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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발원과 회향

기자명 법장 스님

아무런 발원 없이 살아가는 것도 ‘죄’

수행과 함께 중요한 게 발원
발원이 없다면 성취도 없어
발원이 타인 행복 향한다면
그것이 바로 회향의 참 의미

동안거를 맞아 전국의 사찰에서 기도와 정진을 입재하고 있다. 선원 스님들은 수행처에서 동안거 용맹정진을 발원하고, 승가대학과 율원 스님들은 한 철 동안 경전을 강독하고 익힐 것을 발원한다. 종무소나 종단소임자 스님들은 불교가 보다 융성해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발원한다. 재가 신도분들은 각자의 일상 속에서 부처님 가피가 전해지고 가정에 행복함이 가득하기를 발원하며 기도와 정진에 동참한다.

이처럼 불교에서 수행과 더불어 중요한 덕목이 바로 ‘발원’이다. 발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소원이나 희망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누구나가 각자의 삶에 대한 소원과 희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삶의 원동력이 되어 괴롭고 참기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순간을 견뎌내고 우리를 다시금 일어서게 해준다. 이처럼 삶 속에서 희망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불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매일같이 사찰을 찾아 기도를 하고 정진을 하지만 어떤 발원도 없이 그저 시간이 되어 찾고 다시금 돌아간다면 너무나 무료한 일상이 될 것이다. 우리의 발원이 정말로 이뤄질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정확한 사실은 아무런 발원도 없다면 어떤 변화나 성취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가 보다 나은 삶을 원한다. 그러나 그저 원하기만 하고 아무 것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변화되지 않는다. 사찰에서 수백 번 절을 하거나 끊임없이 염불을 하는 것은 우리의 발원과 소원이 간절하게 표현되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실천인 것이다. 그런 실천이 있기에 언젠가 반드시 그것이 이뤄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고 그 때 비로소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발원이란 간절함의 표현이고, 간절함이 있기에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처럼 발원은 불교에서만이 아닌 우리 삶과도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가치다. 그렇기에 ‘범망경’ 제35경계인 ‘불발원계(不發願戒)’에서는 아무런 발원도 없이 살아가는 것은 죄가 된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다. 그런 우리를 위해 지금도 기도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에 ‘불발원계’에서는 두 가지 큰 발원으로서 부모와 가르침에 대한 발원을 반드시 지녀야 한다고 말한다. 설령 자신에게 어떤 발원이나 희망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고 살아가기에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분들과 같이 우리 또한 다른 이들을 위해 발원해야 한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회향’이라고 한다. 내가 열심히 살아서 번 돈이고 재산이니 전부 내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를 결코 행복으로 이끌어주지 않는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는 분들이 있는 것과 같이 우리를 위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나 가정에서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 의지되어 있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런 속에서 자신만을 위한다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즉 나의 발원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고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설령 지금 내가 무엇도 바라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발원하며 살아가는 것도 가치있는 삶인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발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 안에는 건강, 부자, 일자리, 결혼 등 수많은 내용들이 들어있다. 무엇을 바라던 그것을 바르게 바라보고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삶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얻어진 행복과 여유를 다른 사람들과 온전히 나누어야 한다. 나만의 것이라는 생각은 나를 홀로 가두어 버리게 된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발원을 이루기 위해 서로의 의지처가 되어주고 있고, 그 안에서 각자의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오늘도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여실히 이해하고 함께 발원하고 회향하는 삶을 살아가자.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buddhastory@naver.com

 

[1562호 / 2020년 11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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