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봄 꽃 가득한 길상사
6. 봄 꽃 가득한 길상사
  • 최명숙
  • 승인 2021.03.30 10:27
  • 호수 157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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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은 있어도 삶은 정해져있지 않아

사진찍는 사람들 통해 나 돌아봐
노력을 해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마음에서 나오는 울림 들어봐야
봄빛 드는 길상사 전경.
길상사 극락전앞 화단에 핀 관동화.

철이 들면서부터 내 소망은 평범하게 사는 일이었다. 생활이 단순하고 작을지라도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었다. 특별나보이는 내 삶을 누구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는 일이기에 보이는 그대로 살고 싶음이 간절했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상처를 받는 그 소망을 위로해준 법정 스님의 책들. 책장에서 손에 잡히는 스님의 책 한 권을 들고 길상사에 가는 길에는 무심의 즐거움이 있다.

봄비 그친 길상사가 맑았다. 많지 않은 사람들 곁으로 바람만 스칠 뿐 고요했다.

봄비의 흔적을 담고 있는 영춘화 꽃잎 몇 개가 바람결에 떨어지더니 극락전 풍경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왔다. 일주문에서 합장 인사를 하는 사람에게도, 침묵의 집 참선자들도, 백석과 길상화 보살의 사랑 이야기와 길상사의 유래를 이야기하는 나들이객에게도 들릴 풍경소리다. 진영각 법정 스님도 풍경소리에 일어나 당신이 좋아하던 꽃이 어떤 꽃이었는지 이야기하는 젊은이들을 예쁘게 바라보실 모습도 그려보았다.

경내 곳곳에서 커다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앵글 속에도 풍경소리가 담길까? 관음보살상 앞에서 노루귀꽃과 관동화가 핀 자리를 묻던 노 사진작가 카메라에는 풍경소리가 한 컷 정도 담겼을 것 같다.

법당에서 삼배 후 천천히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 적막감이 감돌았지만 예년에 못본 봄꽃들이 곳곳에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극락전과 적묵당 앞 흰노루귀꽃과 청노루귀꽃, 관동화 등이 지고 있었다. 맑고향기롭게 사무실에서 길상선원으로 가는 언덕길을 따라 노란 영춘화와 수선화가 피어있다.

어김없이 꽃 근처에는 사진을 찍는 이들이 있다. 카메라 앵글을 맞추는 사람들의 자세를 보면 사진으로 나올 풍경을 짐작할 수가 있다. 한 장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혼신을 기울여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살아가는 것은 어찌 보일까 싶다. 어떤 이는 어설프다고 하고 어떤 이는 그만하면 잘 살고 있다고 볼 것이다.

삶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다름은 있어도 정해져 있지는 않다. 내가 서 있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오지 않았다면 아름다운 봄꽃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사진 찍는 사람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지도 않았을 일이다.

사는 일이 맘대로 되는 건 아니어서 스스로 노력하는 삶을 살고 남 보기에 잘 살아 보여도 결과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눈앞에 한 송이 꽃을 접사로 초점을 맞추어 찍었지만 나온 사진에는 꽃에서 초점이 벗어나서 멀리 서 있는 나무가 선명하게 나오는 때가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도 종종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진의 초점이 빗나간 것을 카메라를 탓할 수는 없고 노력은 했으나 만족할 만큼 나오지 않은 일의 결과를 두고 무엇 때문이라고 원망할 수는 없다. 그때는 무심으로 돌아가 나의 본마음에서 나오는 울림을 들어보는 것, 바른 안목으로 순간을 잘 파악 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과 환경이 달라진 후에 초점나간 사진도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고 좋은 방편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하는 삶 속에서 잘 난 것도 못난 것도 사랑해야겠다. 나와 공존하는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며 사랑하는 때가 이 순간 바로 이때지 따로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경내를 한 바퀴 돈 후, 진영각으로 올랐다. 조금 전 꽃 핀 자리를 물었던 노 사진작가가 마루에 앉아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찍은 사진 중 일부만 남기고 삭제하는 듯 보였다. 필요에 의해 사진을 수십 장 찍었지만 사진에 마음이 쓰이고 의도에 맞는 몇 컷만 남겼을 것이다. 지우기 아까운 컷이 있는 듯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는 표정에서 시를 써놓고 망설이며 한 단락을 지우던 내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본다. 합장 인사를 하며 진영각을 나서는 노 사진작가의 발걸음이 가볍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바로 버릴 줄 아는 것, 무소유는 단순히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하신 법정 스님의 말씀으로 마음의 쉼표 하나를 찍었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cmsook1009@naver.com

[1579호 / 2021년 3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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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르 2021-03-30 23:05:25
편안해지는글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