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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식 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

“불자 100만명 동참하는 정보화시스템 구축이 임기 내 목표”

교단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이 재가불자 첫 번째 덕목
교구신도회장 당시 불자들과 승보공양운동 펼친 경험 토대로
모래알처럼 흩어진 신심 결집시켜 불자네트워크 완성하겠다

한국사회에서 재가불자의 기준처럼 모호한 것도 드물다. 정식적으로 계를 받지 않아도 어떤 스님에게 법명을 받았다거나 부모님이 불자라거나, 혹은 불교가 좋아서 불자라고 해도 딱히 타박하지 않는다.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세례를 받거나 입문을 하는 다른 종교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불교가 오랜 세월 우리의 역사 속에서 민족종교의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런 개방성은 물론 불교의 장점이다. 그러나 불자의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어 불자로서의 의무와 권리, 역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타종교에 비해 신도들의 조직력이나 유대감이 부족한 이유로 설명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한국 재가불자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조계종 중앙신도회에 변화가 생겼다. 제27대 주윤식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이 취임한 것이다. 주 회장은 취임식에서 재가불자의 본분을 다하는 신도회를 강조했다. 1월21일 그 의미를 들었다.

▶요즘처럼 스님과 재가불자들의 관계가 느슨한 시절도 없는 것 같다. 재가불자들의 지적 수준이 높아졌으니, 굳이 스님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스님의 역할은 수행하고 전법을 하는 것이다. 재가불자의 역할은 스님들이 열심히 수행하고 전법할 수 있도록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전부 출가를 한다면 교단 운영이 어려울 것이고, 모두 재가불자로 산다면 법이 온전히 보존되기 어려울 것이다. 각자의 역할에 따라 본분을 다해야 한다.

▶재가불자의 본분에 대해 깊게 성찰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들었다.
제8교구 직지사 교구신도회장을 할 때 녹원 큰스님께서 열반하셨다. 다비식 때 큰스님의 생전 법문이 방영됐다. 법문 중에 재가불자가 살아있어야 불교가 살 수 있다는 말씀이 있었다. 그 말이 크게 와 닿았다. 교구신도회장이 된 뒤로 교구신도회장은 의전용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스님들과 사진만 잘 찍으면 된다는 말이다. 신도회가 조직도 없고 일꾼도 없으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녹원 스님의 법문이 재가불자와 신도회장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모티브가 됐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재가불자의 본분을 다하자는 것이었나.
스님들에게도 물어보고, 공부도 했다. 사부대중의 의미가 어떤 것인가. 결국은 비구·비구니 스님들은 수행하고, 우바새·우바이는 교단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이었다. 수행과 깨달음이 스님들만의 전유물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재가불자의 본분이 있는 만큼 그 본분을 다하는 것이 재가불자의 첫 번째 덕목이 돼야한다고 생각했다.

▶중신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자비순례에 동참해 21일 동안 500km를 걸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역동적인 불교의 현장에 있고 싶었다. 그 속에서 한국불교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걷는 틈틈이 스님들과 불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리고 확인했다. 자비순례 슬로건이 사부대중이 차별 없이 함께 하는 불교였다. 함께 걸었지만 걷는 것은 각자의 몫이었다. 그것에 답이 있었다. 사부대중이 함께 하지만 또한 각자의 몫이 있다. 한국불교에 어떤 어려움이 닥친다하더라도 사부대중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본분을 지킨다면 한국불교는 불퇴전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교구신도회장으로서의 활동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경북의 구미, 상주, 문경, 김천, 예천 이런 곳들이 8교구 지역이다. 그런데 지역별로 교류가 없었다. 그래서 소통부터 시작했다. 방생법회나 사찰순례를 교구 내 각 지역을 함께 순례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렇게 3번 정도를 하니 서로 얼굴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만나면 언니 동생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1년 지나니 지역은 달라도 8교구 안에서 완벽하게 소통이 되기 시작했다.

▶8교구 직지사 승보공양에 기여한 공로로 포교대상 공로상을 받았다.
당시 직지사 교구장이셨던 법등 스님이 직지사 내 승려노후복지 사업을 시작했다. 교구 내 스님들에 대한 의료복지 비용으로 매년 1억원 정도가 필요했다. 스님들이 직접 직지사 내 수말사를 중심으로 5억원 정도를 마련했는데, 문제는 매년 소요되는 예산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인지였다. 먼저 지역의 회장들과 소통했다. 승려노후복지는 재가불자들의 의무라고 설득했다. 그리고 지역회장단들과 함께 하루에 100원씩 한 달에 3000원을 자동 이체하는 승보공양 운동을 펼쳤다. 처음에는 더뎠다. 그러나 3년 만에 3200명이 동참했다. 올 한해만도 3억원이 넘는 기금이 모였다. 교구신도회의 노력들이 알려지면서 제가 조계종 포교대상 공로상을 수상하게 됐다. 8교구 스님들과 신도들이 함께 일군 결과였다.

