다. 또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또 우주의 한 생명체로서 존중받고 관심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노력들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이러한 좋은 의도를 악용하여 이익을 취하려는 이들이 존재한다. ‘코로나 블루’ 치유를 명목으로  사람들을 모아놓고 물건을 팔거나 비대면 상황을 이용해 이전보다 악랄한 형태로 스팸 문자나 보이스피싱을 해 그들을 더 상처받게 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종교 행사와 코로나19로부터 모두가 안전하길 바라는 기도가 많은 곳에서 열리며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지만, 일부 종교 단체와 시설에서는 좋은 취지의 겉모습과는 달리 코로나19를 명분 삼아 “자신들의 종교만이 유일한 미래의 구원자”라는 허위 광고를 하는 경우도 점차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일 때, 판단력이 흐려진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종교가 항상 사람들의 고난과 역경을 함께 했듯이 종교라면 이럴 때일수록 정직하고 바른 손길로 그들을 인도해줘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악용해  삿된 이익을 취하거나, 자신들의 세력확장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이를 종교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순수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할 그들의 신도들이 애처롭고 안타까울 뿐이다. 

‘범망경’ 제30경계인 ‘사친해생계(詐親害生戒)’에서는 “거짓으로 친근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자신이 실천하지 못하는 거짓된 가르침을 보여서는 안 되며, 살아있는 것을 해치거나 도둑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종교인의 자세를 말하고 있다. 

사람들의 의지처가 되어야 할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삿된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이는 이미 종교가 아닌 것이다. ‘사친해생계’에서 말하는 종교인의 정의는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다. 그러나 당연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고 실천되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도림선사(道林禪師, 741~824년)에게 불교의 가르침이 무엇이냐고 묻자 도림선사가 “악한 일을 멀리하고 선한 일을 받들어 행하는 것”이라고 하자, “그런 내용은 누구나가 아는 것”이라고 백거이가 대답한다. 

그러자 도림선사는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는 것이지만 팔십 노인도 지키기 어려운 것이 이 가르침”이라고 한다. 누구나 아는 원칙을 누구보다 잘 지키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이 우리를 바르게 인도해줄 것이며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빛나는 삶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buddhastory@naver.com

 

[1557호 / 2020년 10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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