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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실천을 통한 새로운 시작

기자명 법장 스님

회향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의미

모든 일의 시작과 마무리는
회향과 발원으로부터 시작
발원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후회와 속상함만이 남게 돼

2020년이 한 달만 남겨두고 있다. 갑작스런 코로나19로 우리의 삶은 올해를 기점으로 전혀 다르게 변화되어 버렸다. 언택트가 모든 생활에 적용이 되었고 우리도 어느덧 적응이 되어버렸다. 또한 휴일이나 휴가라고 해도 어느 한 곳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없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스스로 기피하게 되었다. 한 해 동안 우리의 모든 삶이 변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대해 더 이상 안타까워만 할 수도 없이 어느새 한 해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한 해 동안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놓쳤고 성취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내년에 대한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충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변화된 지금에 적응하지 못한 채 더욱 어렵고 힘든 삶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일의 시작과 마무리에 있어 회향과 발원을 중요시한다. 회향은 어떤 일을 마무리하며 그로 인해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즉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회향이다. 그리고 발원은 어떤 일이 성취될 때까지 그것을 지탱해주는 기둥이다. 발원이 없는 성취가 없고, 발원이 온전히 지켜질 때가 비로소 깨달음에 이른다고 하듯이 불교에서 발원은 바로 삶 그 자체인 것이다. 

그렇기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우리는 회향과 발원을 준비해야만 한다. 그동안 놓친 것이 무엇이며 다시금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절한 마음으로 되짚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새로운 시작의 발원으로 삼아 우리의 일상을 되돌리고 그 안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다시 행복해지고 그 안에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이런 회향과 발원이 생각과 말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불교수행에서 무엇보다 중요시 하는 것이 바로 실천이다. 실천이 동반되지 않은 발원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실천하지 않는 삶에 깨달음과 행복은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범망경’ 제36경계인 ‘불생자요계(不生自要戒)’에서는 스스로 발원을 실천하지 않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아무리 그럴싸한 목표를 세웠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단 한 가지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다시 연말에 깊은 후회와 속상함만 남을 것이다. 올해는 특히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잃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치료에 대해 점차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지금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런 중요한 시기에 예전과 같이 말로만 그치는 발원이 아닌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원래의 삶으로 조금이나마 되돌아갈 수 있는 시작을 해야 한다.

‘불생자요계’에서는 “비록 큰 발원을 세웠더라도 실천하는 마음이 없다면 습관에 의한 악을 버리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를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우리 자신이 조금이라도 힘들거나 아프면 금세 자신과 타협하며 준비했던 것들을 내려놓는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은 스스로를 아끼는 것이 아닌 무명이라고 하는 자신의 어리석은 면에 사로잡혀 그것이 마치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해 속아 넘어가 버린 것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고비를 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고비는 결코 우리를 곤경에 처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그것을 성취할 자격이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것이다. 어쩌면 올 한 해 동안 우리가 겪은 어려움들도 그러한 시험일지도 모른다. 

남은 한 달이 지나고 맞이하게 될 새로운 시작에는 분명 우리가 아직까지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사회가 펼쳐질 것이다. 그 안에서 주체적으로 주인공의 삶을 살고 보다 나은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모습을 잘 회향하고 새로운 발원과 더불어 그것을 성취하겠다는 굳은 신심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금 우리가 우리로서 살아갈 수 있는 피안이 펼쳐질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buddhastory@naver.com

 

[1563호 / 2020년 1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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