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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박종현의 ‘시를 쓰자꾸나’

기자명 신현득

평생 어린이운동에 몸 바친 시인이
세상을 향해 ‘시를 쓰자’고 외친 시

백두‧한라 오르는 연 띄우는 건
통일과 평화, 나라 사랑의 상징
연을 위해서 내는 새 울음도 시
동심의 시를 평생 쓰자는 호소

한평생 어린이운동에 몸 바쳐 일하는 것이 쉬운 일 아니다. 한 평생 어린이 위해 시와 동화를 창작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나라의 아동문학 발전을 위해 월간 아동문학 잡지를 계속 내는 일은 더욱 쉬운 일 아니다. 그런데, 이 어려운 세 가지 일에 몸 바쳐 일하다가 한 세상을 마친 원로 아동문학가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박종현 시인(1938~2020)이다.

박종현 시인은 좋은 동시집 여러 권을 남겼다. 좋은 동화집도 여러 권 남겼다. 1976년 월간‘아동문예’를 시작하여 통권 445호가 출간되었고, 등단작가 600명을 길러내었다. 역사에 남을 일을 한 것이다. 박 시인이 가시고 1주기 되는 지난 3월14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진곡산단로 1-16, 선생의 묘소에서 국내 아동문학 원로와 대표, 선생의 가족 친척이 모여, 추모문집 ‘귀하! 나 박종현!’의 봉정식을 가졌다. 박종현 선생 추모문집 발간위원회에서 발행한 추무문집에는 문우, 후배 95명이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글을 쓰고 선생의 대표작을 앞세웠다. 추모문집에 오른 선생의 대표 동시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한다. 

 

시를 쓰자꾸나 / 박종현

비가 오는구나. 
우리들 가슴에
시를 쓰자꾸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를 쓰자구나. 
우리들이 좋아하는 시를 쓰자꾸나. 

눈이 오는 구나.
우리들 가슴에 
연을 띄우자꾸나. 
백두산을 오르는 연을 띄우자꾸나.
한라산을 오르는 연을 띄우자꾸나.

바람이 부는 구나.
우리들 가슴에
날개를 달자꾸나. 
동녘 바다를 나는 달개를 달자꾸나.
서녘 바다를 나는 날개를 달자꾸나. 

울자꾸나. 
울자꾸나.
시를 위해 울자꾸나. 
연을 위해 울자꾸나.
날개를 위해 울자꾸나.

쓰자꾸나.
쓰자꾸나.
한 평생 쓰자꾸나.
아이들을 위해
쓰자꾸나.
우리들을 위해 쓰자꾸나.

추모문집 ‘귀하! 나, 박종현’(박종현 선생 추모문집 발간위원회. 2021.3.14.)에서

 

동시를 써오던 박 시인이 세상에 외치는 목소리는 ‘시를 쓰자꾸나’이다. 그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 말 밖에 남길 말이 없었던 것이다. 비오는 날 가슴에다 시를 쓰자고 외친다. 시중에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를 쓰자고 했다. 동시를 쓰자는 것이다. 동시는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시이기 때문이라 했다. 다음으로 백두산을 오르는 연을 띄우자고 했다. 한라산을 오르는 연을 띄우자고 했다. 통일과 평화와 나라사랑, 겨레사랑을 상징하는 표현들이다. 바람 부는 날에는 우리들 가슴에 날개를 달고 동해와 서해를 날면서 물새소리를 내자고 했다. 물새 울음을 내자고 했다. 

시를 위해 새 울음을 내자고 한 것이다. 연을 위해 새 울음을 내자고 했다. 날개를 위해 외치자고 했다. 그 새 울음, 그 외침이 모두 시다. 그러한 동심의 시를 한 평생 쓰자고 했다. 그 울림이 너무도 크다. 우리 삼천리를 울리고 있다.

박종현(朴鐘炫) 시인은 아호를 등산(等山)이라 했으며, 전남 구례 출생이다. 동시·동화를 창작하면서 1976년부터 아동문학 전문 월간지 ‘아동문예’를 발행해 왔다. 시인이 세상을 마치자, 가족의 손에서 속간이 되고 있다. 박 시인의 저서로는 동시집으로 ‘빨간 자동차’(1965), ‘손자들의 숨바꼭질’(1977) 등 다수와 동화집 ‘별빛이 많은 밤’ ‘사랑의 꽃밭’(1991) 등이 있다. 한국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 분과회장, 서울시 도봉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79호 / 2021년 3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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