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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성운 대사의 발원

기자명 고명석

더불어 살며 정토구현하는 인간불교 발원

일상을 불법으로 조명하고 불법 입각한 삶 본질 완성이 인간불교
1967년 가오슝에 인본주의 이념 담은 세계최대의 불광산사 창건
교육‧문화‧자선‧수행의 4대 종지 내세우고 실천하며 인간불교 실현

성운 대사는 일상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조명하고 그 가르침에 입각해 삶의 본질을 완성해가는 인간불교를 서원하고 실천해 대만불교의 중흥을 이끌었다.
성운 대사는 일상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조명하고 그 가르침에 입각해 삶의 본질을 완성해가는 인간불교를 서원하고 실천해 대만불교의 중흥을 이끌었다.

출세간 불교보다 입세간 불교를, 과거나 미래보다는 현재의 삶을 돌보는 불교를, 초세간 정신으로 세간 속의 인간을 돌보며 세간을 완성시키는 불교를, 모든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정토로 구현해내는 인간불교를 불러 내보자. 그 인간불교를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어떤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서원을 발하며 앞서 나간 사람이 대만 불광산사(佛光山寺)의 성운(星雲) 대사이다.

성운은 1927년 중국 장쑤(江蘇)성에서 태어났다. 12세 때인 1938년 난징(南京) 치샤산(棲霞山) 대각사(大覺寺)로 출가해 임제종 48대의 법맥을 이어받았다. 그의 출가 동기는 9살 때 강에 빠져 죽을뻔하다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로 살아나 “나는 평생 사람을 구해주고 자신도 구하며 살겠습니다”라고 어머니께 다짐한데서, 그리고 어느 스님의 강의를 듣고 사람들에게 불법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는 대비심의 발로에서 찾아진다. 생사 해탈은 후순위였다. 그는 1947년 초산불학원(焦山佛學院)을 졸업하는 등 선과 율을 익히고 염불 수행도 등한시 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중국불교가 사회와 절연하여 산속에서 불공과 재나 올리는 비현실적 종교로 흐르면서 몰락해가는 현실을 보았다. 실질적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삶의 지침과 영향도 주지 못하는 불교를 안타깝게 여겼던 것이다. 진정한 불교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 편리와 평화뿐만 아니라 해탈과 자유를 찾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되어야 했다. 

성운은 1949년 장개석과 더불어 대만으로 건너와 역경과 투옥의 시련 속에서도 현대적인 포교활동을 전개한다. 1967년에는 대만 가오슝(高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종교적이면서도 인본주의적 이념을 담은 ‘불광산사’를 창건한다. 그것은 인간불교의 실현이었다.

“부처님은 인간세상에서 태어나 인간세상에서 수행하고 인간세상에서 도를 이루고 인간세상에서 교화하였다.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은 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였으니 인간불교는 부처님 본연의 가르침이다.”

인간불교, 그것은 인간 속에서, 이 삶의 현장에서 불교를 실현하는 것이다. 우리 일상의 삶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조명하고 그 가르침에 입각하여 삶의 본질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화와 기쁨이 가득한, 그리고 모든 생류(生類)를 품어 안는 인간 정토를 이 땅에 구현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어떻게 해탈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불광산사에서는 4개의 종지(宗旨)를 내건다. 바로 “교육으로써 인재를 양성한다. 문화로써 불법을 펼친다. 자선으로써 사회에 기여한다. 수행으로써 인간의 마음을 정화한다”는 것이다. 매우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언어임을 알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승가교육, 신도교육은 물론 시민교육에 나서며 다양한 문화 활동이나 문화의 틀을 통해 불법을 전한다. 염불, 독경, 예불만이 수행이 아니라 봉사활동도 수행으로 삼으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사찰뿐만 아니라 사회도 불법 수행의 도량으로 여긴다. 특히 사찰은 도반이 왕래하는 장소, 긴 인생길의 주유소이고, 마음의 쉼터이며, 번뇌를 없애는 청정한 곳, 법보를 얻을 수 있는 백화점, 대비행원의 학습장, 도덕을 배양할 수 있는 학교, 인과로써 사회 정의를 지키는 법원, 마음을 치료하는 병원, 문화수양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센터로서의 인간 행복을 위한 복합적인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불광산사는 이 모든 것을 실현하는 지상의 극락정토다. 

불광산사의 가풍은 중국에서 전개된 8대 종파를 두루 융섭하면서 사부대중 공동체를 매우 구체적인 모습으로 전개해 내고 있다. 그것은 비구‧비구니의 평등, 출‧재가자의 평등이다. 육화합의 교단으로 사부대중이 평등하다. 발심과 성불에는 남녀, 출재가의 구별이 없다는 것이다. 성운은 불교 홍법과 전파의 책임은 승가대중의 손에서 신도대중의 손으로 확장되어 전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1991년 성운이 세운 신도대중 교단으로서의 국제불광회다. 재가자도 설법할 수 있는 3단계의 단강사(檀講師)제도를 둔다. 공동체 운영원리로 권한과 재정관리권을 분리하여 돈을 관리하는 사람은 권력을 잡을 수 없도록 한다. 불광산의 승가공동체는 계를 철저히 지키고 보시물은 공동체에 귀속하며 사적으로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물질은 균등히 나눈다. 그 결과 오늘날 불광산사는 5개 대륙에 200개가 넘는 분원과, 전 세계 70개국이 넘는 곳에 100개가 넘은 국제불광협회 지부와 하의 지부를 두어 우리의 삶을 기쁨과 행복으로 물들이며 대사회적 자원봉사 활동에 매진한다. 종합대학만 해도 5개나 된다. 신도 수는 200만명이다.

이렇게 성운의 인간불교가 결실을 맺기까지는 그의 강력한 서원이 작용했다. 수십 차례의 고난, 좌절, 잘못된 비난, 굴욕, 빈정거림, 중상, 불명예, 억압에도 그를 버티게 해준 것은 그의 물러남이 없는 서원 때문이었다. 그는 헛된 서원은 없다고 말한다. 서원은 생각을 현실로 바꾸는 강력한 동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발심, 서원은 입으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수행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서원과 기도를 일상 삶의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그는 삶의 중요한 순간이나 아픈 타자를 위한 기원문 100가지를 남긴다. 그 중에서 ‘임종 기원문’의 한 부분을 소개해 본다.

“…부처님께 간구하옵니다./ 제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 제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더 이상 두렵지 않게 해 주십시오./ 여행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기쁨을 주시고/ 수감자가 석방되는 것과 같은 자유를 주시고/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움 주시고/ 공산의 둥근 달과 같은 밝고 깨끗함 주시옵소서…”(‘부처님 광명 기원문’)

그는 세상 여러 곳에 많은 사찰을 지었지만 그 자신을 위한 집 한 채, 방 한 칸을 짓지 않았으며, 자신을 위한 탁자나 의자 하나 가지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단다. 자신에겐 기와 한 장, 땅 한 평도 없다고 고백한다. 그가 일군 모든 것은 사방승물(四方僧物)로서 불광산사의 것이며, 사회로 되돌려지는 것이다. 불광산 승가와 신도 사부대중은 서로 화합하고 존중하며 불교의 새로운 장을 써나간다. 그것은 성운대사의 원력과 그의 정청하고 자비로운 인품에서 발원한다.

고명석 불교사회연구소 연구원 kmss60@naver.com

 

[1562호 / 2020년 11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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