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세계 3대 불교유적과 불교음악 ① 미얀마 바간
22. 세계 3대 불교유적과 불교음악 ① 미얀마 바간
  • 윤소희 교수
  • 승인 2020.11.16 17:59
  • 호수 156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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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쇠로 만든 유율 타악기와 춤이 결합된 바간 주악도

미얀마 사람들 일상에 늘 존재…촛불 들고 추는 촛불춤 대표적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연합국인 만큼 수없이 많은 악기들 존재
하프류 ‘사웅 가욱’ 비파를 타며 시편 노래하던 다윗 왕 떠올라
미얀마 바간 전경.

세계 3대 불교 유적으로 불리는 미얀마의 바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는 모두 동남아 지역에 있다. 통시적으로 보면 775~860년 샤일렌드라왕조에 의한 보로부두르가 가장 이른 시기이고, 11~13세기 무렵의 바간, 12~13세기 크메르에 의한 앙코르왕조 순이다. 보로부두르가 축조될 당시 한반도에는 불국사를 짓고(751) 장보고가 청해진을 다스렸으며(828) 당풍범패를 배운 진감선사가 귀국(830)한 통일신라와 연결된다. 바간과 앙코르와트가 세워지던 후기 무렵 한국에는 티베트불교가 들어와 이전의 당풍과 티베트풍이 우리네 향토색깔과 퓨전화된 불교 문화가 시작되었다.

미얀마의 바간은 874년 핀비야왕에 의해 최초로 수도가 된 이래 각 왕의 치세마다 수도를 바꾸는 버마족의 전통에 의해 수도의 지위를 잃었다가 버마 최초의 통일 왕조를 이룬 아나우라타왕에 의해 다시 수도가 됐다. 중국, 캄보디아, 인도, 스리랑카풍의 다양한 사원과 탑을 건설하였다. 1993년 미얀마의 유적관리국 조사에 따르면 바간에는 524개의 탑과 911개의 사원, 416개의 수도원, 892곳의 벽돌 무더기가 있었다. 이러한 자료에 미루어 볼 때, 바간왕조 시절에는 적어도 4446개 이상의 사원과 탑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는 작은 탑과 사원을 모두 합해서 총 3122개의 유적이 존재한다. 

비교적 벽화가 잘 보이는 탑의 내부.

이곳에 조성된 탑의 유형은 크게 제디(Zedi), 퍼토(Phato), 떼인(Thein) 세 가지다. ‘성스러운 보관소’라는 뜻의 제디는 사리를 모시는 ‘다토제디(Dhato Zedi)’를 줄인 말로써 안으로 들어 갈 수가 없다는 점에서 ‘스투파’와 같다. 퍼토는 탑 안에 불상을 모시고 있어 안에 들어가 예배를 할 수 있고, 떼인은 수도원이다. 이들 중 ‘노예’라는 말에서 비롯된 ‘파야(Paya)’가 있는데 이는 노예로 잡혀온 전쟁 포로들이 지은 사원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가장 오래된 탑인 부파야 파고다는 850년에 세워졌고, 11세기 중반에 세워진 쉐지곤 파야(Shwezigon)는 불치사리를 등에 실은 코끼리가 멈춰선 자리에 지어진 일화가 있다. 수많은 탑 중 인도의 동굴 사원을 본 따 만든 아난다사원은 12세기 초에 완공된 데다 보존이 뛰어나 많은 순례객이 모여든다. 

바간왕조 최후의 탑인 밍갈라제디는 ‘축복’이라는 뜻으로 미얀마의 인사말인 ‘밍글라바’와 같은 말이다. 1277년에 지어진 이 사원은 ‘축복’의 이름과 달리 왕조의 멸망을 맞이하였다. 나라띠하빠띠왕은 6년의 시간을 들여 이 파고다를 지은 다음 “나는 여기서 하루 300가지 종류의 반찬으로 식사를 하며 3600만명의 군대를 거느리고 있다”라는 비문을 세워 본인과 제국의 영광을 과시했다. 의기양양했던 그는 몽고에서 보낸 사신을 처형하며 몽골과의 긴장을 촉발하였고, 마침내 몽골군의 침공을 견뎌내지 못하고 도망을 가서 “중국으로 피해 도망간 왕”이라는 뜻의 ‘떼욕삐민(Tayok Pyemin)’으로 불리는 불명예를 안았다. 요즈음은 해질녘 온 세계 사람들이 모여와서 석양을 찍느라 카메라 셔터가 시끄러운지라 왕조의 해가 지는 것과 일몰이 교차하는 모습에 씁쓸하였다.

