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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사마타 수행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명상 상태에 머물러

마음 완전히 집중하는 선정이 목적
티베트불교선 아홉 단계 나눠 설명
마음 내면에 고정시키는 게 첫단계
급격한 신체 변화와 황홀경 경험도

사마타 수행은 마음을 완전히 집중하는 선정(禪定)을 목적으로 한다. 사마타를 성취한다는 것은 거친 흥분과 정묘한 흥분, 거친 해이감과 정묘한 해이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마음은 대상에 고정되며 다른 감각들은 닫힌다. 그리고 대상에 몰두하지만 아무런 노력이 들지 않는다. 마치 아무런 돌기가 없는 얼음판 위를 하키 퍽이 미끄러지는 것처럼 어떤 인위적 노력이 필요 없다. 또한 사마타가 나타나면 급격하게 신체적 변화를 느끼게 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황홀경이 몸과 마음에서 밀려오기도 한다. 온몸과 마음을 채우는 이런 황홀경은 별로 쓸모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분명한 표시인 것은 확실하다. 

이런 사마타 수행을 티베트 불교는 아홉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항상 밖을 향하던 우리의 마음을 안의 대상으로 향하게 하여 주의를 내면에 고정시키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호흡 알아차림에서 콧구멍이나 윗입술 위에서 호흡이 지나가는 접촉 감각에 주의를 둘 수 있어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으면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안의 대상으로 향하는 마음을 오래 고정시켜 주의를 유지하는 것이다. 여전히 대상이 아주 명료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이때 산란·혼침으로 마음이 흐트러지면 그것을 인식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산란·혼침과 차분히 머무는 마음이 번갈아 나타나는 상태가 지속된다. 이 시점에서 30~40분 정도 주의를 대상에 머무를 수 있다. 그 시간 동안에 거친 흥분 때문에 대상에 대한 주의를 완전히 놓치거나 가끔 명상에 대해 잊게 된다. 하지만 아주 빠르게 돌려놓을 수 있게 되어 그리 오랜 시간 떠나 있지 않게 된다. 네 번째는 밀착해서 고정하는 단계인데, 마음이 깊은 고요함에 잠기고 한 시간 정도는 대상을 놓치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는 거친 흥분이 일시적으로 극복되며, 마음챙김의 힘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리고 명상은 이제 안정되고 마음은 서서히 길들여지고, 자신의 마음과 다투는 일이 적어지며 산란은 점차 가라앉는다. 이 단계에서는 명상 과정을 감시하는 과정인 내성이 특히 중요하다. 

다섯 번째 단계에서는 거친 해이감을 극복하게 된다. 명상대상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주의의 생생함을 향상시킬 수 있고, 그 대상에 대한 더 밀도 높은 명료한 마음챙김의 순간을 성취할 수 있다. 여섯 번째 단계에서는 정묘한 흥분조차 제거되어 평안해진다. 이 단계를 성취할 즈음이면 우리의 감각은 상당히 줄어들고, 외부 환경에서 오는 자극이 있다 해도 아주 적어진다. 이 시점에서 명상에 대한 모든 정서적 저항은 사라지고, 주의의 지속성은 매우 견고하게 유지된다. 이제 우리가 보는 것이 엄청나게 생생해진다. 이 단계에 안주하기가 아주 쉬운데, 그래도 얻을 것이 남아 있다. 우리가 좀 더 수행해서 가장 정묘한 해이감까지 극복하면 일곱 번째 주의단계를 성취한 것이며, 이를 완벽한 평안이라 한다. 그래도 아직은 내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떠한 해이감이나 흥분이 일어난 위험은 사실상 없다. 

여덟 번째 단계에서는 명상을 시작할 때 별 노력이 필요치 않고, 일단 시작하면 아무런 노력 없이도 진행된다. 이 시점에서는 내성이 별로 필요치 않다. 이 시점에서 외부적 감각들은 닫힐 것이고, 우리는 아무것도 듣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안으로 잠겨 있고, 그저 그 상태를 지속한다. 시간이 느려진다. 조금만 노력해도 마음이 한 곳에 몰입하여 선정에 든다. 하지만 분별과 번뇌가 완전히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분별과 번뇌가 일어나고 사라질 때 집착하지 않고 확고한 알아차림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여덟 번째 주의단계에 익숙해진 힘으로 평등고정이라는 아홉 번째 단계를 얻는다. 그저 이 상태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변성이 일어나게 된다. 에너지가 몸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새롭게 조정된다. 말하자면, 새로운 회로망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명상 상태에 머무를 수 있고, 특정한 대상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아차려 인지할 수 있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59호 / 2020년 11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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