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몽 스님, 정인이 묻힌 묘소 찾아 “미안해”
지몽 스님, 정인이 묻힌 묘소 찾아 “미안해”
  • 김내영 기자
  • 승인 2021.01.13 16:17
  • 호수 157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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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2일, 양평 공원묘지서 직접 쓴 편지 읽으며 추모 동참
“이분법적사고 끝내고 나와 모든 존재 이어져 있음 알아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지몽 스님이 정인이 묘소를 방문해 추모에 동참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지몽 스님이 정인이 묘소를 방문해 추모에 동참했다.

“정인아…정인이가 떠나기 전 이생에서 느꼈던 기쁨과 행복했던 기억들만 소중히 간직하고 슬픔과 아픈 기억들은 불성의 하얀 빛 속에 녹아들도록 모두 털어버리기를 바래….”

북극한파와 거센 눈보라에도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만에 세상을 떠난 정인이를 애도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부터 정인이 또래의 딸을 둔 아빠, 학생, 노부부까지 길게 줄지었다. 그 걸음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지몽 스님이 함께했다.

지몽 스님은 1월12일 정인이가 묻힌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찾았다. 언론보도와 스님들의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동참 소식을 접한 스님은 정인이의 마지막 길이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먼 길을 나섰다. 정인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을 담아 직접 쓴 편지도 준비했다.

시민들이 순서대로 추모를 마치고 스님의 차례가 왔다. 스님은 정인이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3배를 하고 미안함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를 정성스레 읽어갔다. 스님은 “16개월의 삶, 너무 어리고 여린 정인이가 겪었을 고통에 두 손 모은다”며 “사진 속에 정인이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번 생과 너무 짧았던 정인이와의 인연에 애통하고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정인이가 살아서 겪었을 고통에서 벗어나길 기도한다”는 스님은 “인간의 육체적 죽음은 이번 생에 잠깐 인연이 된 지수화풍 사대요소의 변화일 뿐이니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정인이가 힘들어 하는 동안 우리 어른들이 보호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 “정인이와 같이 입양된 친구들이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 어른들이 힘을 합쳐 노력하겠다”며 “다음 생에는 바른 진리가 펼쳐진 국토와 바른 부모를 만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 행복하길 바라며 부처님 전에 기도한다”고 추모했다.

지몽 스님은 동국대 대학원에서 명상심리상담을 전공했다. 자연스레 유족 심리에 관심이 많았고, 은평구 시립 서북병원·국립중앙의료원·강남 성모병원 등 3곳에서 틈틈이 호스피스로 봉사했다.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위로했고, 쓸쓸한 고인의 곁을 지켰다. 사회 약자들에게는 깊은 공감과 따뜻한 위로가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나날들이었다. 정인이의 묘지를 방문하고자 마음을 낸 것도 혼자가 아님을 들려주고 싶어서였다.

지몽 스님은 “정부의 정책만으로 사회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사회구성원의 인식변화”라며 “깊은 사유와 체득을 통해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사회적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눠야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또 “누구나 언제든지 지위나 신분이 변화해 소수자의 위치가 될 수 있다”며 “나와 세상이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끝내고 타인에 대한 적대감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월13일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 모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재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장 씨의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 신청했고,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양평=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70호 / 2021년 1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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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4 07:05:16
우리는 정인이로 인해 불성과 공을 깨우치고, 정인이는 그 공덕으로 악연을 끊어내길. 나무아미타불

김종대 2021-01-13 22:38:17
감사합니다.
정인아 하늘 나라에서 아기천사가 되어 행복하기를 바래. 우리가 바꿀께.

바라밀 2021-01-13 18:03:26
스님처럼 훌륭하신 분이 계시니 한국불교가 무너지지 않는 것 같네요. 존경합니다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