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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자비를 실천하자

기자명 법장 스님

자리이타 실천 위해 무엇도 아끼지 말라

다른 사람이 역경 처한 것 보고
그들을 위하지 않는다면 곧 죄
코로나로 잃은 일상 되찾는데
불교가 마음의 의지처 되어야

올해 겨울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어느덧 반년 이상의 긴 시간을 지나가고 있다. 초기만 하더라도 다른 나라 얘기같고 금새 백신이 나와 사라질거라 생각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코로나19는 단순한 전염병을 넘어 인류를 위협하는 대재앙으로 변화됐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우리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됐다. 생활 전반에 걸쳐 모든 것이 변했다. 어딜 가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하고, 누구 한 명이라도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마스크를 턱에 걸쳐 쓰는 턱스크를 하면 문제가 있는 사람 정도의 취급을 받는다. 명절이 돼도 자유롭게 고향을 찾을 수 없고, 휴일·휴가에도 마음 편히 바깥 공기를 쐴 수 없다.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시간 속에 갇혀있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한 순간 갑자기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니 이러한 일상은 앞으로도 일정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고 우린 어쩔 수 없이 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야만 한다. 

최근 많은 이들로부터 ‘종교의 역할’에 대한 이야길 듣는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는 민중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앞장 서 그들을 끌어안았다. 그러니 이 시기에 종교 역할이 거론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종교가 종교일 수 있는 가치는 모든 이를 차별 없이 포용하고 사랑하기에 그렇다. 불교를 비롯한 모든 고대 종교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종교관이다. 타종교에서는 ‘사랑’이라고 하고 불교는 ‘자비’라고 하는 그것이다. 

특히 불교는 ‘자비’를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보고 있다. 상대를 배려하고 염려해주는 ‘사랑’을 넘어 상대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삼고, 나아가 그 고통을 자신이 대신 받아 중생을 안락하게 하려는 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다. 자비 실천은 불교가 2500여년 긴 역사 속에서 항상 고유하게 지켜온 삶의 가치다. 코로나19 시국에 불교가 ‘대사회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 토대로 삼아야 하는 것도 바로 이 자비다. 

‘범망경’ 제31경계 ‘견액불구계(見厄不救戒)’는 불교에서 자비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있다. 이 계는 불교 수행자라면 중생이 어려움에 처했거나, 불전이나 사부대중을 다른 이에게 재물을 받고 판매하는 것과 같은 역경에 처해있는 것을 본다면 마땅히 그들을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설령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역경에 처한 그들을 위로하지 않는다면, 이는 죄가 된다고 말한다. 즉 ‘자리이타’ 실천을 위해서라면 무엇도 아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거나 다가갈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불교는 마음의 종교이다. 아프고 다친 외상을 의사처럼 직접 치료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다친 내면을 어루만져 일상으로 돌아가게끔 도와주는 종교이다. 

이러한 불교의 가치와 수행방법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 가장 적합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힘든 이들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지도해주고,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불교 가치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는 신(神)이라는 구세주를 바라는 종교가 아니다. 자력을 믿고 스스로 다시금 견디고 일어설 수 있게, 중생을 지도해야 한다. 우리 마음을 의지하고 그 안에서 단단한 내공을 다시금 만들어 나가야하 한다. 

“땅에 서 넘어진 자, 그 땅을 딛고 일어나라”는 지눌 스님(1158~1210)이 말처럼 망가진 우리 일상이 다시금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불교가 마음의 의지처가 돼주어 중생을 바르게 이끌어 주었으면 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buddhastory@naver.com

 

[1558호 / 2020년 10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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