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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보현삼매품’

기자명 해주 스님

보현보살 주처는 참된 진실, 중생 뜻 따라 평등하게 보현신 나타내

보현삼매품은 ‘화엄경’ 첫 회 설주인 보현보살이 삼매 드는 품
보현보살 입정을 비롯해 ‘화엄경’ 모든 수행의 힘은 자타불이력
보현보살 삼매는 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이며 곧 부처님의 삼매

화엄경변상도 제7권.
화엄경 권제7 변상(한글).

‘화엄경’의 제7권이며 세 번째 품인 ‘보현삼매품’은 다음과 같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 때에 보현보살마하살이 여래 앞에서 연화장 사자좌에 앉아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삼매에 들어갔다. 이 삼매는 이름이 일체제불비로자나여래장신이었다.”

‘화엄경’의 설법은 대체로 여래의 방광에 의한 광명설법이고 그 광명소리를 대표되는 보살들이 삼매에 들었다가 일어나서 음성소리로 다시 설합니다. 다시 말해서 부처님은 광명으로 설법주(說法主. 또는 說主, 法主)이심을 보이고, 보살이 설주가 됨은 삼매에 들어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서 이루어집니다. ‘보현삼매품’은 ‘화엄경’에서 첫 회의 설주가 되는 보현보살이 삼매에 드는 품입니다.

이 ‘보현삼매품’은 분량이 많지 않아서 고려목판 변상도에서는 그 다음 품인 ‘세계성취품’과 한 면에 판각(변상도 제7권)되어 있으나, 교설 내용에서 깊이 새겨볼 특징적인 점은 적지 않습니다. 품명에서 보현삼매가 그 핵심임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 내용은 위 인용문에서 보이는 보현보살의 입정에서 시작하여 다음과 같이 전개됩니다.

보현보살의 입정–비로자나여래장신 삼매 -> 미진수 보현보살의 입정
-> 여래찬 보현입정(가피) -> 보현보살의 출정 -> 미진수 보현보살의 출정 -> 제보살의 득이익 -> 일체세계해 미동(묘음설법, 보우십종마니왕운) -> 여래모공광명으로 칭찬보현(10송) -> 보살대중들의 찬탄보현 및 청법(10송)

이와 같이 전개되는 ‘보현삼매품’의 내용을 몇 가지로 묶어 좀 더 풀어보겠습니다.

첫째, 이 세계 부처님 앞의 보현보살이 삼매에 들어가고 삼매에서 일어나니, 일체 세계 한량없는 부처님 앞의 미진수 보현보살도 삼매에 들고 삼매에서 일어납니다. 보현보살이 삼매에서 일어나니 모든 보살들도 삼매의 이익을 얻습니다.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一卽一切 一切卽一)로서 주반중중이며, 하나를 들면 전체가 거두어지는(擧一全收) 도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째, 보현보살의 삼매는 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입니다. 삼매(사마디)란 보통 ‘심일경성(心一境性)’으로 풀이합니다. 마음이 경계의 성품과 하나 됨을 말하는 것입니다. 집중과 통찰의 명상이 깊어지면 삼매의 경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삼매의 경계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화엄경’의 대표적인 삼매로는 부처님삼매인 해인삼매와 보살삼매인 화엄삼매를 포함한 십종삼매(현수품)를 들 수 있습니다. 열은 완전수이고 무진수이니 십종삼매는 중중무진의 백천삼매로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삼매는 입정과 출정, 정산(定散)이 일여한 경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우선 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내용이 좀 길지만 이 삼매를 묘사하고 있는 경문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일체 부처님의 평등한 성품에 널리 들어가서 능히 법계에 온갖 영상을 보이며, 넓고 크며 걸림 없어 허공과 같고, 법계바다의 소용돌이에 따라 들어가지 않음이 없으며, 일체 모든 삼매의 법을 출생하고, 널리 시방 법계를 능히 감싸서 거두어들였다. 삼세 모든 부처님의 지혜 광명바다가 모두 여기에서 나오고, 시방에 있는 모든 나란히 펼쳐진 바다들을 다 능히 나타내 보이며, 일체 부처님의 힘과 해탈과 모든 보살들의 지혜를 포함하여 간직하고, 일체 국토의 미진이 널리 가없는 법계를 능히 수용하게 하며, 일체 부처님의 공덕바다를 성취하고, 여래의 모든 큰 서원바다를 나타내 보이며, 일체 모든 부처님의 법륜을 유통하고 보호해 지녀서 끊어지지 않게 하였다.”