▶후원은 쉽게 끊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나.
승보공양에 동참한 불자들은 해당 사찰의 주지스님이 법회 때마다 앞으로 불러 감사인사를 3번 하고 배지를 달아준다. 동참자 생일날에는 스님이 직접 쓴 손 편지도 보내고, 일 년에 한번 결과도 공표한다. 이렇게 투명하게 하다 보니 매달 1만원 이상 내거나, 108만원, 또는 그 이상을 보시하는 분들도 많아졌다. 부처님께서는 재가불자들에게 사사공양(四事供養)을 말씀하셨다. 음식(飮食), 의복(衣服), 와구(臥具), 의약(醫藥)을 보시하는 것이다. 의식주는 이미 해결됐고, 지금의 승보공양은 따지고 보면 의약보시다. 재가불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 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에 취임했다. 사실상 올해가 임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데 어떤 계획들이 있나.
교구신도회의 규모가 커진 것이 중앙신도회다.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불자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지만 신심은 대단하다. 이런 불자들을 결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삶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해야 한다. 중앙신도회장 임기동안 이러한 불자네트워크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불교교리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백날을 떠들어도 결집은 힘들다. 먼저 먹고 사는 일로 접근할 생각이다. 대형교회에 사람들이 모이는 게 무엇 때문인가. 교회에 가면 장관이 주차요원도 하고 국회의원들이 질서요원도 한다. 삶에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모이는 것이다. 그걸 욕심이라고 볼 수는 없다.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 아닌가. 방편의 문제로 봐야한다. 그래서 향우회도 하고 동문회도 하고 하지 않나. 일단 불자네크워크 앱을 개발할 생각이다. 일종의 정보화사업이다. 불자들을 지역별로 세분화해 직종별로 정보화할 생각이다. 이미 두 군데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이를테면 불자들이 강원도에 출장을 가면 불자앱을 보고 불자가 운영하는 맛집에 가는 것이다. 어느 지역 부동산을 산다면 이것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이런 어려운 시기에 불자의 집이라고 먼 곳에서 찾아온다면 얼마나 감동을 하겠는가. 서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고, 불자라는 유대감은 더욱 끈끈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불교가 삶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단시일 내에 결과를 내기는 어려워보인다.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부터 교구신도회를 순례하고 있다. 다들 좋다고 하더라. 교구신도회를 중심으로 법조인, 공무원, 식당, 기업 등 모든 직종의 불자들을 지역별로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지도도 만들고 해서 앱으로 서비스를 할 생각이다. 꼭 성공하리라 확신한다. 이렇게 네트워크가 형성이 되면 그 힘은 고스란히 불자라는 자부심, 조직화된 신행생활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100만명을 목표로 추진해 볼 생각이다. 만약 이런 인적네트워크가 미리 형성돼 있었다면 종단에서 추진하는 백만원력사업이 더욱 탄력 받았을 것이다.

▶만약 인적네트워크가 커지면 일반인들도 들어오려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도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인적 네트워크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조계종 신도증을 가진 불자로 한정할 생각이다. 포교의 관점에서도 중앙신도회의 가장 역점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

▶경제활동과 중앙신도회장을 병행하는 것은 힘든 일이 될 것 같다.
경제활동을 접었다. 돈을 벌게 되면 더 벌고 싶은 마음이 인지상정이지만, 그 욕망을 이제는 정리했다. 이런 생각은 전임 이기흥 회장을 보면서 결심하게 됐다. 이기흥 회장은 훨씬 젊은 나이에 이런 결단을 내린 분이다. 경제활동을 내려놓고 온전하게 신도운동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아직 정리하지 못한 일이 조금 있다. 그마저도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할 생각이다.

▶재가불자의 역할에 대해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스님은 스님답게, 재가불자들은 재가불자답게 본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던 재가불자로서의 본분을 다한 다음에야 종단을 포함한 여러 사안에 대해 말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먼저 재가불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자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 사부대중이 각자의 본분을 지키며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한국불교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사 대표 kimh@beopbo.com

 

[1572호 / 2021년 2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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