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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여법화합갈마의 성립 조건

기자명 정원 스님

여래 가업 잇기 위해 승가가 알아야 할 두 가지 원칙

율장 전체 요약하면 지지·작지
악법에 속한 행위들은 금하고
선업 증장을 위한 실천이 핵심
인·법·사·처 여법해야 갈마 성립

승가의 화합은 각 현전승가에서 여법(如法)을 기반으로 한 갈마를 실행할 때 온전히 이뤄질 수 있다. 갈마법은 승가가 세속적 가치에 물들지 않고 승가다운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유일한 기준이기도 하다.

바라제목차가 악법에 속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치중하는 지지계(止持戒)라면, 갈마는 승단과 개인이 적극적으로 비법을 척결하고 선업을 증장시키기 위해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작지계(作持戒)이다. 율장의 전체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지와 작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구·비구니는 이 두 가지를 잘 알아야 정법구주의 책임자로서 여래의 가업을 이을 수 있다.

갈마란 ‘업’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업과 이름만 같을 뿐 체성은 다르다. 승가에서 행하는 갈마는 여법하게 갈마교법을 실천하는 것을 업으로 삼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법답게 이뤄져야 한다. 십송율 주석서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구족계를 받은 비구에게 5하(夏)와 5법(法)을 성취한 후에 비로소 스승을 떠나 세간을 유행하면서 배우라고 하셨다. 5하는 구족계 이후 다섯 차례의 하안거를 지낸 것이고, 5법은 범(犯)·무범(無犯)·중죄(重罪)·경죄(輕罪)를 잘 아는 것과 바라제목차를 잘 지키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5하가 되지 않았으나 5법을 성취한 경우에는 세간을 유행하면서 공부해도 되는지 질문하자, 부처님께서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 경우에만 가능하고 그 외에는 불가하다고 답하신다. 심지어 어떤 이가 삼장에 통달하고 삼명(三明)을 증득하고 탐진치 삼독을 없앴다 하더라도 5하가 되지 않았으면 의지사를 떠나지 말라고 하셨다.

또 말씀하시기를, “어떤 이가 스무 살에 구족계를 받고 하납 60년을 채워 80세가 되었다 해도 ‘별해탈경’을 독송하지 않고 의미를 모른다면 반드시 의지사를 두고 배워야 한다”고 하시면서 이런 사람을 노소(老小)비구라고 부르셨다. 이처럼 부처님께서는 구족계를 받은 후 5년까지는 율장을 잘 공부해서 지범개차와 각종 갈마법을 확실히 익힌 후에야 언제 어디에서든 한 사람의 비구·비구니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여법하고 화합된 갈마가 이뤄지려면 갈마교법[法], 처리해야 할 일[事], 사람 수[人], 장소[處] 등 네 가지 조건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법답게 실행되어야 한다. 갈마교법은 대중의 포살, 송계, 안거, 자자 등을 포함한 일체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법규로써 모두 갈마법에 의해 처리되어야 하므로 ‘법’이라고 한다. 사(事)는 갈마교법에 의지하여 처리되는 대중승사와 개인의 일체사무를 가리킨다. 방사를 짓는 일이나,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가사 발우 등을 받거나 내놓는 등의 일이다. 인(人)은 수계나 참회 등 사람과 직접 관련되는 것이다. 계를 받고 나서 혹시 계를 범하면 참회해야 하는데 이 참회법도 갈마법에 따라서 실행한다. 처(處)란 이러한 갈마가 이뤄지는 합법적인 장소로써 작법계와 자연계로 나눈다.

인(人)·법(法)·사(事)·처(處) 가운데 하나라도 어긋나면 여법화합 갈마가 성립되지 않는다. 대중이 모여서 갈마를 마쳤는데 무효가 된다면 시간 낭비는 물론이거니와 수행을 방해하며 불선업을 짓기도 한다. 이렇게 본다면 승가의 생활에서 율장을 벗어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러나 현실을 둘러보면 율장을 논하는 이 목소리가 불자들에게, 특히 출가자들에게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들릴지 충분히 가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가가 시대적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가야할 길을 고고히 걸어가는 수행자를 양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율장 속에 남겨진 부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출가자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확신은 짙어만 간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60호 / 2020년 11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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