이와 같은 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에 대하여 ‘청량소’를 의거해 좀 더 이해를 도모해 보겠습니다. 인용문에서 ‘부처님의 평등한 성품에 들어간다’는 것은 삼매의 체이며, ‘넓고 크며 걸림 없어 허공과 같다’는 것은 삼매의 양상이며, 여타는 다 삼매의 작용입니다.

비로자나는 광명변조이니 곧 보는 주체로서의 큰지혜[大智]이고, 여래장신은 보는 바 대상으로서의 심오한 이치입니다. 또 여래장신은 곧 본체이자 의지처로서, 닦아서 성취한 과덕으로서의 여래장신과 범부·성인 모두에게 갖추어진 본성으로서의 여래장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는 비로자나여래장신보살삼매라고 명명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는 부처님삼매이면서 보현보살삼매이니 보현보살이 곧 비로자나여래장신임을 알 수 있습니다. 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살들이 보현보살을 찬탄하는 게송에서는 보현보살을 ‘진여평등허공장’이라 일컫고도 있습니다.

셋째, 보현보살이 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에 들어가자, 시방의 일체 부처님께서 낱낱 보현보살에게 나타나 그 입정을 칭찬하십니다. 일체 모든 부처님께서 함께 가피하셔서 보현보살의 입정이 이루어졌는데, 비로자나 부처님의 본원력과 보현보살이 닦은 행원력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보현보살의 입정을 비롯하여 ‘화엄경’에서 모든 수행의 힘은 자타불이력(自他不二力)입니다.

부처님의 가피는 신구의 삼업으로 행해져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보현보살에게 ‘선재선재’라고 칭찬하신 것이 구가(口加)이고, 일체 지혜 성품의 힘에 능히 들어가는 지혜를 주신 것이 의가(意加)입니다. 그리고 오른 손을 펴셔서 보현보살의 정수리를 만지신 마정(摩頂)이 신가(身加)입니다. 마정은 여기서처럼 몸으로 가피하시는 신가일 때도 있고, 다른 곳에서는 미래에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摩頂授記]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제7권의 ‘보현삼매품’제3 변상도에서는 부처님의 가피 중 신가인 ‘마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 듯 ‘시방제불마정’이라고 이름 붙여 놓았습니다. 보현보살이 삼매정에 들었다는 것과 대중들이 다 같이 법문을 청한 일, 그리고 시방제불이 보현보살에게 정수리를 만졌다는 이 세 가지를 부각시켜 놓은 것입니다. [그림 참조]

이처럼 보현보살은 비로자나부처님의 본원력과 보현자신의 행원력에 의한 부처님의 가피로 비로자나여래장신 삼매의 이익을 얻게 됩니다. 보현보살의 출정 후 일체세계해가 미동하는 등도 이러한 부처님의 위신력과 보현보살의 삼매력으로 일어났음을 볼 수 있습니다.

넷째, 삼매에서 일어난 보현보살을 부처님께서 모공 광명으로 칭찬을 해주십니다.

보현신상여허공(普賢身相如虛空)
의진이주비국토(依眞而住非國土)
수제중생심소욕(隨諸衆生心所欲)
시현보신등일체(示現普身等一切)
보현보살의 몸 모습은 허공과 같아서
참됨을 의지하여 머무르고 국토가 아니나
모든 중생들의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서
넓은 몸을 나타내어 일체에 평등하도다.

보현보살의 주처는 국토가 아니라 참된 진실이니, 중생들의 뜻에 따라 평등하게 보현신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이 게송은 화엄가들에게 특히 주목받아 왔습니다.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보현보살을 만나 일단 선지식역참이 마무리되는데, 그 만남의 장소인 보현보살의 주처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게송이라는 것입니다. 보현보살의 주처는 법성토이며 보현신은 허공신이고 법성신임을 말해줍니다.

다섯째, 이 품의 마지막으로 일체 보살 대중이 보현보살을 게찬합니다. 그리고 보현보살에게 청정하고 묘한 법륜을 굴려서 일체 모든 부처님께서 다 따라 기뻐하시게 해달라고 청법을 합니다. 그리하여 보현보살이 삼매의 능력으로 세계성취와 화장세계와 비로자나불품 등 이어지는 세 품을 설하게 됩니다.

이상을 간단히 부연한다면, 보현보살이 부처님의 평등한 성품에 널리 들어가는 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에 들어갔습니다. 부처님과 보현보살이 다 같은 여래장신이나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삼매의 힘으로 보현보살이 비로자나불의 세계를 보고 말씀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도 보현삼매에 함께 들어가서 지혜광명으로 부처님의 자내증경계를 밝게 보고 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해주 스님 동국대 명예교수 jeon@dongguk.edu

 

[1562호 / 2020년 11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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