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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중독과 마음챙김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 욕망 느슨해져

중독은 아픔을 차단하려는 욕구
벗어나려 할수록 단단히 조여와
회피하려 말고 마음을 관찰하면
욕망에 점령당하지 않을 수 있어

우리 몸이 특정 물질에 대해 문제적이고 파괴적인 남용 패턴으로 길들여진 상태를 일반적으로 중독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특정 ‘물질’뿐 아니라 ‘행동’ 패턴에 강박적 성격이 있을 때도 중독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중독은 나에게 아픔을 주는 대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하려는 욕구에서 생긴다. 하지만 아픔을 차단하면 현재 순간에 대한 단순한 경험으로부터도 단절되고 만다. 그리고 우리가 중독 행위를 없애려 할수록 중독은 더 힘을 얻는다.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그물에 더 단단히 걸려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중독에 맞서 그것을 없애려고만 하면 중독이 가진 힘을 오히려 키우는 형국이 되고 만다. 어떻게 하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생각을 집착하지도 회피하지도 않으면서 관찰하는 방법이다. 그것이 바로 마음챙김 명상이다. 마음챙김이란 현재 순간에 대한 알아차림과 수용을 특징으로 하는 열린 마음을 말한다. 마음챙김은 유일하게 실재하는 지금 이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순간 깨어 있다는 것은 미래나 과거에 사는 것이 아니다. 또 미래와 과거에 빠져있는 자신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마음챙김으로 깨어 있을 때 우리는 즐거움을 움켜잡으려 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욕망에 점령당하지 않을 수 있다. 깨어 있으면 우리는 그 욕망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을 수 있으며, 그 생각에 끄달리지 않게 된다. 그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에서 기쁨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럴 때 우리는 부정적인 반복 사이클에 가두는 고착된 행동 패턴을 더 쉽게 해체 시킬 수 있다.

그러나 마음챙김으로 깨어 있지 못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경험의 자양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다. 그러면 우리의 정신 상태는 일종의 기아상태에 빠지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실제와 무관한 환상과 두려움에 시달릴 수도 있다. 나아가 굶주린 마음을 채우기 위해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된다. 어떤 사람은 약물이나 알코올에 의존한다. 약물이나 알코올은 마치 배는 부르지만 영양가 없는 패스트푸드와 같다. 

이제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편안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보자. 그리고 이때 일어나고 사라지는 생각들을 가만히 관찰해보자. 그러면 생각들이 서서히 힘을 잃어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독의 충동이 일어나면 그 충동을 여느 생각과 다르지 않은 또 하나의 생각으로 무심히 바라보자. 그리고 중독의 충동은 그저 오랜 기간 쌓여온 업이자, 마음이 조건화된 상태일 뿐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함으로 우리는 중독 충동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과 함께할 수 있다. 충동에 힘을 싣지도 거부하지도 않으면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충동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중독으로 인한 습관이 우리에게 행사하는 장악력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 

명상할 때 일어나는 산만한 생각들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면 오히려 괴로움과 긴장만 커지듯, 중독 행동에 탐닉하려는 충동을 억누르면 긴장과 괴로움만 커질 뿐이다. 중독 충동이 일어날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 일어나고 사라지는 생각들에 이 방법을 적용해보아도 좋다. 그러면 중독 물질에 대한 충동이 일어났을 때 훨씬 수월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면 일어나는 생각이든 충동이든 그것과 맞서 싸우지 않고 부드럽게 감싸 안게 된다. 

마음챙김 명상은 중독에 빠진 마음 상태를 해결하는 훌륭한 해독제이다. 이를 통해 중독자들은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으며, 더 큰 명료함과 평정심, 평화와 통찰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다시 일구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60호 / 2020년 11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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