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곳의 절을 가든지 천불을 모신 절이 많다. 고양시 금륜사도 천불이 모셔진 절이다. 그런데 금륜사의 천불은 좀 다르다. 수어(手語)하는 천불만다라다. ‘법구경’을 수어로 전하고 있는 천불만다라는 부처님를 같은 자세와 채색 및 구성으로 똑같이 표현하는 기존의 불화와 달리 1000점의 부처님이 각기 다른 손 모양을 하고 있다.
닥종이에 수묵과 채색으로 된 부처님 그림 10점을 한 묶음으로, 한 불화 100개가 모여 총 1000점의 부처 불화로 구성된 천불만다라가 1층에 모셔져 있다. 예를 들면 “자기가 얻은 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남이 얻은 것을 부러워하지도 말라”는 ‘법구경’ 게송을 10점의 부처님 수어 불화로 표현하고 있다. 마치 부처님께서 청각 장애인들에게 수어로 ‘법구경’을 설하는 현장 같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수어가 있는 법당. 아니 세계에서도 단 하나뿐인 법당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 금륜사를 찾았을 때 본각 스님은 “부처님께서 진리를 설한 ‘법구경’ 게송을 수어로 그려 ‘천불수어설법도’를 봉안해놓으니 대중들이 보고 신심을 일으키고 있고, 장애인들도 언제든 와서 북카페에서 편안하게 책도 읽고 차도 마시면서 쉬었다가 가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법구경’ 전부를 1000점의 수어하는 부처님으로 표현하는 것이 참 힘든 작업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본각 스님의 큰 원력에 절로 숙연해졌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금륜사는 몇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푸른 여름 빛으로 서 있었고 코로나19의 여파로 경내는 조용했다. ‘수어천불만다라’는 불교가 말하는 인류애와 삼라만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고, 그림에서는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부처님의 평등한 가르침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1000점의 수어로 ‘법구경’ 내용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이는 장애불자와 일반대중 모두에게 상징적 의미가 크다. 누가 어느 때 보더라도 본각 스님과 화가의 원력은 빛바래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부처님 법을 배워가는 신심은 이어질 수 있다.
마침 현재 주지이신 효욱 스님이 찾아온 나를 반가워하며 출가 전 수어를 배웠던 이야기, 천불만다라에 대한 일화 등을 말해주셨다. 이 또한 좋은 인연으로 감사한 만남이었다.
효욱 스님께 “바깥에서 1층 법당으로 들어오는 경사로와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하자, 스님은 “출입구 쪽 낮은 턱과 홈이 있는 부분은 이동식 간이철판 받침대를 만들어 휠체어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스님은 간이철판 받침대를 보여주며 “이는 장애인만 편리한 것이 아니라 어르신, 어린아이 그리고 사찰의 물건을 이동시킬 때도 용이하다”고 알려주셨다. 스님 의 의견처럼 장애인을 위해 만든 편의시설은 모든 사람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함께 편리한 시설을 사용해도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불교가 장애인에 대한 환경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금륜사 같이 장애인에게 좋은 환경을 가진 절도 많고 열린 마음을 가진 스님들이 많이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찌 만족할 환경만 있겠는가? 부족한 것이 있다면 누군가의 책임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개선될 수 있도록 상하좌우의 모든 사람이 각자 위치에서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 노력의 시작은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부터 먼저 실천하는 데서 비롯돼야 할 것이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cmsook1009@naver.com
[1591호 / 2021년 6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