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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불교의례

같은 종단인데 절마다 의식이 제각각여서야

교리·수행이 내면의 무형적이라면 의례는 형태로 드러낸 것
지역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져 불교의 풍성한 역사 만들어와
‘반려동물 위패’ ‘반복적인 천도재’ 등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각 사찰마다 전통적으로 천도재와 백중 등 재의식이 설행되고 있다. 
각 사찰마다 전통적으로 천도재와 백중 등 재의식이 설행되고 있다. 

이번 호에는 불교 ‘의례(儀禮)’와 관련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종교에 있어 의례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불교 역시 교리나 수행이 내면의 무형적이라면, 의례는 그것이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원론적으로 들어가 부처님의 ‘내자증(內自證)’의 깨달음을 기준으로 본다면 부처님께서 중생제도를 위해 행하신 일체 교화 및 부처님 제자들의 수행과 교화들도 모두 겉으로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의례라고 할 수 있다.

훗날 경률론 3장의 형태로 남겨진 일체의 가르침, 이것을 우리는 ‘남길 유[遺]’ 자와 ‘가르칠 교[敎]’ 자를 합성하여 ‘유교(遺敎)’라 하는데, 겉으로 드러나 남겨진 가르침이 없었더라면, 깨침의 내자증도 세상에 알려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남겨진 가르침을 접할 때에는 부처님이나 그 제자들의 깨달음의 내적 체험으로 온 마음을 향해야 한다. 이런 심정에서 나온 말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標月之指]’이니,  ‘진리의 바다를 건너는 보배 뗏목[法海寶筏]’이니 하는 말이 나왔다. 깨침으로서의 ‘안’과 드러냄으로서의 ‘밖’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의례는 그런 ‘밖’인 셈이다.

그런데 본론에서는 이상과 같은 원론적인 넓은 의미의 의례를 운운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현상적인 좁은 의미의 의례 의식으로서 불교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불보살의 형상이나 또는 그에 준하는 형상 앞에서 올리는 의례에 한정해서 말하려고 한다. 강조하려는 것은 “안팎이 밀접하다”는 점이다.

좁은 의미에서 의례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나라에도 예부터 큰스님들께서 관심을 가지고 정비하고 보급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백파긍선(1767~1852) 스님의 ‘작법귀감’이 있고, 일제강점기에는 안진호(1880~1965) 스님의 ‘석문의범’이 있다. 해방 후 한 때 의례가 천시되기도 했지만, 그 중요성을 통감한 봉선사의 월운(1928~생존) 강백이 1970년대 후반부터 조계종 중앙승가대학에서 어린 승려들을 위해 ‘불전의식(佛前儀式) 과목’을 담당했다. 이 때 다룬 내용을 훗날 책으로 묶은 것이 바로 ‘일용의식수문기(日用儀式隨聞記)’(중앙승가대학 출판국, 1991년)이다. 당시 월운 강백은 ‘종승(宗乘) 과목’으로 ‘대승기신론’도 교육했다.

‘일용의식수문기’는 책 제목이 말하듯이, ‘전문의식’이 아니고, 갓 출가한 어린 승려들이 향후 절에 살면서 필요하겠다고 생각되는 ‘일용의식’을 추린 것이다. 추린 범위는 그저 당신께서 옛 어른들께 들은 대로라는 겸손의 표현이다. 이 책에는 당시 절 집안에서 유통되는 ‘일용의식’ 관련 자료들을 모아놓았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자료집 앞에 약 80쪽에 달하는 ‘머릿말’을 붙여, 불교의식의 형태, 시기, 유래, 내용 등에 관련한 분석적 검토를 시도했다.

위의 책에서 강백은 의례를 봉행하는 시기를 기준으로 정기적인 것과 부정기적인 것으로 나눈다. 정기적인 것으로는 설이나 추석 등 세시(歲時)에 따른 것, 부처님오신날이나 성도절이나 우란분절 등 성절(聖節), 국가나 왕실의 안녕을 빌기 위한 축성(祝聖)이나 인왕(仁王), 교단의 기강을 세우기 위한 포살이나 수계, 스님들 일상생활의 규범으로 조석예불이나 식당작법 등을 꼽고 있다.

