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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속 조사는 왜 옆을 보나?

기자명 김형규
코의 윤곽 못살린 화법의 한계 탓

19세기말 명암개념-사진기술 도입후 변화 뚜렷


영파당 성규 진영

이름 있는 사찰을 방문하면 으레 만나게 되는 것이 조사들의 진영(眞影)이다.

보통 진영당(眞影堂), 영각(影閣), 영자전(影子殿), 조사전(祖師殿), 국사전(國師殿) 이라 불리는 전각에 모셔진 조사 진영은 남아있는 것만 1000여 점, 이 정도면 불교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조사 진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조사 진영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노라면 한가지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조사들은 한결같이 옆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다는 아니지만 적어도 대다수 진영이 약간 옆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정면을 10분 면으로 한다면 약 7∼8분면 정도가 대부분이다. 당시 조사들의 진영을 그렸던 이들은 왜 정면 그림을 그리지 않고, 옆면을 그렸을까?

정면 사진을 찍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참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상식으로 정면으로 그려야 얼굴 전체가 드러나고, 훨씬 더 정밀하게 그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물론 이유는 간단하다. 조사 진영이 대부분을 약간 옆모습으로 그려진 이유는 화승(畵僧)들이 정면 그림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조사들의 진영이 아직 명암과 원근의 개념이 서구와 일본에서 들어오기 전 그려진 그림이다. 정면으로 그렸을 때 명암을 사용하지 않으면 코의 윤곽과 선을 제대로 살리기 힘들다. 따라서 화승(畵僧)들은 약간 측면으로 치우친 옆면을 그림으로써 코의 윤곽을 살리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말 옆이 되면서 일본으로부터 명암에 대한 개념과 사진 기술이 들어오면서 그 이후 정면으로 그린 조사 진영들이 많이 그려지게 된다. 2000년도 고승 진영 전시회를 개최했던 직지사 성보박물관장 흥선 스님은 “현재 남아있는 조사들의 진영 가운데 정면을 보고 있는 것은 5점에 1점 꼴로 아주 소량만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19세기 말 이후 서양화법이 전해지면서 점차 많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명암과 사진기법이 사용돼 그려진 대표적인 진영이 1928년과 1938년에 그려진 송광사 소장 함호당과 인봉당 진영이다. 정면을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양감까지 살아있다.

현재 남아있는 조사들의 진영들은 대부분 18∼19세기 그려진 것들이다. 연대가 오래된 진영이라야 겨우 1700년도 초에 불과하다. 불화만 해도 고려 불화가 적지 않게 남아있는데 조사 진영은 왜 이렇게 연대가 내려갈까? 이유는 진영이 훼손될 때마다 새로 모사하고 본래 진영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진영이 낡거나 훼손되는 것은 조사에 대한 불경이라 여겼던 절 집안의 전통 때문에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난 조사 진영이 많이 남지 않은 것이다.

우리 나라에 다른 불교국가와 달리 이처럼 많은 조사 진영이 많이 남아있는 것은 조사 중심의 불교인 선종의 영향이다. 또 불교가 조선시대 유교의 영향을 받아 문중 중심의 불교로 재편되면서 문중의 권위와 전통을 확립하기 위해 많이 조성됐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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