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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신 동국대 총동창회장

“동국대 학우라는 인연이 내게는 핏줄만큼 소중하죠”

28대 이어 29대 회장 선출…‘동국인명록’ 발간 동문 35만명 확인
100억원 규모 장학금 적립 추진…늦어도 올해 안 동창회관 마련 
캠퍼스 커플로 딸도 동문…동창회 인재들의 법인이사 참여 기대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은 성공의 지름길이면서 버려야할 폐습이었다. 유난히 강한 ‘우리’라는 의식은 공정한 경쟁보다 인연을 따지게 했고, 불합리한 결과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우리’라는 울타리를 넘어선 글로벌한 세상이 되면서 핏줄의 끈기는 묽어졌고 고향 없는 세대에 지연은 잊혀졌다. 학연 또한 ‘동문’이라는 의미 이상을 갖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그럼에도 같은 핏줄에 정이 가고,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역시 경쟁력이다. 같은 배움의 인연이 서로를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끌림 또한 여전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이런 특별한 인연이 그냥 생기지는 않았을 터. 아마도 무수한 생(生)의 만남들이 쌓여 빚어낸 결과들일 것이다.  

박대신 동국대 총동창회장은 학연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긴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 학우는 피보다 진하다.” 박 회장이 동문들을 만날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박 회장은 2년간에 걸친 28대 회장의 소임을 끝내고 지난 3월28일 29대 회장에 다시 선출됐다. 모교에 대한 박 회장의 사랑과 헌신을 동문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동국대 국문학과 69학번이다. 캠퍼스 커플로, 딸 또한 동국대를 졸업했다. 동문이라는 이름 아래 횡(橫)과 종(縱)으로 얽힌 예사롭지 않은 인연은 남다른 모교사랑의 원동력이다. 박 회장은 기업을 경영하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모교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동국대 총동창회 상임부회장, 수석부회장, 동창회 산하 재단법인 동국장학회 이사 등을 거쳐 동국대 총동창회 회장까지, 동국대는 박 회장의 삶 그 자체다.

총동창회의 활동은 계속되는 희생과 헌신의 과정이다. 크고 작은 학교 일에 동창회 이름으로 봉사하거나 기부하고, 졸업한 동문들을 모교의 품으로 이끌어내는 것도 박 회장의 몫이다. 특히 요즘 젊은 후배들은 동창회 존재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아 동창회장의 일은 더욱 힘에 부친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전국을 돌며 동문들을 결집해 학교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는 열의가 뜨겁다. 

▲ 지난 3월28일 28대에 이어 29대 총동창회장에 재임됐다. 소감은 어떤가. 
2019년 28대 회장에 취임했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계획했던 일들을 꼼꼼히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런 것을 감안해 기회를 준 것 같다. 동문들의 뜻을 잘 헤아려 28대에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성실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행인 것은 올해 초 ‘동국인명록’을 발간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배출된 동문의 수를 30만명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현재 35만명이라는 정확한 수치를 알아냈다. 이 과정에서 숨은 동문을 찾고 새롭게 연락처를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동행 빛나는 동국’이라는 비전 아래 동문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생각이다.  

▲ 2년 전 28대 회장에 취임할  당시 총동창회는 4년간의 분규를 겪은 뒤였다. 그때의 상처는 정리가 됐나.
안타깝고 또 부끄럽기도 한 부분이다. 동문끼리 포용하고 아끼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많은 부분 오해가 풀렸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런 불협화음을 말끔하게 털어낼 생각이다. 2019년 28대 총동창회 출범 당시 총동창회 설립 101주년을 맞아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새로운 동창회 100년 역사창조를 위한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각 지역의 지회, 지부의 대표자들 200여명이 동참했다. 동문들 간에 끈끈한 우애를 다졌고, 역시 우리는 동국대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확인했다.
  
▲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춰 섰다. 여파가 있을 것 같다.
한 번의 시련을 겪은 터라 조직 강화를 통한 결속력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지부, 지회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고 미결성지역의 조직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화합과 소비를  위해 각 시도(市道)를 돌고 있는데 1차 지역 경주를 끝으로 멈춘 상태다. 또 코로나19의 여파로 많은 동문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시점에 동문들에게 회부납부를 독려하기도 민망한 일이 됐다. 그러나 백신을 접종한 동문들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문들을 만날 계획이다. 

