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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일상이 가피

기자명 광우 스님

하루하루 불자로 살아가는 자체가 가피

8시간짜리 천수경강의 앉은 자리서 듣고 기쁨과 환희 느껴
불교 오해 참회하고 염불 기도하며 일상에서 신행생활 지속
계곡 추락에도 무사함 등 가피 체험, 선업 쌓으며 살 것 다짐

그림=육순호
그림=육순호

현재 미국에 사는 60대 여성 불자님이다. 불자님은 본래 개신교 모태 신앙이었다. 불교를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했다. 시어머님은 불자였다. 시어머님 따라서 처음으로 절에 가보았다.

절에 갈 때마다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경을 따라 읽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짜증나고 너무 싫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왜 읽고 있지?”

그러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이십년 만에 만났다. 동창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동창이 선물로 한 개에 60분짜리 카세트 테이프 8개를 선물로 주었다. 제목이 ‘천수경 강의’였다. 어느 큰스님께서 설법하신 내용인데 스님의 법명이 생각나지 않는다. 선물을 받고 한동안 구석에 보관하다가 어느 날 저녁 9시였다. 때마침 할 일도 없고 시간도 무료해서 천수경 강의 테이프를 듣기 시작했다.

‘오늘 처음 듣는 것이니 우선 한 개만 들어보자.’

가벼운 생각으로 ‘천수경 강의’를 청취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앉은 자리에서 밤새 한숨도 안자고 순식간에 테이프 8개를 전부 끝까지 들었다. 이름 모를 어느 스님의 ‘천수경 강의’ 8시간을 모두 듣고서야 창문 밖을 보니 어느새 해가 환하게 떠 있었다.

지금도 생생하다. ‘천수경 강의’를 듣고 있던 내내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찼고, 어느 순간에 주변의 모든 것들이 환한 광명으로 밝아지는 느낌을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40년이 지났지만 그 때의 희열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기만 하다. 마음속에서 부끄러운 생각이 솟구쳤다. 그동안 ‘스님들이 머리 깎고 세상을 등져 산속으로 숨은 것이 불교다’라고 믿었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동안 불교를 오해하고 비방했던 자신을 진심으로 참회하였다.

그 날 이후로 비로소 불교가 심오한 진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동안 알고 있던 그 어떤 종교도 부처님 가르침에 도저히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날 완전히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번 생에 사람으로 태어나 불법을 만난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자신은 축복받은 사람임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있다.

그 후로 신행 생활에 집중했다. 부처님께서 나타나 환한 광명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짓는 꿈을 몇 번이나 꾸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름대로 인생의 쓰고 단맛을 모두 맛보았지만 그래도 남들이 보기에 복 많은 팔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지금까지 잘 살고 있으니 모두가 불보살님의 가피라고 생각한다.

20년 전 사업하는 남편을 위해서 남해 보리암으로 기도하러 갔다. 자가용을 끌고 가는데 초행길이라 고생을 했다. 겨우 겨우 금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다. 산길이 얼마나 어두운지 가로등도 없고 혼자 가는 길이 너무 무서웠다. 금산 입구 주차장에 멈춰서 고민에 빠졌다. 어둔 산길을 혼자 가려니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끙끙 고민하고 있는데 웬 차 한 대가 깜깜한 어둠 속에서 헤드라이트를 켜고 보리암 방향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순간 ‘저 차가 보리암에 올라가나보다’ 확신이 들어서 그 차를 쭉 따라갔다. 앞 차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요리조리 올라가니 그저 그 뒤만 따라가니까 너무 편하게 운전하며 올라갈 수 있었다. 산 중턱 주차장에 멈췄다.

“혹시 보리암 가세요?”

용기 내어 물어보니 어둠 속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네, 보리암 갑니다.”

굵직한 남자 목소리에 살짝 겁이 났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부탁을 했다. “보리암에 처음 왔는데 길을 잘 몰라서 도와주세요.”

거사님이 차에서 내려 비춰주는 큰 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길을 올라갔다.

“보살님, 보리암 올라갈 때에는 꼭 편한 운동화, 랜턴을 준비하세요.”

거의 자정이 되어서 보리암에 도착했다. 마당에서 각자 숙소로 헤어지면서 거사님이 “보살님, 내일 새벽 예불 때 법당에서 뵙겠습니다”라고 했다.

잠깐 눈을 붙이고 법당에 갔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거사님이 보이지 않았다. 보리암에 당분간 오래 있을 계획이라고 했던 거사님을 끝내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금에야 조심스럽게 헤아려본다. 혹시 그 때 만난 거사님이 보리암으로 안내해주기 위해 오신 관세음보살님의 화신은 아니었을까.

2013년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직후였다. 다니던 절에서 ‘적멸보궁 성지 순례’에 참여했다. 설악산 봉정암에서 하루를 보내고 백담사로 하산할 때의 일이다. 태풍 때문에 길은 질퍽이고 미끄러웠다. 쌍폭 계곡 쯤 내려왔는데 반질반질한 나무뿌리를 밟은 순간 계곡 아래로 떨어졌다. 허공으로 붕 떠서 떨어지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렇게 죽는 구나’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 아주 짧은 시간에 ‘관세음보살님 도와주세요. 저를 받아주세요’ 라는 간절한 염불이 저절로 마음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순간 정신을 잃었다.

“정신 차리세요. 눈 좀 떠보세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설악산 산악구조 대원이었다. 구조하러 온 것이다. 산악구조 대원이 자신을 살펴보며 말했다.

“정말 기적입니다. 이렇게 바위가 많은 곳에 떨어졌는데 바위 틈새 폭신폭신한 흙 위로 떨어졌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기적입니다.”

정말 희한하게도 아주 조그만 틈새의 흙 위로 떨어졌다. 다친 데는 없었고 오른쪽 팔꿈치가 많이 아팠다. 구조대원의 응급처치를 받고 부축을 받으며 백담사 경내에 도착했다. 백담사에 들어가니 “쌍폭에서 여자가 떨어져 죽었다”고 소문이 났는데 자신을 보고는 놀란 사람들이 여자가 살아 왔다고 큰 박수를 쳐주었다.

곧바로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의사가 말했다. “살이 없는 팔꿈치라 뼈가 으스러지거나 적어도 뼈에 금이 가는데 근육만 살짝 놀랬습니다. 정말 기적입니다. 참 신기합니다.”

그 당시 일을 돌이켜 보면 이것은 온전히 부처님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가피를 경험했다. 지금 미국에서도 오직 염불하고 기도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지금 불자로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가피였다. 최고의 가피는 우리 일상 속에 있다. 보살님은 “앞으로도 선업과 공덕을 쌓으며 살아가겠다. 다시 태어나도 불자로 살겠다”고 늘 다짐한다.

광우 스님 마음수행법회 지도법사 kgk515@hanmail.net

 

[1562호 / 2020년 11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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