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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우리가 불교 (끝)

기자명 법장 스님

불교를 영원토록 지키는 것은 ‘계율’

대승경전 속 보살계에서
불교비방·훼손 가장 경계
안에서 문제 풀지 못하고
외부로 확산이 가장 최악

2500여년 전 인도에서 동아시아를 거쳐 이제는 전 세계 종교가 된 불교는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사상과 수행법이 있다. 불교 안에서도 선종, 화엄종, 정토종 또는 상좌부(남방)불교 같이 여러 종파가 있고 그 안에는 각자의 가르침이 존재한다. 이처럼 불교는 어떤 하나의 종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다양하게 변하고 진화한 종교이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종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불교의 종파와 사상 속에서도 단 한 가지 불교의 정의를 내린다고 하면 그건 바로 불·법·승 삼보이다. 종파나 사상에 따라 차이가 있더라도 삼보만큼은 불교의 기준이며 토대고, 불교 그 자체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깨달음을 위한 가르침인 법, 그리고 부처님과 법을 따라 살아가고 함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승가가 올바르게 존재할 때 불교는 살아 숨 쉴 수 있게 된다.

계율은 불교가 우리 곁에 있을 수 있게 지켜주는 장치이다. 일반적으로는 승가 규범인 율장과 수행자 규범인 계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계는 다시 동아시아에서 보살계로 발전되어 출가자와 재가자가 함께 불법을 수호하고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어 안락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보살계는 율장과 다르게 특별한 처벌이나 형벌이 따르지 않는다. 대신 그 수행자 마음에 작용을 하여 업보를 이루고 스스로를 참회하게 만든다. 즉 잘못을 저지른 본인이 누구보다 그 잘못을 잘 알기에 스스로 마음깊이 참회하고 보다 불교인으로서 수행해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자비의 규범인 것이다.

보살계는 여러 대승경전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범망경’의 범망계, ‘유가사지론’의 유가계, ‘보살영락본업경’ 등이다. 이런 다양한 보살계가 존재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들이 가장 주의시키고 경계하는 계의 조목이 하나있다.

바로 ‘범망경’의 제10중계 방삼보계(謗三寶戒)와 제48경계 자파내법계(自破內法戒)에서 말하는 불교를 비방하고 훼손시키는 일이다. 각 보살계마다 표현이 다르기에 ‘범망경’ 계율 만을 말하지만 이 는 불교가 외부인이 아닌 바로 내부 불교인에 의해 훼손되고 파괴되는 것을 죄로써 주의시키고 있는 것이다.

긴 역사 속에서 불교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에는 언제나 다른 종교나 외부세력에 의한 것이 아닌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거나 지나친 부패에 의해서였다. 두 계율조목에서도 말하듯 불교인이 불교를 험담하고, 불법을 가볍게 여겨 스스로 훼손시킨다고 한다.

필자가 ‘지범개차’ 칼럼을 쓰게 된지 어느새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불교계도 여러 문제와 어려움을 겪었다. 짧은 시간 속에서 경험하고 바라본 일들 대부분은 바로 이 계율들이 말하듯 언제나 불교 내부에서 발생했다. 불교는 종교로서의 역할이 있고 그에 따른 중요한 책임이 따른다. 그렇기에 불교 문제는 내부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계율로써 풀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점차 현대화되면서 불교 문제를 계율이 아닌 사회 헌법이나 윤리관으로 이해하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재가자들만이 아니라 출가자들 사이에서도 생겨나고 있다는 게 더 큰 불안감을 만든다.

우리는 앞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불교도 그 시대 속에서 국민들과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달하고 열반락을 전해주어야 한다. 그런 불교가 불교적일 수 있는 가치는 바로 삼보를 마음 깊이 공경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바르게 계율을 지키며 살아갈 때 비로소 생겨나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불교를 지키는 것이 아닌 바로 여러분과 저, 우리가 불교의 주인이고 불교 그 자체인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buddhastory@naver.com

 

[1567호 / 2020년 12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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