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어릴 때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더라도 밖에서만 쳐다봤지 법당 안에 들어가 본 적은 없습니다. 오늘 난생 처음으로 사찰에 왔고 법당 안에도 들어갔습니다. 기도하고 예불도 드렸습니다. 너무 편했습니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느낌입니다. 이 인연을 맺게 해준, 수미산원정대를 통해 불교를 소개해 준 지인에게 감사하기까지 합니다.”
“새벽 예불소리와 자연에서 들려오는 바람, 나무소리가 너무 벅찼습니다. 원래 대웅전도 못 들어가는 모태 기독교인입니다. 그러나 오늘 스님들의 법고 치는 모습, 법주사를 소개해주시는 모습을 보니 불교가 제게 다가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불교를 더 알아가고 싶습니다.”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신도배가운동 봉은사 수미산원정대(회주 자승 스님)가 7월2~3일 충북 속리산 법주사(주지 정도 스님)에서 ‘수미산원정대 1기 성지순례’를 진행했다. 성지순례에는 회주 자승 스님을 비롯해 원정대 사무총장 탄원 스님과 50여명의 1기 대원들이 동참했다.
2일 오후 5시 법주사에 도착한 원정대는 방사를 배정받고 곧바로 수련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어 저녁공양을 마친 후 저녁예불에 동참했다. 불자 대원들은 예불에 익숙했지만 비불자 대원들은 나눠준 법요집을 연신 흘끗흘끗 쳐다보며 따라 읽었다. 절할 때 다른 대원들을 쳐다보느라 박자가 늦기도 했다. 그러나 진지함과 경건함은 예불이 끝날 때까지 한결 같았다.

다음 프로그램은 사찰예절안내와 참선 습의 시간이었다. 대원들은 수미산원정대 사무총장 탄원 스님에게 질문을 멈추지 않았고 스님은 친절히 답했다. 참선 시간에는 스님의 지도 아래 잠깐이나마 불교 수행도 체험했다.

첫째 날 마지막 프로그램은 ‘상월선원 90일간의 기록’ 다큐멘터리 시청이었다. 특히 다큐멘터리 시청에 앞서 회주 자승 스님은 원정대원들에게 상월선원과 자비만행순례, 수미산원정대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스님은 “탈종교화로 불자인구가 급감하는 시대에 불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승과 속 구분없이 모두가 일심으로 포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부대중이 함께 수행하는 천막결사를 시작했다”며 “부처님을 만나지 못한 비불자들을 인연 맺게 하는 것, 불교에 귀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수미산원정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둘째 날 3일은 새벽부터 일정이 시작됐다. 4시부터 진행되는 도량석을 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대원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하나둘씩 모였다. 대원들은 탄원 스님의 안내로 법주사 경내를 거닐며 게송을 읊었고 잠들어 있는 천지만물을 깨웠다. 도량석이 끝난 뒤 부주지 각운 스님의 법고시연을 보고 대웅전으로 이동해 부처님께 새벽예불을 올렸다. 전날 저녁예불을 체험한 덕분인지 대원들은 조금은 더 익숙해진 모습으로 예불에 참여했다.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절을 올립니다. 나의 몸과 영혼의 귀중함을 생각하며 절을 올립니다. 나의 영혼과 육체의 건강함을 위하여 절을 올립니다. 내가 원하는 진정한 삶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절을 올립니다.”

이어진 프로그램은 108배였다. 탄원 스님의 죽비 소리와 목소리에 맞춰 절하는 대원들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금세 드리워졌다. 나중에는 쓰러지듯 절을 하기도, 허벅지의 고통에 눈가를 찡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108배를 마무리했다.

오전 7시경 아침공양과 간단한 기념촬영을 끝내고 사찰탐방에 나선 대원들은 각운 스님을 따라 경내 이곳저곳을 순례했다. 보물 마애여래의좌상과 스님 3000명의 식사를 책임졌다는 철솥을 비롯해 국보 석련지와 쌍사자석등, 팔상전 등 법주사의 다양한 성보들에 대한 각운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대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탄성을 쏟아냈다.
봉은사 수미산원정대 1기 대원들은 꼭 불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모태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양수진 씨는 “예불을 비롯한 108배, 템플스테이 등 모든 것이 처음”이라며 “이번 경험으로 불교에 호감과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연호 씨는 “지금껏 템플스테이는 말만 들었지 체험해본 적이 없는데 수미산원정대 동참을 계기로 참여해보니 많이 배우고 마음도 편안해졌다”며 “다른 사람에게도 적극 권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수미산원정대는 이웃종교인, 비종교인들과 불교의 인연 맺음을 목표로 지난 2월27일 자승 스님을 회주로 발족했다. 12강으로 구성된 3개월 과정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졸업요건으로는 템플스테이를 통한 사찰문화 경험, 봉은사 무문관 체험으로 상월선원 수행정신 체험, 다음 기수와 함께 오기 등이다.
보은=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593호 / 2021년 7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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