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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보살님이 캐리해! (끝)

기자명 유응오

불교적인 메타포로 충만한 판타지

불교소재 웹툰 진일보시켜
역동적인 그림체도 인상적
한국 판타지의 전범 되기를

한 해 동안 ‘웹툰에 빠지다’를 연재했다. 연재한 글의 절반 정도는 불교적인 소재의 작품을 소개한 것이었고, 절반 정도는 불교적인 소재의 작품은 아닐지라도 불교사상에 입각해 해석한 것이었다.

홍기삼 평론가(전 동국대 총장)는 ‘불교문학의 이해’에서 불교문학을 분류하면서 △불교경전 문학 △붓다의 가르침을 세계관적 토대로 수용한 창작문학 △경전과 창작의 중간 지대에 걸쳐 있는 문학의 자원(선시, 불교설화, 승전류, 영험록 등)으로 나눴다. 불교문학의 범주를 창작문학에 국한한다고 해도 불교를 소재로 다뤘는지 아니면 주제로 다뤘는지 문제는 남는다. 소재와 주제가 모두 불교적으로 귀결되는 작품, 이를테면 승려, 사찰, 경전 등 불교문화를 소재로 다루면서 주제는 보살사상, 무아사상, 선사상 등 불교사상을 표현한 작품만이 불교문학의 정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서사예술인 까닭에 웹툰도 마찬가지이다.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필자가 불교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작품까지 소개한 가장 큰 이유는 소재와 주제가 모두 불교적으로 귀결되는 작품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대중문화 속 서사장르의 주류는 ‘소설→영화→웹툰’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까지 7편이 연재된 상황에서 작품의 서사적 완결성을 평가할 수는 없으나, 성코의 글과 콩자 그림의 ‘보살이 캐리해!’는 소재적인 측면에서 진화한 불교 웹툰이라고 볼 수 있다.

‘보살이 캐리해!’는 제바달다가 스승인 석가모니에 맞서 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지용이 불교재단이 설립한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이야기 전개의 가속도가 붙는다. 지용은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벌레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었다. 곤충과 새, 쥐까지 지용을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이런 지용의 모습을 보고서 학우들은 신기해하는 게 아니라 혐오스러워했고, 급기야 지용은 곤충을 억지로 먹는 등 집단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그런데 지용은 전학가자마자 자신을 괴롭혔던 안희중을 맞닥뜨리게 된다. 지용이 폭행을 당하기 직전 보현보살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선의 축인 보살들과 악의 축인 야차들이 마법을 통해 대립하는 판타지로 승화된다. 법화의 힘을 지닌 석가모니의 현현인 지용보살을 구심점으로 많은 보살이 모여들어 허공회를 조직함으로써 선의 축은 완성되고, 학교의 교장선생이 직접 허공회를 지도하려고 나선다. 선의 축에 맞서는 야차들은 제바달다를 따르는 무리들로서 요괴로 변화해 지용보살을 해치고 법화의 힘을 뺏으려고 한다. 이 작품의 최고 미덕은 불교적인 메타포로 충만해 있다는 것이다. 선의 축과 악의 축이 마법을 통해 승부를 겨루고 그 공간이 학교라는 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떠올리게 된다. 불교적인 소재의 판타지물을 진일보시켰다는 점만으로 이 작품이 지닌 의미는 크다고 할 것이다. 그림체도 판타지에 걸맞게 역동적이다. 매혹적인 캐릭터들이 속사포처럼 등장해 서사를 입체적으로 완성한다면 한국 판타지의 전범(典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실, 불교설화만큼 판타지에 적합한 제재도 없다. 부처님의 생애, 16아라한의 수행담, 신장님들의 캐릭터, 초조 달마대사에서 육조 혜능대사로 계승되는 법맥 이야기,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와 얽힌 이야기, 사명대사가 일본에 가서 포로를 구한 이야기 등 웹툰 소재로 활용할 불교설화는 너무도 많다. 이런 불교제재들을 활용해 세계적으로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웹툰이 나오길 기대한다.

유응오 소설가 arche442@hanmail.net

 

[1566호 / 2020년 1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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