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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불교적 직업윤리관

기자명 법장 스님

도리에 어긋나지 않고 남 속이지 말아야

만족할 줄 알고 바른 생활하면
반드시 행복한 삶 펼쳐지지만 
남 속이고 사익으로 일한다면
욕망에 시달리는 삶 이어질 것 

불교는 ‘마음’과 ‘실천’의 종교다. 살아가며 경험하고 행하는 일과 이에 따른 마음 자세를 중요시 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기 마음에 투영하고, 마음의 주체자로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종교가 바로 불교이다. 그렇기에 불교에는 ‘업(業)’이라는 특수한 사상이 있다. 자신의 몸(身)·입(口)·생각(意)으로 행한 모든 일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인과응보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업 사상을 중요하게 여겨, 자기가 과거에 지은 행동에 대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조금 더 바르고 행복하게 스스로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를 수행의 요점으로 삼는다. ‘선인낙과 악인고과(善因樂果 惡因苦果)’는 좋은 일을 하면 행복한 결과를 받고, 좋지 않은 일을 하면 괴로운 결과를 받는다는 의미다. 자기가 바른 일을 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이익이 올 것이고, 자기가 바르지 않은 일을 했다면 그만큼 어렵고 힘든 결과를 받게 된다는 뜻이다. 업 사상은 직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론 업 사상은 삶 전반을 포괄한 의미지만, 그 안에 직업도 포함돼 있기에 직업 윤리관도 업으로서 다시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불교가 말하는 바른 직업은 무엇일까.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간단하다. ‘도리에 어긋나지 않고, 남을 속이지 않는 일’이다. 최선을 다해 바르게 생활하는 것이야 말로, 불교가 말하는 바른 직업관이다. 

‘범망경’ 제32경계 ‘횡취타재계(橫取他財戒)’에는 타인에게 피해를 줄만한 도구나 물건을 지니고 있거나, 지인 등 권력가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동은 죄가 된다고 말한다.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준다면 그 자체가 이미 악업이다. 설령 자기가 직접 행동한 게 아니라 타인에게 부탁한 것이라도 누군가에게 피해가 간다면 모두 악업이다. 예를 들어 취직을 부탁하거나 특정 일을 알선하는 것 등 모두 올바르지 못한 행위로 본다. 바른 직업은 바른 행위로 이어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악업을 짓지 않고 올바로 행동해야 한다는 윤리관이 그대로 직업에 이어지는 것이다. 

올바른 행동으로 재물을 취득해야 하고 그 안에서 행복한 삶을 추구할 때 선한 업으로 이어져 행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자기 환경에 늘 부족함을 느끼고 불만을 토로하며 남의 것을 부러워해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 엄친아, 금수저 등은 우리가 만들어낸 허황된 망상일 뿐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부자가 되어서도 이어지고, 높은 권력을 갖고 싶은 생각은 권력에 올라도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다. 욕망이 주는 갈증은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계속될 것이다. 

풍요로운 삶은 멀리 있지 않다. 그저 자기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실현할 수 있다. 남들과 비교해 다소 부족하더라도 초라하지 않을 수 있고, 넘쳐날 정도는 아니더라도 부족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 점차 나아지는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 남의 것만 부러워하고 남 탓만 한다면 그 결과는 고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만족할 줄 알고 바르게 산다면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남을 속이고 오직 자기 이익만을 챙기며 일을 한다면 끊임 없는 욕망에 시달리며 갈증을 느낄 것이고 이는 곧 괴로운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출신과 집안으로  갖춰지는 게 아니라, 행동과 생각으로 만들어진다고 하셨다. 우리가 현재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야할 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아야 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buddhastory@naver.com

 

[1559호 / 2020년 11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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