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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무심도인’의 ‘보살도’

기자명 선응 스님

마음‧경계 모두 잊는 것이 진실한 법

경계와 마음이 비록 다르지만
그것을 ‘취한다’는 병은 하나
생‧멸에 대한 두가지 견해 없이
오직 ‘한 마음’이어야만 불승

71장은 “‘범부’는 ‘경계’를 취하고 ‘도인’은 ‘마음’을 취한다. ‘마음’과 ‘경계’를 모두 잊는 것이 ‘진실한 법’이다”이다. 황벽(黃蘗,?~850)선사의 ‘전심법요’에서 “‘원각경’의 ‘심지법문(心地法門; 자성청정심)’, 본래 청정한 마음에 알음알이를 짓지 말라”는 내용이다. 배휴(裵休,797~870)가 ‘전심법요서문’에서 “대선사는 조계6조 혜능(638~713) 적손으로 백장(百丈,749~814) 제자다. ‘용흥사(강서성, 842)’와 ‘개원사(안휘성, 848)’에서 법을 묻고 기록해서 ‘심인법(불입문자‧직지인심)’을 ‘광당사(홍주황벽산)’의 선승들에게 인증 받아 857년 집록하다”고 썼다.

‘임제종‧양기파’ 4세 회암(晦岩, ?)이 지은 ‘인천안목(1188, 선종의 약전과 게송을 모은 전서; 조선(1368)간행본; 명(1586)간행본)’에서 ‘임제4요간(料簡)’을 전한다. ‘요간’은 정현(鄭玄,127~200)의 ‘상서대전’에서 ‘마차’와 ‘말’을 분류해서 양을 측정하고 선택한다는 뜻에서 기원하며, 천태는 ‘문답’이라고 해석하였다. ‘임제종’에서 제자의 근기에 따라 ‘아집’과 ‘법집’을 타파하기 위한 지도법이다. 

“첫째 ‘사람’을 빼앗고 ‘경계’를 빼앗지 않으며, 둘째 ‘경계’를 빼앗고 ‘사람’을 빼앗지 않으며, 셋째 ‘사람’과 ‘경계’를 함께 빼앗고, 넷째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사람’을 빼앗는 것은 ‘아집’이고, ‘경계’를 빼앗는 것은 ‘법집’으로, ‘아집’과 ‘법집’을 벗어난 경지에서 조차 자유로운 것이 ‘최상승법’이다. ‘전심법요’에서 ‘도인’이란 ‘마음’을 알아 본래의 근원을 통달한 ‘사문’이다. 

서산의 해석은 “‘경계를 취한다는 것’은 사슴이 허공의 꽃을 (잡으려고) 뛰는 것과 같다. ‘마음을 취한다는 것’은 원숭이가 ‘달그림자’를 잡는 것과 같다. ‘경계’와 ‘마음’이 비록 다르지만 ‘취한다는 병’은 하나다. 이것을 합해서 ‘범부’와 2승(성문‧연각)을 논한다”이다. ‘능가경’과 ‘호법(護法,530~561)’의 ‘대승광백론석론’ 등에서 ‘미혹된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전심법요’에서 “‘범부’는 ‘6정(색‧성‧향‧미‧촉‧법)’으로 ‘6도(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도‧천도)’를 행하고, ‘도’를 배우는 사람이 ‘일념’에 ‘생사’를 분별하면 ‘마군도’에 떨어지고, ‘일념’에 모든 견해를 생하면 ‘외도’에 떨어진다. ‘생(生)’이 있음을 보고 ‘멸(滅)’에 나아가면 ‘성문’이며, ‘생’이 있음을 보지 않고 오직 ‘멸’이 있음을 보면 ‘연각’이며, ‘법’이 본래 ‘생’이 아니고 현재도 ‘멸’이 없다는 두 가지 견해를 생기하지 않고 오직 ‘한 마음’이어야 ‘불승’이다”고 설한 내용이다. 

게송하시다. “하늘과 땅에는 진(BCE.900~206)의 해와 달이 일찍이 없었고, 산과 바다에는 한(BCE.202~CE.220)의 임금과 신하가 보이지 않는다.” ‘아집’과 ‘법집’이 없는 ‘무심도인’의 마음이다. 

72장에서 “‘성문’은 숲에서 고요히 앉아서 ‘마왕’의 핍박을 입고, ‘보살’은 세간에서 유희하지만 ‘외도와 마군’이 찾지 못한다”고 했다. 

해석하시다. “‘성문’은 고요함 취해서 수행을 삼기 때문에 마음이 움직인다. ‘마음’이 움직이면 ‘귀신’이 본다. ‘보살’은 ‘자성’이 저절로 공적하기 때문에 자취가 없다. 자취가 없기 때문에 외부의 ‘마군’이 보지 못한다. 이것을 합해서 ‘이승’과 ‘보살’을 논한다.” 삼매만 닦는 ‘묵조선’을 경책한 것이다. ‘원각경‧7위덕자재보살장’의 ‘3관법’은 첫째 삼마타(止觀,samatha)는 ‘지관삼매’의 ‘신심’이고, 둘째 삼마발제(等至,Samāpatti)는 ‘환화(幻化)’인 줄 깨달은 ‘2승(4제성문‧12연각)’의 ‘환희지’며, 셋째 선정(禪定,dhyāna,jhāna)은 ‘적멸지’에서 ‘일원(○)’을 깨달은 ‘10지(법운지)보살’이 중생을 교화한다. 

게송하시다. “3월에 꽃 떨어지는 길에서 일없이 노니는데, 어느 집은 시름에 잠겨 꽃비 내리는 문을 닫는다.” 한표(韓淲, 1159~1224) ‘간천집’의 “아득하게 녹아내린 들 물은 울타리 밑까지 이르고, 한없이 푸른 산은 멀리 산촌에 접해 있네”라고 한 후구다. ‘경덕전등록‧풍혈연소(風穴延沼, 896~973)전’에는 “‘유’와 ‘무’가 모두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에 대한 답으로 ‘원융무애’한 경지다.

선응 스님 동국대 불교학 박사 sarvajna@naver.com

 

[1560호 / 2020년 11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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