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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 ‘찬송가 선교’ 묵인할 것인가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6.11 19:39
  • 수정 2021.06.11 19:45
  • 호수 1589
  • 댓글 4

대구시립합창단의 지속적 편향행위
반성커녕 찬송가보급 기회 삼은 듯
특단조치 안 한 결과 선교에 날개
시민혈세 투입 문화단체 직시해야

동화사가 5월14일 대구시를 방문해 대구시립합창단(상임지휘자 박지운)의 종교편향적 공연에 대해 항의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동화사가 5월14일 대구시를 방문해 대구시립합창단(상임지휘자 박지운)의 종교편향적 공연에 대해 항의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대구시립합창단이 최근 4년간의 공연무대에서 부른 198곡 중 88곡이 기독교 찬송가라고 한다. 46%이니 거의 절반에 이른다. 2013·2014년 찬송가 일색의 곡들을 정기 공연무대에 올리며 종교편향 물의를 일으킨 그 대구시립합창단이 보인 행태다. 이것은 수년에 걸친 불교계의 항의와 개선 당부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방증이다. 집요함과 교묘함으로 무장한, 그러니까 전 세계의 선교사에서도 찾기 어려운 한국기독교 특유의 ‘공격적 선교’ 방식이 대구시립합창단에 그대로 접목돼 벌어진 작태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표독스럽다.

대구시립합창단의 ‘찬송가 선교’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13년이다. 이기선씨의 지휘자 취임기념을 겸해 열린 121회 정기 연주회(9월) 당시 홍보책자 표지에는 ‘이 땅에 기쁨과 평화를’이라는 문구가 부제로 새겨져 있었다. 이어진 122회 정기연주회(11월), 송년회를 겸한 123회 정기연주회(12월)에서도 찬송가로 무대를 채웠다. “대구시립합창단은 사실상 찬송가 선교회”라는 비판이 가해지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다음 해인 2014년 3월에도 124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는데 어땠을까? 불교계의 항의와 시민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종교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한국창작합창곡을 중심으로 한 곡들을 선보였다. “개선됐다!”는 안도감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앙코르 곡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불렀기 때문이다. 이 곡은 ‘주’, ‘예수’, ‘여호와’가 16차례나 언급되는 찬송가 대표곡 중 하나이다.

‘앙코르 찬송가’ 사건은 대구시립합창단의 찬송가 선교가 지속될 것임을 암시한 것이었는데 대구불교총연합회 종교편향위원회가 내놓은 대구시립합창단의 최근 4년의 공연현황 결과가 증명했다. 정말이지 그들의 교묘함에 분노가 이는 건 종교편향 비판이 인 이후부터 대부분의 찬송가를 라틴어로 불렀다는 사실이다. 기독교 찬송가에 일가견이 없는 불자를 비롯한 일반 시민을 의도적으로 기만한 것이다. 교회 소속의 합창단도 아닌 시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시립합창단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거의 10년 동안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단언컨대 이에 대한 책임은 대구시에 있다.

대구시가 이 합창단의 종교편향성을 인지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건 2014년 4월이었다. ‘앙코르 찬송가’ 사건 직후다. 당시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종교편향 예방 자문위원회 설치, 공연내용 사전 점검을 약속했다. 나아가 예술 감독 및 단원 위촉 계약서에 종교편향 행위 금지 조항도 삽입하겠다고 했다. 후속조치 확약을 대구시는 지켰을까? 실질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4년 10월 대구시 주최로 열린 ‘제1회 대구합창대제전’을 통해 간단히 추론할 수 있다.

당시 대제전에 참가한 5개 단체가 하루씩 돌아가며 공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첫날 무대에 오른 인천시립합창단이 앙코르 무대에서 찬송가를 선보였다. 대구시의 초대로 참석했던 동화사 스님들은 그대로 퇴장했다. 대구시립합창단은 물론이고 원주·안산·대전시립합창단도 찬송가를 공연했다. 찬송가 선교에 대구시가 발 벗고 나선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이때 대구광역시장은 2014년 7월 선출된 현 권영진 시장이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불교총연합회에게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며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결과는 어떠한가? 앞서 언급했듯이 대구시립합창단은 최근 4년동안 찬송가 보급에 심혈을 기울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고만장한 선교행태를 보였다. 재임 직전에 촉발된 대구시립합창단의 ‘찬송가 선교’를 처리하기는커녕 그들에게 ‘선교 날개’를 달아 준 셈이다.

2013년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최재욱 대구시립합창단 단무장은 “침체된 경제로 힘들어하는 지역민들에게 평화를 주고자 음악회를 기획했다”며 “다소 기독교적일 수 있지만 문제될 것 없다”고 했다. 혹 권영진 시장은 작금의 합창단 작태를 두고 “다소 기독교적일 수 있지만 문제될 것 없다”고 보는가? 대구시의 향후 행보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일 될 것이다.

[1589호 / 2021년 6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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