▲ 29대 총동창회 핵심 사업은 무엇인가.
재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장학사업, 그리고 동창회관 마련이다. 장학사업은 후배들의 안정적 학업을 위해 1970년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재 2700여명의 동문과 재학생이 혜택을 입었다. 특히 1995년, 재단법인 동국장학회가 설립되면서 많은 동문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장학회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장학기금의 상당부분을 임원들의 출연금으로 해결했는데 이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 1차적으로 매월 정기적으로 소액 기부금을 이체하는 회원 500명을 확보할 생각이다. 이렇게 해서 적어도 10년 안에 100억 원을 적립할 계획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많은 후배들이 학비 걱정 없이 학문에만 매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 총동창회관 건립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회관 마련은 가능한가.
먼저 동문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경과를 이야기하자면 2007년 학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로터스관이 완공되면 500평 정도를 총동창회가 사용하기로 했다. 그 전제조건으로 24억 원을 모교에 예치했다. 당시로서는 큰돈이었다. 그러나 로터스관이 십수년이 지나도록 완공되지 못하고 있고, 로터스관 건립기간 동안 충무로 영상센터에 임시 사무실을 임대해 주기로 했는데 이것 또한 여의치 않게 됐다. 따라서 현재 학교와 협의 하에 예치금 반환을 위한 법적절차를 밟고 있다. 예치금을 돌려받으면 늦어도 올해 안으로 50~60억 원의 재원을 들여 150평 규모의 동창회관을 마련할 계획이다.

▲ 총동창회 재정 확대를 위한 수익사업도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쇼핑몰 사업이다. ㈜이제너두라는 업체와 협약을 맺고 인터넷 쇼핑몰인 ‘동국대 동창회 복지몰’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 이를 동문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현재 졸업한 동문이 35만명, 재학생이 3만명이다. 동문들은 가장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으며 판매액의 2% 정도가 장학기금으로 적립된다. 졸업한 동문들과 재학생이 함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동문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고 있다.

▲ 총동창회 활동은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 외에 특별한 혜택이 없다. 그럼에도 총동창회에 이토록 애착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적은 바꿔도 학적은 바꿀 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학우라는 인연이 나에게는 핏줄보다 더욱 깊은 숙연으로 생각된다. 자기희생을 하면서 동창회 활동에 열의를 보여줬던 많은 선배님들이 있다. 그분들을 보며 동국대에 대한 자부심과 끝없는 모교사랑의 애틋함을 배웠다. 돌이켜보면 사회에 나가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고, 세파를 헤쳐갈 수 있는 배움을 주었던 곳이 바로 모교인 동국대다. 그래서 동문의 입장에서 동국대가 발전하고 후배들이 더욱 좋은 교육을 받아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 이것이 바로 애교심이라 생각한다.

▲ 총동창회 회장으로서 학교 측에 바라는 것은 없나.
학교법인과의 관계가 소원하다. 총동창회의 잘못도 있을 것이고 법인의 잘못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일이다. 종단과 학교가 정쟁이나 혼란에 빠지고 그러면서 총동창회도 그런 부분에 자유롭지 못했던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종단과 법인이 안정돼 있고, 최근에는 건학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학교발전만을 위해 협력할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불협화음을 낼 하등의 이유가 없다. 총동창회의 활동목적은 오로지 학교의 발전에 있다. 현재 법인의 이사가 13명인데 재가이사가 4명이다. 그러나 총동창회 소속은 하나도 없다. 총동창회에 남다른 애교심과 사회적인 능력까지 갖춘 인재들이 많다. 그런 분들을 이사회에 추천할 수 있도록 법인에서 마음을 열어줬으면 한다.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동국대를 상징하는 정문이 세워졌으면 하는 것이다. 동국대는 사실상 정문이 없다. 정문이라 불리는 남문은 차로로만 쓰인다. 정문 옆 땅을 매입해 누가 봐도 이곳이 동국대구나 하는, 자부심을 가질만한 상징적인 정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지면서 총동창회에 대한 후배들의 관심이 줄고 있다.
1980년대 학번까지는 제도권에 들어와 있다. 다만 1990년대 학번 이후 동문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다. 이들 학번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총동창회 발전의 관건이다. 그래서 이들 학번의 동기모임이나 소모임에 반드시 참여하려고 한다. 특히 입학 30주년이 되는 학번들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홈커밍데이’ 행사를 열고 있다. 총동창회도 여기에 주도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총동창회를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성과가 나쁘지 않다.

▲ 가슴에 특별히 담아둔 경구가 있나.
“임제 스님이 말씀하신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다.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 하고 있다. 총동창회 회장에 선출됐을 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장직을 함께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였다. 그래서 과감하게 회사에서 손을 떼고 총동창회 활동에만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반드시 총동창회 활성화와 더불어 사랑하는 모교 동국대의 발전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김형규 법보신문사 대표 kimh@beopbo.com

[1589호 / 2021년 6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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