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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김춘남의 ‘즐거운 뒷걸음’

기자명 신현득

많이 물러날수록 이기는 줄다리기
‘뒷걸음놀이’라 재미있게 표현한 시

다른 땐 서로 앞을 다투지만
줄다리기는 물러나야만 승리
인류문화유산 등재 민속놀이
우리 국민들에게 협동 가르쳐

“뒤로 물러나야 이기는 게 뭐~게?”

답은 ‘줄다리기’다. 

“많이 물러날수록 많이 이기는 게 뭐~게?”

답은 ‘줄다리기’다. 

줄다리기는 오랜 옛날부터 전해오는 우리나라 민속놀이이다. 이 놀이가 우리 국민에게 협동을 가르쳐 왔다. 풍년을 비는 의식으로 행해 오던 놀이여서 농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대보름에 지방별로 행해져 왔다. 민속박물관에 비치된 줄다리기 줄 하나를 보기로 들자. 그 줄다리기 줄은 한 아름이 넘는 부피이다. 기능이 있는 마을 어른의 지시로 장정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짚을 모아서 줄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줄을 높은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세 개를 합쳐서 더 굵은 줄을 만든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여 굵고 단단한 몸줄 두 개를 만드는데 여러 날이 걸린다. 두 개의 몸줄은 암줄과 수줄이다. 암줄과 수줄을 잇는 자리에 커다란 방아공이를 끼운다. 암줄 수줄을 이은 몸줄의 길이는 100미터 정도이다. 이 몸줄에 여러 개 갈랫줄을 달아서, 줄을 당기는 사람은 갈랫줄을 잡고 당기게 한다. 남자와 여자, 어른 아이 수백 명이 한 편이 된다. 경기 시작 전에 고사를 지내고, 몸줄에 술을 한 잔 부어서 이 놀이 행사가 잘 끝나기를 빌기도 한다.   

“당겨라 영~차!” 메기는 소리에, 꾕과리와 징소리, 북소리 등 농악기 소리가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경기가 끝나면 이긴 쪽이 줄을 갖거나 마을 공동의 것이 되기도 한다. 마을 입구의 액막이돌이나 나무에 감아 두거나 썰어서 논에 거름으로 넣기도 한다.

우리나라 줄다리기가 이처럼 놀이 문화의 가치가 있다 하여 2016년 유네스코(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 기구)가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하였다. 민속놀이에서 시작된 줄다리기가 오래 전부터 학교 운동회의 프로그램에 등장하여 어린이 학부형이 손뼉을 치게 하고 있다. 그리고, 동심의 시에도 즐거운 글감으로 등장하고 있다.

 
  
즐거운 뒷걸음 / 김춘남

마주보고 선다. 
양보는 없다. 

다른 때는 
서로서로
한 발 
먼저 
내밀 텐데

오늘은 
힘을 합쳐
한발, 한 발씩
힘껏,
물러나야 한다.

온 힘을 
줄 하나에 모은 
즐거운 줄다리기.
뒷걸음 놀이.

“으샤으샤!“
“영차영차!”
“허둘헛둘!”
“영치기영차!”

동시집 ‘빼빼로데이에 주문을 외우는’(2020)

 

운동회 날, 줄다리가 벌어졌다. 운동장이 응원소리로 가득 찼다. “으샤으샤!” “영차영차!” “허둘헛둘!” “영치기영차!”는 어린이와 학부형, 만국기와 운동장 둘레의 나무들이 어울린 응원의 목소리이다. 시에서는 줄다리기를 뒷걸음 놀이라 했다. 온 힘을 줄 하나에 모은 즐거운 놀이라 했다. 힘을 합쳐 한 발, 한 발씩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다른 때는 서로 앞을 다투던 것이 줄다리에서만은 뒤로 많이 물러난 쪽이 만세를 부른다고 했다. 재미있는 표현이다. 정말로 즐거운 뒷걸음이다.     
시의 작자 김춘남 시인은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뽑혀 등단했으며,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뽑히기도 하였다(2004). 부산 아동문학상(2014), 최계락 문학상(2018) 등을 수상하였고, 동시집 ‘앗, 앗, 앗’과 시집 ‘달의 알리바이’ 등 저서가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75호 / 2021년 3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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