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 국민, 아닌 전 세계가 발이 묶이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인간의 동물적 본능에는 유목민적인 DNA가 굵게 존재한다. 이로 인해 외부적인 속박은 가상으로의 질주를 초래했고, 여기에 4차산업의 전개와 5G의 본격화는 변화의 속도에 ‘묻고 떠블로 가’를 강하게 시전하고 있다.
코로나의 족쇄로 가장 수혜를 입은 대표주자 중 하나는 유튜브다. 유튜브는 구글이라는 거대공룡의 버프 속에, 인터넷 취약층이던 한국의 성인들을 단기간에 매료시켰다. 물론 여기에는 유튜브의 경제정책인 ‘이익공유’ 방식 역시 한몫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네이버 ‘지식in’이 답변하는 사람에게 내공이나 영웅 및 초인과 같은 배지를 준 것에 불과했다면, 유튜브는 광고 수익을 할애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이러한 이익공유는 자본주의의 핵심을 정확하게 관통하면서 유튜브의 영역을 비약적으로 확대하게 한다.
그 결과 네이버 지식in은 예전의 싸이월드처럼 서서히 몰락하는 모양새다. 이제 유튜브는 동영상 시청을 넘어, 물건을 살 때도 검색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 접근하는 다양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버프’라는 천재지변 급 상황이 2년을 향해 치달으면서, 유튜브는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영원한 제국을 만들어가는 모양새다.
코로나는 불교 유튜브 개설에 있어서도 일대 획을 그은 사건이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유튜브는 불교와 큰 관련 없는 강 건너 불과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유튜브는 불교 종단과 방송 및 신문사 할 것 없이 가장 뜨거운 화두로 변모했다.
조계종 포교원에서 불교 크리에이터 사업을 확대하고, 교육원의 승려연수 프로그램에 유튜브 활용이 들어가는 것. 또 ‘법보신문’에 이 연재 지면이 할애된다는 것 등은 불교계의 유튜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잘 나타내준다.
또 내가 사는 월정사는 유튜브의 활성화를 통해 조만간 월간 소식지인 ‘오대산 향기’의 폐간을 검토 중이다. 소식지 발간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 오히려 유튜브에 비해서 효용성이 낮다고 판단되며 나타나는 변화이다.
이외에도 유튜브가 홈페이지를 대체하는 것도 먼일이 아님을 판단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제 모든 길은 인터넷으로 통하며, 그 핵심에 유튜브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 유튜브가 최근에야 관심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불교 유튜브의 대표적인 특징은 아이러니하게도 ‘무성의’와 ‘촌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누가 나에게 ‘불교책은 한결같이 촌스럽다’고 했던 기억이 인터넷 안에서 재현되는 느낌이다. 이런 ‘촌빨’의 탈피, 이것은 곧 성의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어떤 분은 내용만 좋으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음식점이 지저분하면 고객은 맛에 대한 평가까지 가지 않고 발길을 돌리는 게 현대사회이다. 즉 누군가 봐주기를 원한다면, 최소한의 성의에 입각한 적절한 깔끔함과 멋스러움이 요구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세련됨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음이 된다.
작금의 유튜브는 빼곡하게 자라나 있는 콩나물시루와 같다. 그곳에는 실로 엄청난 경쟁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조금만 선택권에서 벗어나면,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무존재와 같이 되고 만다. 즉 처절하고도 잔인한 응징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유튜브의 대문을 번듯하게 장식하고, 섬네일에 임펙트를 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을 넘어, 이제는 ‘눈에 띄지 않으면 그대로가 죽음’인 무한경쟁의 세계가 전개되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유튜브는 수십만 조회 수도 많지만, 실상 유튜브 영상 중에서 조회 수 1만이 넘는 것은 고작 1%에 불과하다. 즉 승자의 독식 구조가 극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세상이 유튜브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부각할 수 있는 눈에 띄는 꾸밈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닌가 한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kumarajiva@hanmail.net
[1584호 / 2021년 5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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