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승불교의 아버지이자 제2의 붓다로 칭송되는 용수(龍樹, Nāgārjuna)보살. 서력기원 후 150~250년 경 인도 남부 지방을 무대로 대승불교를 홍포하며 활약했던 그는 위대한 사상가이자 종교인이었다.
용수는 수많은 저술을 통해 본말이 전도된 아비달마교학의 법유론적(法有論的) 교리 해석에 메스를 가했고, 실재론적인 바라문철학까지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용수라는 불세출의 사상가의 제련을 거친 인도불교는 찬란한 대승불교의 꽃을 피울 수 있었고, 힌두사상에도 새로운 물줄기를 형성하는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중론’은 반야 공사상을 중도 연기설과 연관시켜 논리적으로 해명한 용수의 대표 저술이다. ‘반야심경’과 ‘금강경’ 등 반야계 경전들이 가장 많이 보급된 한국의 불교인들이 공사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중론’은 반드시 읽어야 할 논서로 꼽힌다.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가 최근 역주한 ‘중론’은 1993년 5월 출간됐던 초판 개정본이다. 용수의 ‘중론’에 인도 청목이 해설한 산스크리트 원전을 구마라집이 한문으로 옮긴 번역문이 대장경에 편입돼 있다. 한역본으로만 전하는 청목의 해설은 논리의 명쾌함으로 인해 중국, 한국, 일본 등에서 ‘중론’을 공부하는 학인들에게 가장 폭넓게 읽혀 왔다. 그럼에도 ‘중론’은 논리 자체의 난해성으로 인해 다의적인 한역문만으로는 완벽한 이해에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다.
저자가 여러 중론 관련 텍스트를 토대로 역주한 ‘중론’은 발간 당시부터 화제가 됐고,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중관학자인 저자가 ‘중관논리’라는 반(反)논리적 논법의 핵심을 명확히 하고, 불교 지혜의 궁극인 반야공성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용수가 직접 저술한 게송에 한해 한역문과 산스크리트 원문, 우리말 번역문을 병치함으로써 각 게송의 의미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각 게송의 산스크리트 원문에 대한 상세한 문법해설을 일일이 각주에 실은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이러다 보니 ‘중론’을 개괄적으로 이해하려는 불자들은 물론 ‘중론’을 깊이 연구하려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최근 간행된 ‘중론 개정본’은 중론 업그레이드판이다. 각주의 산스크리트 문법 해설 오류를 상당부분 수정했고, 내용 설명도 보완했다. 한글세대 독자들을 배려해 본문 중 한자는 한글로 바꾸거나 괄호 속에 넣은 것도 새로운 변화다.
생각으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병을 씻어주는 이론서이면서 통속적인 종교개념을 초월해 진정한 종교성을 보여준다는 ‘중론’. 저자의 노고 덕에 반야사상의 요체인 ‘중론’을 보다 쉽고 명확한 언어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2만9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77호 / 2021년 3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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