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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합창단 국정감사 절실하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1.06.28 14:04
  • 호수 1591
  • 댓글 3

국·시립합창단 종교편향 무대 지속
종교갈등·국민분열 부추기는 행태
‘예술’로 포장하더라도 설득력 부족
스스로 안 바꾼다면 우리가 바꿔야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국민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역할 해야 한다. 국립 혹은 시립의 외피를 쓰고 선교 공연을 하고 있는 일부 지휘자와 합창단원들의 행위는 시정돼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는 재발방지를 위한 법적 조치 등 구체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대구시립합창단에 이어 국립합창단까지 ‘찬송가 선교’에 나섰다는 법보신문 보도가 나온 직후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이다. 두 합창단만을 향한 일갈이 아니다. 국립합창단은 물론 전국 시립합창단과 혈세가 지원되는 합창단을 향한 준엄하면서도 격노 서린 경고이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왜 아니겠는가. 이러한 행태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립합창단과 일부 시립합창단이 특정 종교를 찬양하는 ‘선교 공연’을 하는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자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종교적 갈등을 유발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음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교회음악의 궁극적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고 한다. 마틴 루터는 ‘음악 모음집’ 서두에서 교회 음악의 활용과 중요성을 적어 놓았다. ‘하나님께서도 사역을 위한 도구로 음악을 인정하신다. 모든 사람은 말씀과 음악으로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교회음악 중에서도 찬송가는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거나 기독교 정신을 전수하는 것으로 활용된다.

종교음악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고취시키고, 신념에 따라 그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일련의 행위들은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이다. 교회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목청껏 외치는 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공공장소에서도 용납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국립합창단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소개됐듯이 ‘우리나라 합창음악의 전문성과 예술성 추구를 위해 1973년 창단된 전문 합창단의 효시’다. ‘본격적인 합창 예술운동의 선두주자이자 합창음악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선도’해왔고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합창단이자 세계 최고의 전문합창단으로 독보적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2013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전곡이 기독교 종교음악으로 편성된 공연만도 25회에 달한다. 국립합창단 유튜브에는 홍보영상 및 공연내용을 담은 101개의 동영상이 게재돼 있는데 대부분 특정 종교음악을 표방하고 있다. 원어로 부른 곡에는 예수찬양 메시지를 담은 자막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 정도면 ‘합창 예술운동의 선두주자’ 역할을 한 게 아니라 ‘말씀과 음악으로 하나님 찬양’의 선두주자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예술운동’보다는 ‘찬송가 선교’에 방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국립합창단 측의 논리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본다. ‘찬송가 선교’ 논란을 빚었던 다수의 시립합창단 측이 내놓았던 ‘변명’에서 간단하게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 음악의 기원이 기독교이기에 종교 곡을 편성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술의 차원의 문제다.”

바흐.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유명 음악가들이 기독교 색 짙은 곡을 많이 썼다는 건 음악계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그들의 곡을 선보였다고 문제 삼는 게 아니다. 기독교 음악이 ‘전부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독교편향 일색의 음악만을 무대에 올리느냐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국립합창단’을 검색하면 ‘국립합창단 찬송가’ ‘국립합창단 찬송가 모음’ ‘국립합창단 찬송가 연속 듣기’가 상위에 노출될 정도다. 일례로 기독탄신일을 앞둔 12월 공연에서는 ‘헨델의 메시아’가 늘 등장한다. 반면 부처님오신날 공연에서는 윤이상의 오라트리오 ‘옴 마니 파드메 훔’ 한 번 올린 적이 없다. 불교 색채 강한 곡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독교 음악 밖에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억지를 부릴 것이라면 ‘국립합창단’이라는 명칭을 써서는 안 된다. ‘선교 합창단’ ‘기독교 합창단’이 맞다. 그렇다면 혈세를 투입할 이유도 없다. 국립합창단의 지난 행보를 철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한 번쯤 짚어야 한다. 스스로 바꾸지 않겠다면 우리라도 반드시 바꾸도록 해야 한다.  

[1591호 / 2021년 6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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