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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사마타의 경지

사마타는 선정으로 들어가게 하는 문

주의를 안정시키고 정제하는 방법
잘 훈련된 마음, 개념 작용 멈추고
순수한 정신 의식 영역으로 들어가
머릿속의 생각이 거품처럼 사라져

붓다는 “마음을 이해하는 자는 모든 현상을 이해할 수 있으며 모든 현상에 앞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불교는 기본적으로 마음이 자연 세계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이고 인간의 행복과 불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불교에서 내성적 탐구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마음과 의식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붓다는 마음을 직접 조사하고 검사하기 위해 초기 인도 명상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의를 안정시키고 정제하는 기법들을 다듬어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했는데 이것이 사마타 명상이다.

사마타는 주의의 흥분과 이완이라는 장애가 철저하게 제거되어 고요해진 상태를 만들기 위해 주의의 안정성과 예리함을 증가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사마타 수행은 정신 현상을 직접 탐구하기 위한 한 가지 기본 도구를 개발하려는 일종의 명상공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심지어 ‘훈련되지 않은 마음은 정신 과정과 의식의 본질을 연구하는 데 신뢰할 만한 도구가 될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마음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주의를 닦고 신경계의 균형을 유지하여 신뢰할 만하고 정교한 관찰 도구를 만들어야만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주의의 생생함을 높이는 일은 마치 렌즈를 깨끗이 닦고 망원경의 초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듯 잘 훈련된 우리의 마음은 개념 작용 활동을 멈추게 하고 주의가 신체 감각으로부터 물러나 순수한 정신적 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수행을 통해 사마타의 경지에 이르면 신경계의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정신적·신체적 유연함이 생기며, 마음은 밝고 상쾌해지고 몸은 가볍게 뜨는 느낌을 느끼게도 한다. 물론 이러한 신체적·정신적 희열의 경험은 사라지지만 주의는 명상 대상에 굳건하면서도 고요하게 지속된다. 오직 순수한 각성 상태로 마음만이 남아 있으며 어떤 감각 대상도 침입하지 못한다. 마치 수행자는 마음과 공간이 더 이상 나눌 수 없게 된 것처럼 보인다. 

설령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도 그것이 지속되거나 증식되지 않는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마치 수면 위로 떠오른 거품이 사라지듯 저절로 사라진다. 그리고 개념적이고 논리적인 마음 작용은 거의 완전히 정지하게 된다. 생각이나 정신적 심상이 쏜살같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이내 아무런 잔물결도 일으키지 않은 채 각성의 공간 안으로 다시 사라져 버린다. 평상시에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의 지시물 또는 지향적 대상과 개념적으로 씨름하게 되지만 이때는 생각 자체에 지각적인 주의를 기울일 뿐 그것을 판단하거나 평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행자의 각성에 아무런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거기에는 여전히 주체와 객체에 대한 잠재 의식적인 느낌이 존재하며 그 밖에도 이 경험이 인지작용 이전의 개념적 구조화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다른 징후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마타 경지에 이른 마음의 진공 상태는 개념적 내용을 상대적인 의미에서 결여하고 있을 뿐 절대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사마타는 수행자를 선정으로 들어가게 하는 문이 된다. 사마타 상태에서 감각적 욕망과 불선법(不善法)이 사라지면 수행자는 초선에 진입한다. 초선의 상태에서 일으킨 생각인 심(尋)과 지속적인 고찰인 사(伺)가 사라지고, 마음만 드러나는 심일경성(心一境性)이 되면 수행자는 이선에 진입한다. 이선의 상태에서 희열이 사라지고 집착이 없는 사(捨)와 무심한 바라보기인 염(念)이 되면 수행자는 삼선에 진입한다. 삼선의 상태에서 선정으로 인한 행복이 사라지고 사와 염이 있는 청정한 상태, 즉 사념청정(捨念淸淨)이 되면 수행자는 사선에 진입한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66호 / 2020년 1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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