외적으로 보면 바간의 몰락이 몽골의 침략이었지만 탑에 대한 과도한 신앙은 그 이전부터 쇠락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를 마누하탑에서 볼 수 있다. 남부 몬왕국 떠퉁의 왕은 바간의 아나우라타왕에게 잡혀 왔다가 풀려난 뒤 자신의 보석 반지와 모잘 왕비까지 팔아넘긴 자금으로 마누하탑을 건립하였다. 아내까지 팔아 탑을 지은 터라 마누하 탑 한편에는 흘겨보는 모잘왕비가 그려져있다. 무리하게 탑을 짓는 것에 대해 눈을 흘기는 존재들이 어찌 모잘왕비뿐이었겠는가.  

허물어진 왕국과 마찬가지로 탑의 내부에는 페인트가 벗겨진 그림들이 힛끗힛끗 남아 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곳곳에 보이는 주악도들을 카메라에 담고 나오니 그것을 재현한 그림들을 곳곳에서 팔고 있었다. 이들 그림의 유형을 보면 머리에 관을 쓰고 있는 것은 주로 궁중 악사와 무희들이고, 관을 쓰지 않은 사람들은 민간의 예인들이다. 한국에서 세계 민족음악 축제가 열렸을 때, 수많은 별 중 유난히 아름다운 음악이 미얀마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미얀마 음악인지라 미얀마 현지에서 연주를 보고자 수소문해보니 군정 통치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연이 허락되지 않아 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궁여지책으로 가게 된 곳이 양곤 깐도지 호수의 꺼러웨익 디너쇼였다. 주로 대중 가수들이 노래하는 한국의 디너쇼와 달리 꺼러웨익은 궁중 악가무부터 미얀마 연방의 여러 민족 악가무까지 최고의 예인들이 공연하고 있었다. 미얀마는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연방국이므로 같은 악기라도 지역마다 명칭이 다르고, 민족마다 그들만의 고유한 악기가 있지만 이들 음악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다른 동남아 지역과 같이 놋쇠로 만든 유율 타악기 음악이 많은 점, 둘째는 버마 전통 무용과 결합된 악가무가 많은 점이다. 그래서 바간탑에 그려진 주악도를 보면 대개가 춤과 함께 그려져 있다. 

미얀마에는 남자들도 치마를 입는데, 공연에서도 마찬가지다. 남녀의 차이라면 여인들은 바닥에 끌리는 긴 치마를 입고 춤을 추는지라 발동작은 주로 치맛자락을 차 올리는 동작이었다. 미얀마 연주팀과 수년간의 교류를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촛불춤이었다. 일반적인 공연장에서는 그냥 촛불을 들고 추지만 제대로 된 춤은 불단 앞에서 기도하며 초에 불을 붙인 후 무대의 불이 꺼지고 춤을 춘다. 손바닥에 촛불을 올려놓고 아무리 팔을 돌리고 흔들어도 촛불이 떨어지지 않았다. 공연을 마치고 무용수와 함께 여행하였는데, 그녀는 8살 때부터 촛불춤을 추기 시작해 20여년을 연마해 오고 있었다. 미얀마에는 촛불춤 경연대회도 있다 하니, 그 저변에는 한없는 불심이 있다.

벽의 상단에 그려진 주악도, 그림 일부분이 아래 그림에 담겨있다.<br>
벽의 상단에 그려진 주악도, 그림 일부분이 아래 그림에 담겨있다.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바간 주악도. 궁중악사.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바간 주악도. 민간악사.

동남아에서 가장 영토가 넓은 데다 여러 부족의 연합국이므로 나라 전체를 보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악기들이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기악 합주 ‘사잉 와잉(Hsaing-waing)’이다. 이러한 합주는 인도의 영향을 받았던 2~10세기 사이에 미얀마로 유입된 이래 궁중의례·종교의식·민속축제 등에서 폭넓게 사용되어오던 것으로, 팟-와잉, 키-와잉, 마웅 자잉, 네(관악), 마웅(징)의 다섯 악기로 이루어진다. 팟 와잉(pat-waing)의 주자는 합주의 리더이다. 이 악기는 남인도의 므리당감(Mridangam)처럼 생긴 30cm 정도 길이의 북을 원형의 나무 틀에 음고 순으로 배열하고, 연주자는 원형의 나무틀 가운데 앉아서 북의 윗부분을 손가락으로 쳐 소리를 낸다. 나무틀의 외곽은 화려한 무늬 위에 금색 칠을 하여 높이가 1m 정도 되므로 객석에서 보면 연주자의 머리와 어깨만 보인다.