한편 부정기적인 것으로는 불교의 법물(法物) 조성을 고하는 점안식이나 고사성(告事成), 특정 망자를 위한 시달림이나 천도법요, 불특정 다수 혼령을 위한 수륙재, 전시식(奠施食), 아직 입적하지 않은 자신의 앞길을 닦는 생전예수재, 질병에 신음하는 자를 위한 구병시식, 죽음의 직전에 놓인 미물을 놓아서 살려주는 방생의식 등을 꼽고 있다.

요즈음 각 종단마다 각종 재(齋) 의식에 관한 설행도 빈번하고 그에 따르는 세미나도 많이 열리니, 몇 가지만 사례로 들어 종단 차원의 대안이 왜 필요한지를 말해보고자 한다. 정기적인 의례 중의 하나인 ‘백중’과 부정기적 의례인 ‘천도재’ 사례를 보자.

첫째, ‘백중’의 교학적 근거는 ‘우란분경’이다. 내용은 이렇다. 대목건련이 여섯 가지 신통을 얻고 나서 젖 먹여 길러주신 어머니의 은혜를 갚고자 도안으로 관찰하니, 어머니는 생전에 악행을 많이 지어 아귀로 태어나 온갖 고생을 하신다. 목건련은 부처님께 방법을 여쭈니 “어떤 신(神)들도 그대의 어머니를 구할 수 없고 오직 시방의 여러 스님들의 위신력을 얻어야 어머니가 해탈할 수 있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7월15일 스님네들이 여름 안거가 끝나는 날, 시방의 여러 대덕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면 그 힘으로 현세의 부모와 7세의 부모님도 해탈할 것이다”고 하신다. 부처님은 다시 시방의 여러 스님들에게 말씀하신다. “시주 집을 위해 선정에 들어 공양을 받고, 먼저 불탑 앞에 놓고 여러 스님들이 축원을 마치고 그러고 나서 자기 밥을 받아라.”

자, 이상이 우란분절 또는 백중의 교학이다. 재가불자들이 할 일은 ‘살아생전의 선행’과 ‘승보 공양’이고, 출가 불자들이 할 일은 ‘안거 수행’과 ‘불탑 공양’이다. 이런 근간이 되는 교학을 바탕으로 지역과 역사에 따라 의례가 다양하게 만들어져 불교의 풍성한 역사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세월도 변했다. 백중에 반려 동물인 개나 고양이 위패를 올리는 절도 있다. 제사에는 소목(昭穆)이 중요한데, 반려 동물을 사람들과 같은 반열에 위패를 모셔도 되는지? 작년에 했는데 금년도 해마다 해야 하는지? 종단의 종학(宗學)으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천도재’는 불교 속으로 유입된 인도의 윤회적 생명관에 기초한 것으로 경전적 근거는 ‘유가사지론’에 나오는 ‘중유(中有; antarā-bhava)’ 개념이다. ‘임종’의 순간에서 ‘환생’의 순간 사이의 존재를 ‘중유’라 하는데, 그 기간이 길면 49일이란다. 이 기간에 남겨진 사람들이 죽은 이를 위해 선행을 하고, 또 부처님의 말씀을 읽어 주면 ‘중유’로 존재하는 당사자가 그 말씀을 듣고 업장을 녹여 아예 해탈하거나 업장이 좀 남아 혹 윤회하더라도 좋은 세상에 태어난단다.

이상이 천도재의 근본 교학이다. 이런 근본을 바탕으로 그 위에 지역과 시대에 따른 문화가 장식되어 풍성한 불교문화를 이루었다. 그런데 동일한 사람을 대상으로 해마다 천도재나 백중 제사를 지내도 되는가? 이미 환생해서 어딘가 세상에 살고 있거나 혹은 열반에 들어 더 이상 윤회 환생이 끊어졌을 텐데 말이다.

이 문제들이 모두가 종학에서 해결할 일이다. 같은 종단인데 이 절은 이렇게 하고 저 절은 저렇게 하고, 같은 절이라도 전 주지는 이렇게 하고 현 주지는 저렇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계종이면 조계종, 태고종이면 태고종, 진각종이면 진각종, 관음종이면 관음종 등등 각각의 종단마다 종학(宗學)에 입각한 이 시대의 의례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572호 / 2021년 2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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