키 와잉(kyi-waing)은 여러 개의 놋쇠 공(Gong, 냄비 뚜껑 모양)을 원형의 나무 틀에 음고의 순서대로 배열하고. 연주자는 틀 가운데 앉아서 나무 채로 공의 중앙에 튀어나온 꼭지를 두드려 소리 낸다. 이 악기는 태국의 공-웡(Gong-wong)과 사적(史的)인 관련성을 지니고 있으며,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도 볼 수 있다. 마웅 자잉(Maung-zaing)은 18개의 공을 다섯 줄로 배열하여 만든 유율타악기인데, 키 와잉의 공보다 대체로 큰 공으로 구성되며 1920년에 처음 쓰였다는 것으로 보아 근세기들어 개량된 악기로 보인다. 네(Hne)는 우리나라의 태평소처럼 서를 끼워 불며 8개의 지공이 있다. 아랍의 주르나(Zurna), 인도의 수르나(Surna, 쉐나이의 미얀마식 발음)와 역사적으로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다. 마웅(Maung)은 자바 가믈란 합주에 쓰인 공 아겡(Gong-ageng)처럼 나무 틀에 매달아 놓은 큰 징의 일종이다. 마웅의 연주자는 솜뭉치를 단 채로 몸통의 중앙에 튀어나온 꼭지를 쳐서 소리 낸다.
 

사잉 와잉 합주 세트 위 가루다가 날고 있고, 오른편에 사웅이 놓여 있다.

이 외에 미얀마의 전통악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악기는 사웅 가욱(Saung-gauk)이라는 하프류 악기인데 보통 때는 ‘사웅’이라고 줄여 부른다. 아바(Ava, 1364~1555)왕조 때는 11현, 콘 바웅(Kon-baung, 1752~1885)왕조 때는 13현이었으나 요즈음은 16현 이상도 있다. 음색이 부드러워 쿄(Kyo)와 같은 버마 전통 성악곡의 반주악기로 사용되어, 비파를 타며 시편을 노래하던 다윗 왕이나 비나를 타며 베다 찬팅을 하던 브라만 사제를 떠올리게 된다. 왕실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해온지라 사웅을 잘 타서 출세길에 오른 사람들도 있었다. 양곤의 보족시장에 가면 축소형 사웅도 다양하게 있지만 양곤 음악대학에서 사웅을 가르치는 분에게 부탁하여 전문가용으로 하나 구해 거실에 뒀더니 오는 사람마다 한 번씩 퉁겨보는지라 목이 부러져 접착제로 깁스를 하였다. 이렇듯 사웅은 그 생김새마저도 사람들의 사랑을 부르는 매력이 있다.  

이외에 타원형 틀에 실로폰과 같은 울림판을 얹는 빠딸라(Pattala)가 있는데 악기의 공명통에 온갖 보석으로 장식을 한 것을 보면 악기인지 보석함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이다. 그런가 하면 악어 모양의 공명통을 가진 현악기, 절구통 같은 북통을 지닌 오지 등 수많은 악기는 미얀마 음악이 얼마나 다양하고 풍요로운지를 보여준다. 미얀마에서 수행할 때 마을 어딘가에서 매일 노래 부르고 연주하는 소리가 요란한지라 수행을 마치면 꼭 가보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사찰에서 틀어놓은 음반이었다. 경전이나 부처님 찬탄의 노래에 사잉-와잉 합주와 사웅, 빠딸라, 오지와 같은 북을 타주하며 경문을 노래하는데 한국 같았으면 소음공해로 신고가 들어올 테지만 미얀마는 온 마을 사람들이 그 음악을 좋아하는지라 그럴 염려가 없었다. 이러한 것은 양곤 시내도 마찬가지였다. 

윤소희 음악인류학 박사·위덕대 연구교수 ysh3586@hanmail.net

 

[1561호 / 2020년 11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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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드라 2020-11-25 18:58:11
미얀마 불교음악 검색하면 여러 악기들이 있었는데
그 이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바간과 양곤 꺼러웨이 연주 꼭 가보고싶습니다.
좋은 정보였습니다.

염화 2020-11-21 22:26:58
코로나로 여행도 못가는데
이런 글을 읽으면서
여행가는 기분을 내어봅니다.

선재생각 2020-11-17 19:53:34
우리나라 역사와 비교해서 세계3대 불교유적을 설명하니 실감이 납니다.
영국 식민지 이전에 미얀마가 얼마나 화려한 문화국가였는지
얼마나 큰 나라이고
얼마나 다양한 악기들이 있었는지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